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천지간에 살면서 귀히 여기는 것은 성실한 것이니 조금도 속임이 없어야 한다. 하늘을 속이는 것이 가장 나쁘고, 임금을 속이고 어버이를 속이는 데서부터 농부가 농부를 속이고 상인이 상인을 속이는 데 이르기까지 모두 죄악에 빠지는 것이다.”-정약용

 

김승규 전 국정원장은 법무장관 시절 우리나라의 대표 범죄로 ‘위증, 무고, 사기’를 꼽았다. 인구비율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비교로도 2003년 우리나라의 위증범죄는 일본의 16배, 무고는 39배, 사기는 26배나 많았다는 것이다. 위 세 가지의 공통점은 ‘타인을 속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타 선진국보다 거짓말을 잘하고 남을 잘 속인다는 얘기가 된다.

 

정부, 기업, 개인 등 사회 전반에 속임수 투성이다. 최근 조사 결과 상당수 김치 냉장고의 실제 김치가 들어가는 양은 제품 안내 책자 표기 용량의 40∼60%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육점에서 젖소를 한우로 둔갑시켜 판매하고, 식당에서 수입산을 한우로, 그리고 한우등급을 속여서 팔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사 기름값에서부터 아이스크림 가격까지 기업들의 각종 담합행위에 대한 감시와 적발을 확대해가고 있다.




코스닥의 일부 기업들이 자원개발을 테마로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지만, 실제로 내용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개미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의 경우 타인을 속여서 비즈니스를 하거나 재화를 취득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으며, 그것은 마치 자살행위와 다름없다. 해당 기업이나 개인은 강력한 처벌을 받으며 즉시 사회와 조직에서 매장되어 사라지게 된다.

기업인이나 정치인의 거짓말이 발각되면 바로 해당 조직에서 퇴출된다. 잘못은 용서해도 거짓말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문화적 전통이다. 권력자와 리더의 거짓말은 일반인의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

 

미국의 거대 에너지기업 ‘엔론’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엔론은 6억 달러 규모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2001년 12월 2일 파산했다. 더불어 회계부정과 조작을 도운 회계감사 기업인 아더 앤더슨도 엔론과의 밀착과 자체의 부실회계가 드러나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엔론사태가 9·11 테러보다 미국경제에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평가하고 있다.

 

엔론 파산신청 직전 회삿돈을 빼돌린 케네스 레이 전 회장 등 경영진도 개인적으로 파멸에 이르렀다. 레이 전 회장은 재판 도중 사망했다. 제프리 스킬링 전 최고경영자는 24년4개월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엔론과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거대 통신기업인 월드컴 회계부정과 관련해 전 회장 겸 CEO인 버나드 에버스(65)에게 징역 25년형이 선고됐다. 이 형량은 미국 기업비리와 관련한 사건 가운데 가장 무거운 것으로 그의 나이와 심장병 등 건강상태를 감안하면 사실상 종신형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영자에 의한 분식회계, 배임,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고 언론에 거론되고 있다. 왜 우리나라가 유독 남을 많이 속이고 거짓말의 천국이 되었을까. 필자는 현대사를 겪어오면서 비정상성(비상식)이 정상성(상식)을 압도하고 다시 그 비정상성이 사회적인 대세와 흐름으로 고착 되었다는 점을 그 원인으로 들고 싶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권력을 잡고 그 권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속임수, 감언이설로 대중을 속여 왔다. 그러나 권력 자체에는 면죄부를 부여하는 비상식이 대한민국을 속임수와 거짓말의 천국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2004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기업 CEO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43.3%가 CEO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결단력’을 선택하였다. 이어서 성실성, 도전정신, 친화력, 카리스마 등의 순이었다. 도덕성, 윤리의식은 5위 안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기업이 쇠퇴하게 되는 것은 외부적인 요인보다도 CEO의 탐욕, 양심, 도덕, 윤리, 정직 등 기본과 원칙을 크게 상실 했을 때 그리고 그것이 정도경영의 부재, 의사결정의 부실화, 관련 법규의 위반, 회계부정이라는 불씨가 전화되어 거대한 폭발력으로 한 순간에 기업이 기울게 되는 것이다.

 

미래의 CEO가 되고자 하면“자신을 속이는 것은 자신을 버리는 것(自欺自棄)“이라는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신을 속이는 것은 본인과 이웃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피해를 주는 부도덕한 행위이며 인간의 고결한 가치인 양심을 파는 것이다.




21세기에는 ‘양심’이 최고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양심이야 말로 이 시대를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아보려는 가장 혁신적인 사고인 것이다.




(출처) 머니투데이
한국적인 그리고 한국의 CEO 문화와 트렌드를 연구하는 한국CEO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CEO 커뮤니티인 다음카페 IamCEO의 대표시삽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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