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업에서 가장 중시했던 것은 어떤 일이건 도망가지 않고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할 것 인가’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과, 어떤 일이건 솔선수범하여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할 것인가’라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 오니쓰카 기하치로, 아식스 창업자


오니쓰카 기하치로의 앨범에는 아베베의 발 사이즈를 재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다. 그는 1960년 스포츠 시찰단으로 로마 올림픽에 참가해 관전을 했다. 마지막 날 마라톤 경기에서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비키라는 무명의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과연 어떤 메이커의 운동화를 신고 있을까.’ 그는 쌍안경으로 아베베의 발을 살폈고 맨발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베베가 다음해인 1961년 마이니치 마라톤 대회의 초대를 받아 일본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는 주최 측을 간곡히 설득하여 숙소로 찾아가 아베베를 만났다. 첫 만남부터 실례라든지 부끄럽다는 생각은 없었다. 주저 없이 ‘아베베 씨, 부디 우리 신발을 신고 달려주시오’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그러나 아베베는 ‘신발 같은 것은 필요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일본의 도로에서는 미끄러지거나 넘어질지도 모르고 유리 파편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소중한 황금 발을 다치게 됩니다.’라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설득했다. 아베베와 코치에게 한바탕 열변을 토했더니, 두 사람은 겨우 승낙을 해주었다.

이제 본선까지 남은시간은 겨우 사흘. 급히 기술자들을 불러들여 제작에 들어가 예비용 운동화를 포함해 아베베만의 마라톤화를 대회 하루 전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 게다가 본선에서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아베베가 마라톤화를 신고 달리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그간의 고생이 큰 보답으로 돌아왔다. 아베베의 보증서 첨부로 아식스의 마라톤화는 이후 80퍼센트라는 이례적인 시장점유율을 올릴 수 있었다.
오니쓰카는 아무리 어렵고 곤란한 일이 생기더라도 경영자가 선두에 서서 솔선하여 일을 처리하면 길이 열리고 얻을 수 있는 성과도 크다고 말하면서, 이것이 경영에 대한 자신의 기본적인 이념이라고 강조한다. 스스로 상품을 개발하고 스스로 세일즈에 나선 것도 그런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 경영자는 어머니와 같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영자는 종업원과 기업을 위해 선두에 서서 전장에 뛰어 든다. 몰락하는 기업의 근원은 경영자가 현장에서 너무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아베베를 만난 아식스 창업자는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이므로.

* 오니쓰카 기하치로(1918~2007) 아식스 창업자. 1949년 스포츠화 제조회사 오니쓰카 상회를 설립했고, 1977년에는 오니쓰카를 중심으로 3개 회사가 합병하여 설립된 종합 스포츠용품 기업 아식스의 사장에 취임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오니쓰카의 운동화를 신은 선수가 체조, 레슬링, 배구, 마라톤 등의 경기에 출전해 금메달 20개, 은메달 16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했다. 패전 이후 일본에서 기업을 일으킨 사람들 가운데 가장 입지전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적인 그리고 한국의 CEO 문화와 트렌드를 연구하는 한국CEO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CEO 커뮤니티인 다음카페 IamCEO의 대표시삽을 맡고 있습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