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러셀의 패러독스 2

패러독스는 우리의 직관이나 상식을 벗어나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며, 때로는 그런 놀라움이 우리에게 재미를 주기도 한다. 명백히 거짓말인 것처럼 보이는데, 한번 더 생각하면 참인 것도 있고, 명백히 참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따지고 보면 거짓인 것도 있다. 때로는 참인지 거짓인지 도저히 밝힐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아무튼, 패러독스는 재미있다.

패러독스(paradox)라는 단어를 구성하는 는 평행을 의미하는 parallel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것은 정통에서 벗어나 을 의미한다. 정해진 길이란 모든 사람들이 예상하고 따르는 길이다. 그런 길에서 벗어나 옆길로 가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나고, 기존의 체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자연스럽지도 않고, 때로는 우리를 혼란에 몰아넣기도 한다. 그러나,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길이 넓어지는 것처럼, 패러독스는 우리의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생각의 깊이를 더 깊게 해준다. 학문에서 만나는 패러독스는 새로운 연구의 지평을 여는 경우가 자주 있다.

재미있는 패러독스 몇 개를 소개한다. 패러독스는 인간의 사고가 얼마나 불완전한가에 대한 명백한 증거인 동시에 인간의 사고를 더욱 더 완전하게 이끄는 힘이 된다. 또한 재미있는 생각의 소재이기도 하다.

이야기 2. 패러독스들

1. 까마귀

아주 오래된 옛날, 현자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에게 달려오곤 했다. 어느 날, 이웃나라 왕과 까마귀의 색깔에 대해 논쟁하던 왕이 와서 그에게 는 사실을 증명해달라고 했다. 한참을 생각하던 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때, 이웃나라 왕이 병든 까마귀 한 마리를 갖고 왔다. 그 까마귀는 깃털이 초록색으로 변하는 병에 들어있었다. 이웃나라 왕은 물었다.

2. 유니콘의 뿔

유니콘의 뿔은 한 개인가 두 개인가?

당신은 당연히 유니콘은 뿔이 하나라도 하겠지만, 유니콘은 상상의 동물이다. 유니콘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의 뿔이 한 개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겠나? 두 개라고 해도 확인할 길은 없다.

3. 모조품과 걸작

미술 작품을 모으는 것이 취미인 부자가 유명한 화가 씨의 작품을 하나 샀다. 그림을 자랑하고 싶었던 부자는 손님들을 초대했다. 손님들이 모두 그림을 보며 감탄하고 있는데 미술 감정사인 씨가 비웃으며 말했다.

실망한 부자는 그림을 다락방에 처박아 놓았다.

몇 년이 지난 후, 신문에 놀라운 기사가 실렸다. 유명한 화가 씨의 작품 중 걸작은 모두 제자 가 그렸다는 것이다. 스승의 따분하고 진부한 착상을 가지고 훨씬 더 품격 높은 작품으로 바꾸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과연, 부자의 그림은 스승의 그림을 베껴낸 싸구려 모조품일까? 아니면 품격 높은 걸작일까?

4. 악어와 아기

악어 한 마리가 아기를 입에 물고 아기의 엄마에게 문제를 냈다.

엄마는 어떤 대답을 해야 아기를 구할 수 있을까?

아기의 엄마는 라고 대답해야 한다. 악어가 자기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기를 잡아 먹을 수 없다. 만일 잡아 먹으면 아기의 엄마는 악어가 어떻게 할지 알아 맞힌 것이 되고 알아 맞히면 살려주겠다고 했으니 약속에 어긋난다. 따라서 아기를 살려 줄 수 밖에 없다.

5. 산초 판사

세르반테스의 소설 에는 이상한 법을 시행하는 나라 이야기가 나온다. 국경을 경비하는 병사들은 다른 나라에서 오는 사람을 붙잡으면, 고 묻는다. 바른 대로 대답하면 아무 일이 없지만, 만약 거짓말을 한다면 교수형에 처하게 되어 있다.

어느 날, 한 사내가 국경을 넘어와 말하기를, 고 했다. 당황한 병사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내를 왕에게 데려갔다. 한참 동안 열심히 생각하던 왕은 다음과 같이 판결을 내렸다.

이 이야기에서 왕이 처하는 입장은 앞의 패러독스에서 악어가 처하게 된 입장과 정확하게 똑같다. 사내의 대답이나 어머니의 대답 모두 악어와 왕이 자신들의 약속이나 법을 어기지 않고는 약속이나 법을 시행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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