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냄비문화공식

입력 2009-09-10 15:09 수정 2009-09-11 14:55
2002년 6월, 수많은 사람들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인산인해를 이룬 군중은 ‘애국가’를 함께 부르고 ‘대한민국’을 소리내서 외쳤다. 이날 ‘대한민국’이라고 외쳤던 소리는 1919년 3월 1일에 거리 거리마다 들렸던 소리와는 달랐다. 열정과 하나됨, 애절한 희망과 한데 어울림의 소리였다. 그날 우리는 학교다닐때 애국조회를 하면서 그리도 부르기도 싫어했던 애국가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렸고, 국경일날 국기도 안달던 사람들이 국기로 온 몸을 감쌌다. 기존에 알고 있던 우리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각종 외신들은 이 모습을 놀라워하며 주의 깊게 지켜봤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은 그때의 축구사랑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후로 월드컵경기장은 선수들만이 땀흘리며 뛰어다니는 그들만의 리그로 변했기 때문이다. 사실 월드컵이 시작하면서 한번 한번 이길때 마다 들뜬 우리는 쉽게 달아 올랐지만 월드컵이 끝나면서 우린 금새 축구와의 인연을 잊어버렸다. 물론 축구 애호가들이 조금 늘긴 했지만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국가대항 경기에만 그날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붉은 옷을 입고 경기장을 찾아갈 뿐이다.

 

냄비는 쉽게 달아오르고 금새 식어버리는 속성을 갖고 있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가진 속성(?)과 비슷하다고 만든 단어다. 역사왜곡에 대한 문제가 전 국민의 애를 끓이더니 시간이 지나고 다른 이슈거리들이 생기면서 문제는 해결책이 나오기도 전에 언론과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져 간다. ‘냄비’란 쉽게 흥분하고 잊어버리는 우리의 안타까운 모습을 빗댄 단어다. 긍정적인 의미보다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서 이젠 바꾸기도 어렵다.그렇다면 그 안에 숨겨진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보면서 우리의 인식을 바꿔보는 노력을 하면 어떻까?

 

1.     냄비는 빨리 끓는다. 속도에서 냄비를 따라갈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시작부터 바로 외부온도의 변화를 내부 깊숙히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우린 냄비처럼 외부변화에 적극적으로 따라가면서 발전했다. 해방이후 짧은시간동안 핍폐해진 국가재정을 회복하며서 한때 필리핀만큼만 살고 싶어했던 국가 경쟁력은 2009년 27위로 필리핀(43위)보다 앞서있다. 전화기를 집에 둔다는 것이 꿈만 같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개인마다 핸드폰을 갖고 있고 노트북으로 업무처리를 하고 있다. (2009년 5월 20일 ‘2009년 세계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작년보다 4계단 상승한 27위, 필리핀은 43위였다) 변화를 피하기 보다 그 속도마저 감싸 안으면서 끓어올랐기 때문에 이룬 성장이었다.

2.     냄비는 금새 식는다. 식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아무리 뜨거운 음식도 쉽게 먹을 수 있다. 음식은 천천히 식혀 먹어야 제 맛인 것도 있지만 빨리 식어야 하는 것도 있다.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중 하나는 괴로운 것을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잊어버려야 새롭게 시작하는게 편하고 쉽기 때문이다. 만약에 자신이 경험한 것을 모두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좋은 점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면도 있을것이다. 사람들에겐 늘 좋은 기억만 생기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기억은 남기고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들과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던 기억들은 빨리 지워버려야 한다. 나쁜 기억들이 당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상 높게 점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의 암울했던 역사에서 벗어나 우뚝 설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우리의 성장 원동력이 잊어버릴 수 있는 ‘망(忘)’의 지혜와 관련있을지도 모른다. 아픔을 잊어버릴 수 있는 이유는 과거보다 앞에 펼쳐질 찬란한 미래의 꿈이 아름답고 가슴 떨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거는 빨리 잊어버리고 미래를 향해 현재의 패달을 돌렸기 때문에 우리는 남들보다 빠른 성장을 이뤘던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까지 쉽게 잊어버리진 말아야 한다.

 

‘생각의 힘’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없던 시절엔 잃어야 할게 별로 없었기에 무조건 해보는게 중요했다.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의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보다 많은걸 잃게된다. 이룬게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을 많이 그리고 깊게 해야 한다. 이젠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시대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빨리 결정하면 후회할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열심히 하는 시대에서 제대로 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결정도 빠르고 행동도 빨라야 하는 시대에서 결정할때 여러가지를 염두해야 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아이돌 그룹 2PM의 리더 재범군이 미국으로 떠났다. 4년전 연습생 시절 그는 미국판 싸이월드인 ‘마이 스페이스’에 “한국인이 싫다”, “돌아가고 싶다”라고 올린 글들이 인터넷에 오픈되면서 수많은 독설의 댓글들이 올랐기 때문이다. 아직 성숙하지 못했지만 공인이었기 때문에 조신하지 못한 그의 행동은 물론 잘못됐다. 하지만 사형선고 같은 재판은 인터넷 문화안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나흘만에 소속그룹을 탈퇴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때와 같은 4년전에 올린 다른 글이 떠돌아 다니기 시작했다.

“나 방금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어. 나 한국에서 일년쯤 살아보고 싶어. JYP연습생 말고 그냥 평범한 한국사람으로”

이번엔 동정론 쪽으로 여론이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문화에 서툰 10대 가수지망생은 힘겨워하면서 내 뱉은 글 조각에 눈물을 흘리면서 한국을 이미 떠났다. 분명 잘못은 했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단 시일내에 바꿔버린 우리네 결정도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 실수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성급하지 않게 차분하게 여러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단 한번의 결정이 너무나도 많은 것을 이루기도 하지만 뺏어갈 수 도 있다는 걸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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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냄비문화 공식 = 변화에 빨리 적응하기 + 아픔을 빨리 잊기 + 많이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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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모자람과 부족함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늘 새로운 도전으로 현재의 안주를 벗어나려고 합니다."
1994년부터 다니던 금융회사를 떠나면서...
2003년부터 컨설팅회사에 다니면서...가지고 있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또 다른 꿈을 찾아서 질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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