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여자가 되자

입력 2003-09-05 09:44 수정 2003-09-05 09:44



이야기 1. 카르타고로 간 철학자




기원전 31년, 에게 해 인근의 도시에 살았던 한 그리스의 철학자는 카르타고를 무척 가보고 싶었다. 그는 논리학을 가르치는 선생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배를 타야 할 이유와 타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그가 내린 결론은 배를 타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타야 할 이유를 생각해 봐도 타는 것보다는 타지 말아야 할 이유가 훨씬 많았다. 그는 뱃멀미가 있었고, 배가 아주 작아서 폭풍이 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빠른 배를 가진 해적들이 트리폴리 외항에서 희생의 제물로 삼을 상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배가 해적들에게 잡히면 그들은 값나가는 물건을 모조리 빼앗고, 그를 노예로 팔아버릴 것이다. 분별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배를 타지 말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배를 타고야 말았다.









이야기 1의 주인공인 철학자는 왜 배를 탔을까? 먼저 이런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남자와 여자가 숲에 간다. 남자들은 숲에 갈 때, 어떤 의도나 목적이 있어야 숲에 간다고 한다. 기분이 울적해서 숲에 가기도 하고, 너무 기쁜 일이 있어서 아무도 없는 숲에 가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혼자 스트레스를 풀러 숲에 가기도 한다. 때로는 여자친구의 손을 은근슬쩍 잡으려고 숲에 간다. 그러나, 여자들은 숲에 간다고 한다. 그냥, 가고 싶으니까!


이야기 1의 철학자 역시 그가 배를 탄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그러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남자만 의도나 목적을 갖고, 여자는 항상 그냥 숲에 가는 것은 아니다. 남자와 여자는 이성과 감성을 대표한다. 매우 감성적인 남자도 많고, 또 어떤 여자는 매우 이성적이다. 모든 사람은 이성과 감성을 둘 다 갖고 있다. 논리적이고, 구체적이며,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나와 직관적이고, 개념적이며, 느낌으로 생각하는 내가 내 안에는 모두 있는 것이다. 둘 중 어떤 것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사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약간씩 다른 행동을 나타낸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은 더 이성적인가? 아니면, 더 감성적인가?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문화는 남성들의 문화에 비해 확실히 더 감성적이다. 여성들을 잘 이해하려면 그들만의 감성코드를 잘 해독해야 하고, 시장에서 그들을 사로잡으려면 그들의 감성코드에 키를 맞추어야 한다. 물론, 여성에게 프로포즈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21세기가 여성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 말의 의미는 단지 신체적 구분으로 여성소비자의 파워가 막강해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와 문화가 이성적 합리주의보다는 여성이 갖고 있는 섬세한 감성에 의해 이끌려 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과학문명의 발달이 사회를 이끌었고, 지금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많은 새로운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팔았지만, 지금은 많은 경쟁 제품들 중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 20세기에는 물건을 만드는 기술이 중요했다면, 21세기에는 기술은 기본이고 그보다 소비자에게 선택 받을 수 있는 디자인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기술이 이성적인 요소라면, 디자인은 감성적인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21세기의 경쟁력은 디자인이다. 감성이 경쟁력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감성이 감성으로만 느껴지고, 이성이 이성으로만 파악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감성이 없는 이성, 이성이 없는 감성은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다.


감성지능이 높다는 말을 생각해보자. 감성 지능이 높다는 말과 감성이 풍부하다는 말은 전혀 다른 말이다. 감성 지능이 높다는 말은 자신이 풍부하게 느끼며, 자신의 감성을 잘 조절하고, 상대의 감성을 잘 이해한다는 말이다. 감성 지능이 높기 위해서는 풍부한 감성을 잘 조절해주는 이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당신은 감성과 이성 중 어느 것에 편중되어 있나? 만약 당신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논리적이며, 이성적이라면 당신은 풍부하게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풍부한 느낌의 경험 말이다.


가끔씩은 의도적으로 이성을 버리고, 감성적으로만 느껴보자. 느낌을 먼저 가져보자.






말 잘하는 플레이보이가 여자를 쉽게 유혹한다고 한다. 이것은 여자가 멍청해서가 아니다. 누구라도 상대의 감성 코드를 잘 맞추면 그만큼 상대에게 다가가기가 쉽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당신이 협상을 해야 하거나,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상대가 있다면, 먼저 그의 감성 코드를 찾아라. 논리적으로 그를 설득하기 보다는 그와 함께 느껴보라.


당신이 속한 집단에서 당신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다면 먼저 집단 내부의 감성을 느껴보라. 집단을 분석하거나 논리적으로 파악하기보다 먼저 같이 느껴봐야 한다. 당신이 속한 사회의 느낌도 직접 확인하고, 시대의 느낌도 확인해보라.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 당신이 속한 조직, 그리고 당신이 속한 사회에서 당신은 어떤 느낌을 받나?






참, 이야기 1의 주인공은 즐거운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고 한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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