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몇 가지 신문을 구입해서 보고 있는데 머리를 번쩍 때리는 흥미로운 기사(조선일보, ‘60년간 8000만정 이상 만든 걸작 AK-47의 비밀’)를 접하게 되었다. 바로 ‘AK-47' 소총에 관한 기사였다. AK(Avtomat Kalashnikova)는 이 소총 개발자의 이름을 인용해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이란 의미다. AK-47은 구소련의 자동소총으로서 독일의 G3, 미국의 M16소총과 함께 세계의 3대 소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47년 구소련군 하사관이었던 미하일 칼라시니코프에 의해 개발, 제작되어 올해 60주년이 되었다. AK계열 소총은 지금까지 약 1억정까지 만들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M-16계열 소총의 생산량이 1000정 정도 되니 AK의 압도적인 우위라고 할 수 있다.




AK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는 바로 ‘고객’이란 키워드다. AK의 스펙이나 품질, 활용도를 보면 ‘고객지향의 결정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거대 시장을 창출해 내는 가치혁신이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것을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AK만큼 가치혁신적인 제품이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우선 AK는 글로벌 브랜드다. 기사 내용을 살펴보자. “개발국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베트남 이란 이라크 스리랑카 이집트 알제리 그리고 동유럽 국가들과 아프리카 공산국들과 북한까지, 공산 진영 군대 중에 AK를 안 쓰는 곳은 찾기 어렵다. 정규군만이 아니다. 승리에 환호하며 허공에 총질을 해대는 게릴라들 손에, 서방에 으름장을 놓는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에 등장하는 총도 언제나 AK다.”




‘고객만족은 현장에 있다’, ‘현장이 답이다’라는 경영의 경구가 있듯이, AK와 M-16의 개발자 이력도 제품개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 서비스의 완성도가 얼마만큼 현장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실제적으로 그 내용을 반영하어 만들어 내는 능력에 있듯이, 해당 담당자 즉 핵심인재의 통찰력과 고객의 마음을 간파하는 현장 감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승승장구하는 이 러시아 구식 소총을 보면서 한 가지 소박한 의문이 들 수 있다. 러시아가 총기 경쟁의 정상에 오르는 동안 미국 영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들은 뭐 했나? 간단하다. 걸작 소총은 과학이나 기술만으로 탄생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전쟁터 말단 소총수가 정말로 필요한 총이 무엇인지를 꿰뚫는 동물적 감각까지 있어야 한다. AK는 그런 ‘실전적’ 감각의 산물이다.“




개발자의 개인별 환경도 비교해 보자. 기업의 인재경영이란 조직원들의 개별상황과 장단점 파악이 선행되어야 하며, 기업이 요구하는 제품, 서비스 원칙과 부합하는 직무를 제시해 주어야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개발 동기와 개발자 스타일부터가 딴 판이다. 현재도 생존해 있는 AK개발자 미하일 칼라시니코프(87)는 어릴 때부터 기계 만지는 천재였고 철도기술자로 일했으며 탱크부대 부사관으로 복무하다 독일군 총에 맞아가며 전쟁을 몸으로 겪었다. 중졸 학력인 그는 ‘농촌출신 문맹 사병’을 기준으로 놓고 총을 만들었다. 이에 비하면 1957년 M-16을 개발한 유진 스토너(97년 사망)는 2차대전 때 미 해병대 비행기 정비병으로 일하며 정교한 비행기 기술부터 익혔던 사람이다. 제대 후 아말라이트사社에 들어간 그는 늘 다루던 비행기 제작용 알루미늄 합금을 총에도 응용한 끝에 가볍고 정밀한 M-16을 만들어낸 것이다.”




전쟁이라는 상황을 ‘시장’이라고 설정하고 각각의 품질에 대한 평가도 들어보자. 우선 내구성의 효율성에 대해서 비교해 보자. 얼마 전 어느 기업의 비즈니스 자문 건으로 미팅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진행하고자 하는 서비스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나서 고객이 있는 현장과 괴리된 ‘책상머리 경영’이란 판단이 들었다. “강철과 목재로 만들어진 AK는 무게 4.3㎏으로, 알루미늄 합금과 플라스틱을 주 재료로 만든 M-16(2.89㎏)보다 무겁다. 그 대신, 거칠게 다뤄도 끄떡없다. M-16은 비좁은 몸통 내부에 정밀 기계처럼 부품들이 꽉 차있는데, AK의 상자형 몸통 내부는 좀 과장을 보태면 ‘텅텅 비었다’. 고장 나려야 고장 날 데도 없다. AK 사용자들이 만든 인터넷 유머엔 이런 게 있다. “진흙 속에 일주일 처박아 둔 AK는? 몸통을 열고 세 번만 턴 뒤 발사하라. 총알이 나간다. 진흙 속에 일주일 처박아 둔 M-16은? 갖다 버려라.”




성능에 대한 평가를 해보자. 품질이란 과잉이나 미달도 모두 문제가 되며, 고객이 원하는 만큼 즉 적정품질을 잘 알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상황에서도 핸드폰 단말기의 과잉품질 같은 경우 고객 측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문제로서, 그나마 최근 고객의견을 반영하여 핵심기능만 탑재된 저가폰이 등장하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AK는 명중도도 낮다. 총 자체의 정밀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특성은 명중도를 희생해서라도 ‘단순하고 튼튼하고 신뢰도 높은 총’으로 만들겠다는 선택의 결과다. 실제로 베트남 정글전에선 평균 교전 거리가 수십 미터였다. 2003년 이라크 전에서도 평균 80m거리에서 총질을 해댔으니 다소 낮은 명중도는 문제가 안 된다. 그보다는 실전에서 고장 없이 발사되는 ‘신뢰도’가 몇십 배, 몇백 배 중요하다. 신뢰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베트남전에서 너무나 드라마틱하게 나타났다. 베트콩의 AK총탄 세례에 맞서던 미군들은 무덥고 습한 정글의 흙탕물을 못 견딘 M-16이 작동불량으로 멈추는 순간, 죽음 같은 패닉을 경험했다.”



지속적인 수익창출을 위해서는 고객을 잘 알아야 한다. 고객을 잘 알기 위해서는 고객의 모든 것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마치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런 마음을 가지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선명하게 보이며, 그것이 바로 기업의 성장 동력을 만들 핵심 상품,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사격장 100m 표적지 맞추기 게임을 하면 M-16이 AK를 누를 확률이 높다. 하지만 피와 살점이 튀는 전쟁터에 내동댕이쳐진 병사의 손에 쥐여 줄 무기라면 정답은 AK다. 무조건 정밀하고 성능 좋게 하는 대신, 전쟁터의 요구(needs)에 정확히 부응해 가장 필요한 만큼만 성능을 갖추게 한 ‘성능의 경제’가 AK 신화를 만들었다.”




구글이 골리앗 야후를 제친 핵심 키워드는 바로 ‘고객’이다. 구글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잘 알았고, 그것을 구현해 냈다. 기업의 크고 작음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게 한 원동력은 고객이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혁신가의 꿈이자 희망인 것이다.
한국적인 그리고 한국의 CEO 문화와 트렌드를 연구하는 한국CEO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CEO 커뮤니티인 다음카페 IamCEO의 대표시삽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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