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관리 들어가라

입력 2008-01-28 11:45 수정 2008-01-28 11:45


최근 일주일 심한 몸살로 출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동안 나름대로 조화롭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앞만 바라본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몸을 추슬렀지만 일을 세게 하면 다시 상태가 나빠질까봐 조심하고 있다. 지난해도 그런대로 건강이 따라주어서 이렇게 심하게 아픈 적이 없었는데 아마 선행암시를 주는 듯싶다. 열심히 일해 비즈니스를 본궤도에 올리는 것과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일하는 것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현실을 살아가면서 쉬운 일인가. 그러나 몸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면 일도 할 수 없는 것이니 극단의 무리는 삼가는 것이 좋은 것이다.




이명박 대선후보가 당선인이 되면서 경제 살리기 열풍이 온 나라가 가득하다. 생맥주 500㏄ 500원. 지금 생맥주 한 잔 가격은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20년이 넘은 당시 가격을 기억하는 것은 그 만큼 당시 물가가 안정적 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당시 생맥주 가격은 주머니 사정이 뻔한 청년들에게는 좋은 소식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필자에게는 최고로 암울한 시기였다. 보고 싶은 책도 마음대로 읽지 못했고 이쪽저쪽을 가도 경찰 투성이었다. 최근 많은 네티즌들이 암울한 기사의 댓글에도 ‘경제만 살리면 되지’라는 냉소적인 입장을 전하고 있다. 20여년전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면서 가장 그리웠던 것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염원이다.




그러나 경제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다함이 없다. 필자가 공교육에 포함시켰으면 하는 것이 초등과정에는 ‘철학’을, 중등과정은 ‘경영’, 고등과정은 ‘경제’를 학습하는 것이다. 과거 카드대란이나 현재 신용불량자 문제 역시 경제교육이 선행되었다면 그런 정도까지는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돈의 속성, 돈의 관리 등 현실적인 경제교육을 받지 못하니 개개인의 작은 문제들이 모여 사회적인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돈을 잘못관리해서 낭패를 보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수년전 비즈니스 초기에 자금관리 때문에 애를 먹은 기억이 있다. 평소에도 여유 있는 자금흐름은 아니었는데 무계획적으로 지출하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잔고가 바닥을 드러냈다. 그 가운데 평상시에도 없던 뭉칫돈들이 긴급하게 필요하게 되니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 사태를 극복하느라 6개월 정도 소요됐는데 그 때 거시적인 관점에서 ‘돈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자금을 계획적으로 활용하고 일단 모인 자금은 특별한 용처가 없는 한 예비비로 비축하게 되었다.




장차 CEO가 되려고 하면 돈에 대한 마인드도 남들과 달라야 한다. 기업이 망하는 것은 인력과 자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느 순간 경영자가 돈의 악마적 속성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소위 문어발식 확장 같은 경우가 그런 사례다. 흥하는 것은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망하는 것은 눈 깜빡할 사이다. 창업 초기에 여유 있는 자금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이럴 경우 갑자기 상황이 안 좋아 질 경우 학습효과가 전무하기 때문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 힘들지만 바닥부터 시작해서 자잘한 위험과 충격을 경험해야 향후 큰 위험을 예방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돈이 모였다고 흥청망청 쓰는 것은 패망의 지름길이다. 기업에서의 돈은 창업자의 성취도를 가늠하는 지표도 되지만 장기적, 영속적인 경영을 위한 가장 확실한 안전판인 셈이다.




돈을 버는 과정도 깨끗해야 한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깨끗한 과정을 통하지 않은 돈벌이는 언젠가 반드시 몇 배의 대가를 치루는 것이 경영의 역사에서 본 사실이다. 작년 6월 조사된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의 설문결과 '가장 존경하는 직업'으로 ‘CEO'라는 응답이 15.7%로 가장 많았다. 그 이유로는 '아무나 못하는 전문적인 일이어서'(19.5%),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기 때문에'(15.6%), '사회에 공헌하는 바가 커서'(14.8%) 등을 꼽았다. 가장 닮고 싶은 CEO, 존경하는 CEO에 대한 언론조사에서 늘 1위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다. 6․25사변의 폐허 속에서 지금의 경제를 이끌어 낸 경제인들의 노력은 당연히 치하할 일이다. 지금까지 필자가 국내 CEO에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이후 이들의 사회적 위상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어서이다.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평가한 CEO가 기업부정사건으로 감옥에 간다고 하면 우스운 일 아닌가. 음지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알 길이 없으니 소소한 일들을 제외하고 국내 경영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판단유보인 셈이다.




거창하게 정도경영이란 말을 쓰지 않아도 정직하게 경영한다는 것은 생존을 넘어 영속적 기업의 초석이 된다. 손님 많던 고기집이 파리만 날리다 문 닫는 것을 일상에서 많이 목격했을 것이다. 초심에서 시작해서 장사 잘 된다고 돈 욕심 때문에 고기질 낮추고 양도 줄이며, 반찬 수나 정성도 예전보다 못하고, 종업원도 대폭 줄이니 예전에 융성하던 손님이 냉정하게 돌아서 버린다. 늘 주변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도 경영의 본질과 반면교사의 교훈을 배울 수 있다.




* 본 칼럼은 <머니투데이>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한국적인 그리고 한국의 CEO 문화와 트렌드를 연구하는 한국CEO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CEO 커뮤니티인 다음카페 IamCEO의 대표시삽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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