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리, 다시 출발하면 되고

입력 2008-05-22 17:14 수정 2008-05-22 17:17


최근 정치, 경제의 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김 대리의 고민도 커간다.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일상에 치이다 보니 미래에 대한 준비는 마음뿐이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다른 이들은 성큼 앞으로 치고 나가는 것 같아 더욱 불안하다. 앞을 생각하면 긴 한 숨에 담배만 늘어간다. 오늘은 마음만 준비된 김 대리를 위해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어제는 잊고, 오늘부터 다시 출발이다!




먼저 나이, 학력 등 자신이 현재 모습을 부정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보통 나이, 학력, 재산 등을 주위와 비교하다보면 시작 전에 포기하기 쉬워 게임이 끝나게 된다. 케이스 맥파랜드 창업컨설턴트는 미국의 7000여개 비상장 기업 창업자를 분석한 결과 10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최종 학력은 사업 성공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손명원 전 쌍용자동차 사장은 석유사업을 통해 큰 부를 얻은 아멘해머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쌍용차의 신제품을 미국에서 팔고 싶다고 손 사장에게 연락을 했다. “석유사업을 시작한 것도 그의 나이 65세 때였고, 이제는 80세를 훌쩍 넘었는데 그 나이에 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다니” 이어 아멘해머가 다부지게 포부를 말한다. “저는 장기적으로 세계대학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장학생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하죠. 그래서 자동차 사업으로 얻는 수익을 세계대학을 키우는데 쓸 생각입니다.” 그의 말에 손 사장은 가슴이 뜨끔해 졌다. “저 나이에 세계대학을 키워보겠다는 포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의 모습에서 나는 열정과 나이는 반비례한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열정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럼 나이, 학력 불문하고 뭐든지 가능할까? 자신의 의지와 실천능력이 강력하다면 반은 맞는 셈이다. 나머지 반은 ‘실력’이다. 도전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더불어 내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과 비즈니스에서 내공이 중요하다. 인생 공부는 나이가 무르익어야 자연스럽지만 주위를 살펴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덕망이 있는 주위 선배 또는 책 속의 스승에게 배우면 된다. 그러나 비즈니스 내공은 별도 수련이 필요하다. CEO가 목표라면 경영분야는 물론 관심분야 정보까지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2001년 50세 이상 인구 중에서 세 명에 한 명 꼴인 2,300만 명이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받았다. 대학생의 15%도 40세 이상이다. 이들이 학습을 통해서 무엇이 되나? 무엇이든 된다. 지질학자는 웹사이트 디자이너가 되고, 의사는 고등학교 영어교사가 된다. 많은 미국인들이 평생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서 다양한 재학습을 받는다.




열정을 가지고 비즈니스 내공 9단을 목표로 뛰면서 건강관리도 잘 해야 한다. 내 몸이 성해야 뭐든지 잘 할 수 있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 같지만 한국의 기업 풍토에서는 건강 얘기하면 타박받기 십상이다. 최근 ‘저자와의 만찬’ 행사에서 만난 김동수 듀폰 아시아ㆍ태평양 회장의 얘기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효과적으로 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회사 일을 집까지 가져가지 않습니다. 몸이 안 좋다 싶으면 무조건 쉽니다. 성공하고 싶으면 자기 몸을 운동선수처럼 잘 관리해야 합니다.”




이제 기본적인 준비는 되었는데 다음은 무엇이 중요할까? 지금까지 하드웨어 프레임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채우는 일 즉 ‘정신’과 ‘철학’이 중요하다. 미래를 위한 준비는 무엇 때문에 하는 것인가?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벤처캐피털리스트인 가이 가와사키는 기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준비해야 할 여러 항목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들려준다. “기업을 시작하는 이유 중 제일 첫 번째는 바로 ‘의미’를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어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조해 내는 것’ 등이 기업을 시작하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의미를 만들어낼지를 결정하는 것이 기업가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필자도 영향을 받은 ‘베풂의 기술’ 저자인 폴 마이어는 자선을 위해 사업을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잉여수익으로 자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선자체가 경제행위의 1차 목적인 셈이다. 우리는 지금 출발선에 있지만 성공한 CEO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의미가 있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의 얘기다. “살아오면서 자기가 먹은 것과, 남에게 대가없이 준 것들만 진짜 자기 재산이라는 말이 있다.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버림은 소유의 끝이 아니라 소유의 절정이다.” 여러분의 기운 빼는 얘기가 아니다. 거침없이 앞 만 보고 나가다 함정에 빠질 수 있고, 가끔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처음 마음을 잡을 수 없다. 적어도 돈의 주인이 되어야지 노예가 되지 말라는 얘기다.




