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엔 약도 없군

입력 2010-04-06 17:56 수정 2010-04-08 09:47
좋은일 하기도 힘든 세상이라서.

"이 추운 날씨에 무슨 급한 볼일이 있다고..."
계단을 제대로 오르지 못하는 할머니를 보며 丁사장이 중얼거렸다.
친구와 점심을 하기로 해 아파트를 나온 丁사장이 길건너 편의 계단 앞에서 힘들어 하는, 80이 넘어 보이는 할머니를 보고 안타까운 눈길을 보내며 무심코 던진 말이다.
그냥 지나쳐 가려다 "오랫만에 좋은일 한번하자"며 할머니를 업어다 계단위까지만 모셔다 놓기로 작정한 丁사장.

"할머니 업히세요"
등을 내민 丁사장에게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말 건네는 것보다 더 잽싸게 업히는 할머니.
고단한 삶의 무게를 느끼며 할머니를 업고 일어나던 丁사장이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졌다.
미끄러진겐가?
丁사장은 자신도 60대 중반의 할아버지라는 사실과 무릎에 힘이 다 빠진 상태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젊어서 천하장사 소리를 들었을 지언정 자신도 늙었다는 것을 「깜박」했던 丁사장.
자신과 할머니를 합한 무게를 지탱할만한 무릎은 이미 남아있지 않았던 것을...
마음만 청춘이었던 丁사장은 할머니를 그냥 내동댕이친 꼴이 되고 말았다.

할머니는 눈자위가 찢어져 피가 났고 부풀어 오르면서 멍도 들었다.
어깨도 다친듯 다른 한팔로 어깨를 감싸안고 있었다.
丁사장은 이마가 쓰라졌고 무릎이 시큰거렸다.
"이런 고약할데가..."
좋은일 한번 하려다가 난감한 일에 처한 丁사장은 친구와의 점심 약속부터 서둘러 취소했다.

"할머니, 다치신것 같은데 병원에라도 가셔야죠"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는 할머니를 그냥두고 갈수도 없었다.
그때 막일을 하는 듯 보이는 40대 중반의 사나이가 참견을 하고 나섰다.
"왜, 불쌍한 할머니를 밀쳐서 다치게 하는거요"
"?"
丁사장은 상황을 잘 모르면 가만있을 일이지 어처구니 없게도 이상하게 몰아부치고 있다며 아니꼽게 쳐다봤다.
그런데 그때까지 "괜찮다"던 할머니가 갑자기 신음소리를 낸다.
"아이고, 아이고"

참견을 하고 나선 사나이는 할머니의 아들이었는데 폭행상해로 고소한다며 떠들어서 멱살잡이를 하기에 이르렀고 병원과 파출소를 거쳐 결국은 합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丁사장은 험하게 세상을 살아왔지만 이런일은 처음 당해 봤고 옛날 같았으면 한주먹감도 안되는 사나이에게 절절맸다.
폭행전과가 많은 때문이었다.

丁사장은 계미(癸未)년, 계해(癸亥)월, 경자(庚子)일, 정축(丁丑)시 생으로 대운은 10.
억울하게 합의금을 낸 시각은 무자(戊子)년, 을축(乙丑)월, 정축(丁丑)일, 병오(丙午)시.
정축과 정축, 명예의 뿌리가 썩었다.
겨울 경금(庚金)이 쓸모없는 상관이 많아 고단한 인생이 되고 말았다.
경금봉계수필부(庚金逢癸水必腐)에 해당한다.
정축이라는 명예를 병오(丙午)시가 도와줄 것 같지만 병광정탈(丙光丁奪)하여 그리된 듯 하다.
그는 기축(己丑)년, 계유(癸酉)월, 계유(癸酉)일에 저세상으로 갔다.

상관양인이 기토(己土)에 의해 극을 당한 때문인지 3번의 결혼과 성도 다르고 배도 다른 자녀가 6명이나 되고 도박과 술, 싸움으로 전국을 휘젓고 다닌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무서운 것은 파료상관손수원(破了傷官損壽源)이다.
상관이나 식신은 밥그릇도 되고 자식도 되니 이것이 깨어져 못쓰게 되면 죽음에 이르게 됨이 당연할 수도 있겠다.

丁사장은 전국에 조직을 거느린 깡패 두목이었다.
체육대학시절에 아르바이트로 호텔나이트클럽 지배인(상무급)을 했고 대통령 출마자의 경호를 담당, 자칫 경호실장이 될뻔도 했다.

인생 말년에는 "착하게 살아야겠다"며 다른사람인양 변해가고 있었는데 글쎄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더니...
명복을 빈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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