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약대학 4학년인 박승윤(가명)군은 군입대를 앞두고 고민 중이다.

본인은 군필을 한 다음 인생 설계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부모님들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중의사 자격증을 따가지고 오라고 하신다.

  

<한국의 부모님들께서 잘 모르셔서 그렇습니다. 저도 처음엔 무조건 의사 자격증을 따야지 하고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영 어렵습니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 가는데 쓸모가 별로 없다면?

그건 재고(再考)의 여지가 있다.

  

중의약대학은 5년제 이다,.

처음 시작할 때 중국어도 배워야 하기 때문에 최소 1년은 더 잡아야 한다.

그것도 졸업만 할 경우이고 의사고시를 보기 위해서는 1년간 병원실습을 더 다녀야 한다.

중국어 배우는 기간을 뺀다 하더라도 의사고시를 보기 위해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6년을

투자해야 한다는 소리다.

그래야 의사 자격증이 나온다.

의사고시 패스 후에도 2년 안에 중국 내 병원에 근무해야 제대로 된 라이선스가 나온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도 8년이 걸린다.

그렇게 해서 딴 자격증이 한국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FTA가 체결되면 나을 것 아닌가?”

<의료부문은 제외 되기 쉽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 하시는가?”
<FTA로 중의가 한국서 의업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어쩌면 한의(韓醫)는 설 자리를 잃을 지도 모릅니다. 중의로 유명한 곳은 침,뜸으로 웬만한 병 다 고칩니다. 소문 듣고 한국에서 찾아오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좋은 의사들이 한국에서 싼 값으로 의료행위를 하게 되면 아마 난리 법석이 날 겝니다. 저희 같은 초보는 경쟁상대는 커녕 조수 하기도 힘듭니다.>

 

승윤군의 설명을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 졌다.

보약 위주의 장사꾼으로 변질 된 한의(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가 영업이 안돼 안방 면허로

변해 가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내 영역 지키기에만 안간힘 쓰는 현실이라니……

여기다 국회 로비로 의료행위 신성영역(?)을 구축해 가는 꼴이라니……

 

한의들이 보약 팔기가 안돼 생계 유지가 힘들면 다른 묘책을 찾으면 좋으련만……

첫째는 침이요, 둘째는 뜸이요, 셋째는 약이라고 했는데 유독 약에만 매달려 사는 한의들.

하기야 양의도 수술로 돈 벌기는 마찬가지 지만……

히포크라테스는 일찍이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의약으로도 결코 고칠 수 없다.」고 설파 했거늘……

 

 “그렇게 고민 하지 말고 사실대로 말씀 드리지 그래”

<그렇게 말씀 드리면 부모님 졸도 하실지도 모릅니다. 온갖 희망을 아들 의사 만들기에 걸고 계시거든요.>

중국 중의대학에서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이 같은 딜레마에 빠져 있을 것 이라는 승윤군.

<저희들 입학할 때 인원이 120명 이었습니다. 5학년 등록은 절반도 못할 것 같습니다.

대개는 3학년 올라갈 때 휴학생이 확 늘어나고 전학 하거나 취업,아르바이트 등, 다른 길로 뛰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1년 중국어 배운 정도로 중의학 공부를 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한글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유치원생에게 의학 공부가 말이나 되겠는가.

<중의대 공부 정말 어렵습니다. 학점 제대로 취득하고 한 학년씩 올라 가기가 그야말로 죽을둥살둥 입니다. 더욱이 3학년 올라갈 때 되면…… 휴우……

중의 과목에는 서의 과목도 많이 포함돼, 세포학, 해부학 등 용어 익히기 어려운 과목이 중국어와 혼합돼 진행 될 때는 포기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게 힘들게 10년 가까이 공부를 하고도 별 쓸모가 없다면?
심각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말이 좋아 중국어 배우는데 5년,그 5년 동안에 몸 공부, 마음 공부, 병 고치는 공부, 의사란 무엇인가에 매달린다고 생각하면 그런대로 유익한 5년이 될 수 있다.

집이 넉넉해서 의사 안 해도, 다른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던지, 놀고 먹어도 괜찮을 정도되면 모를까 의사직업이 필수라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거야 말로 몰이해가 빚은 부모의 무지가 돈 버리고 자식 힘들게 하고 자식을 절망 속으로 몰아 넣는 현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 놈의 의사가 뭐길래……

10년 공부 도루아미타불.



부처님, 욕심을 버릴 수 있도록 굽어 살피시옵소서.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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