하고자 하는 일의 ‘의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원칙’이다. 필자도 원칙 때문에 지난한 여정을 걷고 있다. 그 원칙은 이렇다. “진정한 CEO연구가는 타인의 책과 경험에서 자신의 논거를 얻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업가의 삶으로 뛰어 들어야 비로소 자신의 얘기로 말할 수 있다.” 창업 후 한 곳에 집중을 하면서 지난한 연구가의 길을 가는 것은 스스로 설정한 원칙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창업을 해봐야 경영이론과 실제 현실의 적용과 괴리를 알 수 있고, 바닥부터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양하게 체험해야 비로소 든든한 자기 지식과 경험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타인의 비즈니스는 따라하지 않는다, 남을 속이지 않는다, 세상과 더불어 성장한다, 따뜻하고 착한 비즈니스를 추구한다, 세상에 이름을 띄우지 않는다, 의사결정은 30년을 내다보는 긴 안목을 가진다’ 등 인생과 비즈니스에서 필요한 원칙들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원칙을 만드는 것도 그것을 허무는 것도 자신이다. 창업 3년의 기간 동안 느낀 것은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은 광야에서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에 비유 할 수 있을 정도로 힘들고 때론 처절하게 고통스럽다. 특히 ‘언행일치’가 힘들다. 그러나 늘 고난만 있다면 누가 나서서 기업을 만들겠는가. 참고 견디는 가운데 단단해진 자신을 바라보는 희열과 대견함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기쁨이라고 하겠다.




김동수 듀폰 아시아ㆍ태평양 회장은 선진국과 후진국, 잘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원칙의 준수’라고 말한다. 듀폰의 창업자인 E. I. 듀폰은 화약 공장을 세우면서 그 안에 자신과 가족이 살 집을 지었다. 안전이 최우선 원칙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어느 날 폭발사고로 40명이 사망하고 자신의 갓난아기와 부인까지 부상을 입었는데, 그는 집을 다시 수리해서 그 자리에 그대로 살았다. 그렇게 듀폰에서 일하기 시작한 직원들은 대를 이어 충성심을 보여 주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천상천하유아독존 같은 스스로의 자존감이다. 힘들어도 내 생각, 내 원칙, 내 의미를 만들 줄 알아야한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타인을 말을 경청하면서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연습을 충분히 하면 누구나 튼튼한 자신의 사고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필자가 2003년부터 ‘사랑’은 인간의 얼굴을 한 경영을 구현하며, 미래를 제시하는 중요한 키워드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동안 국내 경영조류에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가, 최근 엘지그룹이 창립 61주년을 맞아 그룹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사랑’으로 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이미 글로벌 세계에서는 2002년 팀 샌더스 야후 부사장의 ‘Love is killer App.’을 위시하여 2004년 사치&사치 CEO 케빈 로버츠의 ‘러브마크(Lovemarks)’, 2007년 라젠드라 시소디어 교수의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Firms of endearment)’ 등의 저서들이 ‘사랑’을 비즈니스의 최고 핵심가치로 대접하고 있다.




‘자신감’도 매우 중요하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렇고, 삶이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여자프로골프 세계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는 얼마 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45년 만에 4주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골프여제에 오르게 한 원동력은 ‘자신감’이라고 말한다. 평균 120km대의 팔랑이는 직구를 던지는 프로야구 전병호의 가장 큰 무기는 ‘자신감’이라고 말한다. “자신감이 제구의 제1 덕목이다. 훈련 때 아무리 잘 던져도 실전에서 자신을 믿지 못하면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없다. 나도 몸 쪽 승부를 하려면 걱정될 때가 있다. '공에 힘도 없는데 몰리면 어쩌지' 그럴 때 던지면 무조건 맞는다. 결국 살아남으려면 나를 믿고 자신 있게 던져야 한다.” 로자베스 모스 캔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도 “단순한 공놀이부터 복잡한 사업 및 정치상황에 이르기까지 공통점은 인간에 관한 보편적 진실인 사람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때 위기를 극복한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독립심이다. 처음부터 인맥은 생각지도 마라. 차라리 내가 더 성장해서 타인을 돕는다는 배포 있는 생각을 하라. 필자도 지인들이 있지만 이들에게 거의 손 내밀지 않았고, 오히려 힘들수록 타인을 더 도우려고 했다. 처음부터 타인에게 절대로 의지하지 마라. 그래야 온전히 내 것이 되는 것이다. 고비도 많았지만 하나하나 슬기롭게 해결하는 과정의 기쁨도 쏠쏠하다. 타인의 지식에 의지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책, 사람에게서 얻는 지식은 내 것이 아니므로 참고로만 여긴다. 가치체계의 범주인 정신적 독립도 매우 중요하다. 직장생활에 젖어 있다가 창업해서 갑자기 독립적이며 정확한 가치판단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산을 오르고 내리는 고생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체득하기 마련이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조언하는 안철수 의장의 말은 절대 공감이다. “창업 초기는 모든 것이 장밋빛으로 보인다. 그러다 힘들어지면 자신감이 꺾이고 자꾸 외부의 도움을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은 외부지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환경을 뚫고 나가는 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한국적인 그리고 한국의 CEO 문화와 트렌드를 연구하는 한국CEO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CEO 커뮤니티인 다음카페 IamCEO의 대표시삽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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