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입으로 짓는 죄가 제일 크다

여러 가지 말로 어지러운 세상이다. 지인인 A작가가 들려준 얘기다.

“오랜 작업 끝에 책을 출간했는데, 동향의 B작가가 자발적으로 책에 대해 좋은 평을 해주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B작가에게 원래 자신이 B작가를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얘기를 전한 것이 들려왔다. 그 마음은 아주 오래 전 생각이었고, 친구끼리 나눈 사담이었다. 현재는 B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예전에는 싫어했지만 지금은 좋아한다고 말하는 자체가 더 우스운 것 같아 졸지에 불편한 사이가 됐다.”
 
이어서 그는 ‘구업(口業)’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불교 경전인 천수경의 첫 구절은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다. 사람이 살면서 범하는 3가지 업으로 신업(身業), 구업(口業), 의업(意業)이 있는데, 그 중에 입으로 짓는 업인 ‘구업’을 가장 큰 죄로 여긴다. B작가와의 안타까운 관계는 나의 구업 때문이다.”
 
구업은 다시 악구(惡口), 망어(妄語), 기어(綺語), 양설(兩舌)의 4가지로 나뉘는데, 그 중 악구(惡口)는 ‘남에게 욕을 하고 험담을 하여 성내게 하는 말’을 뜻한다. C전무는 공장 업무를 총괄하는 엔지니어 출신의 임원이다. 공장 내에서는 최고 권력자다. 그는 호통 치며 욕하는 것으로 권력의 향유를 즐겼다.

당연히 그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공장 내 반대세력도 감싸 안지 못했다. 결국 C전무는 좌천성 발령으로 한직으로 밀려났고, 반대파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그는 부하직원을 하대하고 호통 치는 것이 즐거움이었지만, 구업을 피해가진 못했다.
 
망어(妄語)는 ‘거짓말’을 뜻한다. 기업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CEO의 거짓말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열심히만 하면 조만간 월급 올려준다는 말, 남으면 모두 직원들에게 나눠 준다는 말, 조금만 기다리면 승진시켜 준다는 말’ 등 순간을 모면하려는 거짓말이 결국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게 된다.
 
망어 중에서 전문가가 아니면서 전문가인 척하는 것이 가장 큰 망어다. 누구나 빨리 성공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충분하게 역량을 쌓고 세상에 나가야 될 것을, 빈 부분을 메우는 대신 자신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경우가 있다. 제대로 역량을 쌓지 않은 사람은 언변으로 빈틈을 메꾸려 하지만 말의 얕음으로 결국은 실체가 탄로 나고 만다.
 
필자의 경우도, 평소 말을 억제하니 친분이 있는 지인모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타인의 얘기를 경청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에게 경청이 좋다고 유혹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잘 모르니 당연히 경청이 미덕이고, 둘째는 타인의 말을 귀 기울여 듣다보면 그 사람의 내면과 실체를 잘 파악하게 되어 비즈니스에서도 선패를 쥐는 효과가 있다. 말을 많이 하면 에너지가 심하게 방출돼서 심신이 피곤해지고, 자신의 부족한 내공이 탄로 나게 되어 다방면에서 좋지 않다고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

관표지교(管鮑之交)로 잘 알려진 관중은 제나라를 천하의 패권국가로 만든 재상이었다. 그가 정치의 지혜를 집대성한 책이 ‘관자(管子)’인데 여기에서는 나라를 버티는 기둥 네 개를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예(禮), 둘째는 정의, 셋째는 검소함, 넷째는 부끄러움이다. 관중은 예, 정의, 검소까지 사라져도 사람의 지혜와 정치력으로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끄러움(恥)마저 상실하면 나라가 몰락할 징후로 보았다. 그러나 나라뿐인가, 기업과 개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부끄러움을 느끼면 말이 안으로 들어간다. 말이란 입에 거미줄이 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할 때 적절히 구사하는 용도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부끄러움을 멀리하고, 말만 잘하는 사람을 권하는 세상이 두렵다.

한국적인 그리고 한국의 CEO 문화와 트렌드를 연구하는 한국CEO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CEO 커뮤니티인 다음카페 IamCEO의 대표시삽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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