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는 한 달에 한 번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 이른바 ‘저자와의 만찬’이다. 매월 국내외 유명 저자를 초청하여 한국경제신문사의 인터넷 매체인 한경닷컴 회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책의 향기와 인생을 나누는 모임이다. 지금까지 초대된 저자들을 살펴보면 최근 ‘남한산성’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김훈 작가를 비롯하여 뉴욕 세계사진센터(ICP)에서 아시아 작가 최초로 개인전을 개최한 세계적 사진작가인 김아타, 일본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나카타니 아키히로, 강금실 변호사, 이덕일 역사학자,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행사의 시작 동기는 이렇다. 저자와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원하는 독자들의 요구사항에 대한 부응과 출판사의 도서홍보에 도움을 주고자 기획을 하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성이 서로를 사랑하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면 그 내면이 확연히 보이듯, 책을 좋아하고 출판계를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니 일상의 경험과 지식들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워렌 버핏과의 점심식사 자선경매’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이 행사는 기부금 조성을 목적으로 매년 온라인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eBay)를 통해서 진행되며, 낙찰자는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 버크셔 헤더웨이 회장과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기존 도서홍보와는 차별화 된 그리고 명사에 부합하는 품격과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던 중, 이 기사를 보는 순간 유명 저자들을 초청해서 독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행사도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워렌 버핏이 유명저자로, 경매낙찰자가 만찬의 당첨자로 대체된 것이다. 비즈니스의 세계에도 이런 방법으로 유망한 사업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잘 나가는 A라는 아이템과 서로 다른 B라는 아이템의 핵심 경쟁력만을 추출시켜 융합을 시키면 의외로 시장성 있는 퓨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비즈니스를 직접 해 보니 실행(action)의 중요성을 몸소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우주를 넘나드는 대단한 아이디어라도 머릿속에만 있으면 무용지물이다. 일단 실천을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며, 직접 경험하고 얻은 지식만이 정말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 실행 단계에서는 바닥 세계를 경험하는 일도 많다. 많은 이들이 바닥을 두려워 하지만, 그 곳에서 획득한 체험과 지혜가 평생 밥벌이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때로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얻은 새로운 깨달음이 커다란 희열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기존에 없던 일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은 마치 ‘허허벌판에 혼자 남은 자의 외로움’ 같은 느낌이다. 두렵고 또 두렵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고 다양하게 방법을 찾다보면 해결책이 보인다. 사람이 하는 일이란 어떤 식으로든지 신께서 해결점을 주신다고 믿고 있다. 몸소 수차례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부딪치다보면 어렴풋이 해결의 윤곽과 실마리가 떠오르게 된다. ‘저자와의 만찬’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멀리 남도지방에서 올라온 고3 여학생이나 젊은 신혼부부 같은 경우 그들에게 성공의 열쇠가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저자와의 만찬’도 그리고 필자가 추구하는 비즈니스도 늘 새로움에 도전하면서 만든 결과물이다. 비즈니스 초기에는 고난과 어려움에 고통스럽고 힘들어 했지만, 지금은 난제가 생기면 ‘즐거운 문제풀이’로 인식하고 대처하고 있다. 필자가 대학 초년시절부터 경구로 삼았던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에서 얻은 지혜다.




초청명사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겸손, 긍정, 열정, 용기’ 등을 느낄 수 있다. 삶도 단순(simple)한 모습으로 만들어 집중과 선택을 용이하게 한다. 낯빛도 부드럽고 그윽하다. 만찬에 참석하러 길을 나설 때면 늘 직장 초년병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은 샐러리맨 생활을 벗어났지만 이런 일을 주관하게 된 위치에 있는 것을 신께 감사하며 지인들께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행복이 충만한 마음을 가지고 명사들과 만나며 그들의 힘찬(powerful) 에너지를 느끼고 얻을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1999년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와 ‘3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를 발표하여 국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화제의 저자인 나카타니 아키히로를 초청하여 얼마 전 만찬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에게 존경하는 CEO에 대해서 물었더니, 답변은 의외였고 사뭇 충격적이었다. “제가 존경하는 경영자는 아주 작으며 오랫동안 존속하려고 노력하는 기업의 CEO입니다. 그들은 책도 저술하지 않고, 언론에 소개되는 일도 없을 겁니다. 회사를 더 크게 만들자는 유혹에도 굴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업을 더욱 탄탄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존속하게 만드는 것이 경영자의 책무라고 생각하니까요. 100년이 지난 후 비록 그 경영자가 세상에 없더라도 남은 종업원과 그 가족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요.”



이어서 그는 생명이란 신에게 잠시 빌린 것이라며 나중에 다시 신께 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생명이란 마치 가게에서 비디오를 대여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인간의 수명이 80년이라면 그동안의 대여료도 엄청날 겁니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대여료를 대신 갚는 일입니다. 그러니 선한 일에 보답이 없다고 실망하거나 노할 이유가 없습니다. 남을 도와주는 일은 신이 우리에게 부여한 사명입니다.”




작고 적음에 만족하지 못해 거대함과 탐욕을 추구하는 우리 세태와, 타인의 아픔과 어려움에 손 잡아주지 못하고 오히려 냉소와 질시를 보내는 건조의 시대에 경종이 될 말이다.

(출처) 머니투데이
한국적인 그리고 한국의 CEO 문화와 트렌드를 연구하는 한국CEO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CEO 커뮤니티인 다음카페 IamCEO의 대표시삽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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