경쟁보다는 협력이다

입력 2003-10-31 10:31 수정 2003-10-31 10:31



질문 1. 자유형


국제 수영 경기가 열리고 있다. 자유형 200m 경기다. 경기 도중 어떤 선수가 자신의 특기인 접영을 중간 중간에 섞어서 경기했다. 그럼, 그 선수는 실격일까? 아닐까?






질문 2.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


과거 1000년 동안의 사람들 중, 현재 우리의 삶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자유형 경기 중에 접영을 사용한 그 선수는 실격일까? 아닐까? 정답은 이다. 자유형은 크롤 헤엄이라고 부른다. 크롤(crawl)은 영어로 는 뜻이다. 아마, 자유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하지만, 수영 경기에서 자유형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어떠한 형태의 수영도 자유형에서는 허용된다. 자유형 경기에서는 수영 폼에 대한 어떠한 규정도 없다. 하지만, 수영 경기를 보면, 자유형 경기에서 모든 선수들은 크롤 헤엄을 친다. 그래서, 수영의 자유형이 일정한 폼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럼, 왜 사람들은 자유형 경기에 나름대로 자신의 방법을 적용해서 접영, 배영, 또는 개구리 헤엄 등을 하지 않고, 모두 크롤 헤엄을 치는 것일까? 그건 당연하다. 왜냐하면, 크롤 헤엄이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영의 자유형 경기에서 모든 사람들이 크롤 헤엄을 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준다. 사람들은 모두 개인차가 있고, 모두 개인의 경험이 다르고, 모두 개인별로 노하우가 다 있고, 자신만의 방법들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일들은 다양한 방법들 중에,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잘 배우는 사람은 그만큼 유리한 것이다.






위대한 수학자였던 오일러는 고 젊은이들에게 충고했다. 물론, 혼자서 외롭게 연구하여 남다른 아이디어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대부분 만들어진 이야기가 많다. 노벨 상을 받는 사람들이나,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어떤 계보를 형성한다. 다시 말해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연구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혼자만의 동떨어진 연구 성과가 아닌 앞선 연구를 잘 배우고 거기에 자신만의 새로운 결과를 더한 사람들이다. 뉴턴과 같은 천재조차도 ‘내가 더 멀리 볼 수 있다면, 그것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신이 어떤 성과를 내고, 어떤 일을 추진하고 싶다면, 혼자서 무엇인가를 해결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먼저 당신과 협력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전문가들도 학회를 만들고 협회를 구성하여 자신들의 연구 성과를 공유한다.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것이 더 앞선 연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당신도 그들처럼 당신이 협력할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다시, 당신 주변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게임으로 파악해보자. 게임은 크게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과 넌제로섬 게임(non-zero sum game)으로 나뉘어진다. 경쟁과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제로섬 게임은 경쟁을 하는 게임이다. 무자비하게 상대에게 손실을 입히는 것이 바로 나의 이익이 되기 때문에, 내가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를 쓰러뜨려야 한다. 하지만, 넌제로섬 게임은 다르다. 넌제로섬 게임에서는 게임의 결과가 0이 아니므로, 결과 값을 키우는 것이 내가 더 많은 것을 얻는 전략이 된다. 그래서, 경쟁하는 것보다 서로 협력하여 공동의 이익을 갖는 것이 더 주요한 전략이 된다.




어떤 사람은 항상 제로섬 게임만 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대부분의 게임을 넌제로섬 게임으로 진행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같은 일이 제로섬 게임이 되기도 하고, 넌제로섬 게임이 되기도 한다. 당신은 어떤 게임을 주로 하는가?


때로는 당신의 많은 일들이 제로섬 게임으로 빠져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가능하면 많은 일들을 넌제로섬 게임으로 진행하기를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것이 당신에게 더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경쟁 보다는 협력이 이익이 되는 것이다.






이제 질문 2를 보자. 2000년의 새아침이 밝았을 때, 많은 사람들은 과거 1000년을 되돌아 봤다. 뉴밀레니엄을 맞이하는 감회에 많은 사람들의 기분이 들떴었다. 그 때, 미국의 어떤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미국의 유명 대학 교수들과 저명 인사들이 참여하여, 서기 1000년에서 1999년까지, 과거 1000년 동안의 사람들 중 현재 우리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100명을 선정했다. 혹시 당신은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꼽은 1등이 누구인지 알겠나?




질문 2에 당신 스스로 대답을 해보라. 현재 우리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한 사람을 정해보라는 거다. 가령, 예수님은 등수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 과거 1000년 이라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선정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당신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다큐멘터리에서 꼽은 과거 1000년 동안의 인물 중 현재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 10명의 등수는 다음과 같다.


⑩갈릴레이, ⑨코페르니쿠스, ⑧아인슈타인, ⑦마르크스, ⑥콜럼버스, ⑤셰익스피어, ④다윈, ③루터, ②뉴턴






그럼, 1등은 누구일까? 다큐멘터리에서 지난 1000년 동안의 사람들 중 현재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을 소개할 때, 프린스턴 대학의 한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구텐베르크다. 구텐베르크는 금속활자를 발명한 사람이다.


다른 9명은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그들의 업적도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없었다면 모두 불가능했을 것이다. 가령, 마틴 루터는 종교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종교 개혁 이전의 사람들은 개인이 성경을 읽지 않았다. 신부님이나, 교황이 읽어주는 성경을 듣기만 했다. 사람들은 신의 말씀을 교황의 입을 통해서만 들었다. 루터와 같은 종교 개혁자들은 교회가 부패되어 가고 있으며, 개인이 스스로 성경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루터 이전에 그런 생각을 했던 사람들은 종교 개혁에 성공하지 못했다. 루터가 기존 교회의 부패상을 고발한 95개 조항은 금속활자를 통하여 빠르게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또한, 금속활자는 한꺼번에 대량의 성경을 찍어내며 개인들에게 성경을 빠르게 보급했다. 금속활자가 없었다면 루터의 종교 개혁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고, 르네상스도 기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금속활자는 17세기 이후의 과학 혁명을 열었던 천재의 세기에도 크게 기여했다. 뉴턴의 업적도 그가 말한 것처럼 이미 앞선 거인들의 연구를 기반으로 했으며,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책이 있었고, 금속활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을 더 인정 받는 것은 우리가 현재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많아지고, 많은 정보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사회가 더욱 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사실 금속활자는 우리 선조가 먼저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의 금속활자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와 같은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우리 선조들의 금속활자는 어떤 혁명이나, 우리의 삶에 어떠한 대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나는 금속활자의 의미를 이전에 더 근본적으로 이라고 본다. 아인슈타인이 아프리카의 미개한 부족에서 태어났다면, 그는 아무런 업적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다. 네트웍을 구축하여 협력하는 것이 치열한 생존의 정글에서 살아 남는 길이며,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길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게임을 하게 된다. 많은 게임들이 내가 그 게임을 제로섬으로 보면, 제로섬 게임이 되고, 넌제로섬으로 보면 넌제로섬 게임이 되는 것들이다. 협력이 주는 열매는 경쟁을 통해서 얻는 것보다 더 크고 좋은 것이다. 물론, 협력을 위해서는 믿음과 신뢰와 같은 몇 가지 조건들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먼저 내가 손을 내밀어 협력하자. 당신이 먼저 게임을 넌제로섬으로 설정하고, 친구를 만들고 네트웍을 구축하여 윈-윈(win-win) 전략을 세워보라.


협력의 가장 큰 열매는 협력의 중앙에 서있는 사람에게 돌아간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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