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영구루 윤석철 교수와의 만남

입력 2005-10-21 17:13 수정 2005-10-22 15:44

 





 

 

 

 

 

 

 

 

 

 

 

 

 

소박한 고별식




지난달 29일 서울대 SK경영관에서는 윤석철 서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의 정년퇴임 고별강연이 있었다. 필자도 이 자리에 참석을 했으며, 윤 교수는 '테니슨과 워즈워드의 시를 통한 인생 및 기업탐구'라는 주제의 강연을 했다.




식순도 윤 교수의 요청으로 약력 소개조차 하지 않고 곧바로 강연이 시작되었다. 실내에는 32년간 교직생활을 한 노교수의 고별강연 이라고 하기엔 너무 소박하다 못해 화환 하나가 장식의 전부였다.




그는 영국의 계관시인 테니슨(A. Tennyson)의 '참나무(The Oak)'라는 시를 통해서 인생의 사계와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바를 제시하고자 했다.




우리가 깨어나야(sober) 할 것




먼저 ‘sober’란 단어를 언급하면서 우리가 깨어나야(sober) 하는 대상은 무엇인가를 설명했다. ‘sober’는 술, 환상, 유혹 등에 취해 있는 상태에서 깨어나 바른 정신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 한다.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윤 교수는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바로 그 모습이 ‘sober’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참석한 대학생들에게는 젊은이들이 큰 좌절감을 느끼는 것은 일확천금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새가 둥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1,000번을 나가서 나뭇가지를 물어와야만 하는 자연의 이치를 알게 되면 일확천금의 환상에서 ‘깨어날 수’ 있지 않을까 말했다.




또한 논어의 불혹(不惑)을 언급하면서, 공자도 40세에 ‘깨어남’을 터득한 것이 아닌가 말하면서, 자신은 항상 ‘sober’란 단어를 머릿속에 담고 있으니까 이것이 ‘sober’로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깨어남’을 극복하지 못해서 실패한 사례로 스타의식으로 오빠부대에 취해 있던 이동국, "하면 된다"의 의지로 금을 만들려던 연금술사들과 대기업 경영자들, ‘일류의식’, ‘대마불사 의식’에 빠져있던 새한, 대우 등의 기업, "한탕에 실패하면 낙오자다"라는 좌절감에 자살하는 젊은이들을 언급했다.




발가벗은 힘(naked strength)의 가치




'발가벗은 힘(naked strength)'이란 일정 지위나 상황 때문에 만들어 지는 힘이 아니라, 본래적으로 내재되어 있어서 일정기간이 흐른 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힘을 의미한다.




윤 교수는 그 사례로 링컨의 1863년 게티스버그 연설이 비록 2분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아직 까지 우리에게 회자되고 있는 사실과 수에즈 운하 개통 경축용으로 만들어 졌지만 작품 자체의 '발가벗은 힘'으로 인해 불후의 명곡이 된 오페라 ‘아이다’의 사례를 소개했다.




또한 '발가벗은 힘'을 가진 기업의 경우로 농심을 들었다. 지난 10년간 가장 주가 상승률이 높은 기업은 삼성전자(8배)가 아닌 농심(13배)이라고 말하면서, 이것은 저렴한 가격에 시원한 국물맛 등의 큰 가치를 제공하는 농심 라면의 ‘발가벗은 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이론인 '생존 부등식'을 가지고 ‘발가벗은 힘'을 설명했다. 그는 기업의 경우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V)가 가격(P)보다 더 큰 제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가치에서 가격을 뺀 크기(V-P)가 ‘발가벗은 힘'이며, 소비자들이 제품의 가치(V)가 가격(P)보다 크다고 느끼는 한 그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그것들에 내재되어 있는 힘, 시에서 표현된 것처럼 ‘마침내 나뭇잎 모두 떨어지면(All his leaves / Fall’n at length)‘의 상황에서도 버텨낼 수 있는 힘, 즉 ‘발가벗은 힘’이 있었기에 그것이 현재도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사람의 경우에도 보직을 물러난 후에도 남아 있는 힘 즉, 존경, 실력, 인격 등이 바로 ‘발가벗은 힘’ 이라고 언급하면서, 인간적인 아름다움(美), 자기희생, 헌신적 생활 태도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여운 그리고 우리의 화두




마지막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는 우리에게 여운을 남기면서 3가지 화두를 던졌다.




나는 어떤 착각(유혹)으로부터 ‘sober’ 해야(깨어나야) 하나?

나는 ‘naked strength’를 기르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나의 생존부등식(V>P)이 만족되고 있나?




그리고 취업을 앞둔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받는 월급만큼 일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지 말라. 월급의 수십배, 수백배 만큼 노력해야 ‘naked strength’가 쌓이지 않겠는가.”




그는 이 날 강연에서 문학, 사회학, 철학, 천체학, 물리학, 경영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내용으로 청중의 큰 갈채를 받았다. 윤 교수는 마지막으로 32년간 교수생활을 하면서 매년 벽돌을 한 장씩 쌓는 마음으로 임했다는 말과, 본인도 ‘발가벗은 힘’을 가진 학자로 남고 싶다는 심경을 토로하였다.




한국 경영학의 구루 윤석철 교수




어느 분야이든 늘 최고의 전문가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구루(Guru)라는 호칭을 쉽게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인문학과 경영학의 화해와 조화를 이룩한 윤석철 교수야 말로 우리 경영학계의 큰 구루라고 부를 수 있다.




그는 2003년 7월 장진기언론문화상 수상식의 연설을 통해서 “종업원에게는 기쁨을, 소비자에게는 만족을, 기업에게는 이윤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일을 기획하고 설계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기업경영이 어렵고 따라서 일에 대한 탐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런 3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일의 탐구 그것이 경영학의 학문적 목표다.”라는 소감을 피력하였다.




국내 경영학계의 고전으로 칭송받는 명저인 ‘프린시피아 매내지멘타(Principia Managementa)’는 집필기간 10년, 이론구성과 소재축적 및 사례정리에 10년 등 총 20년이 소요된 저서이다. “오늘날 번성을 누리고 있는 종들은 과당경쟁이 없는 황무지를 찾아 그것을 개척하는 전략을 택했다.” “프런티어 정신의 반대는 ‘나도 따라하기’ 이다.” 그의 사상을 쫓아가다 보면 지금의 ‘블루오션 전략’이 그의 진화론에 영향을 입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한다.




그는 ‘현상’에 집중하고 있는 이들과는 달리 ‘본질’을 탐구하였다. 자연의 진리를 알고 그로부터 겸양을 배우며, 자연으로부터 주어진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고 성실하게 가꾸어 나감을 깨닫고 실천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사회와 가치를 주고받으며 상생하는 기업의 올바른 모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가르쳤다.

 



또한 그는 학기 중에는 학생들에 대한 강의에 전념하기 위해 일절 외부강연을 하지 않았고, 1년에 수권의 책을 출간한다고 자랑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10년에 겨우 한 권씩 책을 만들었다.




윤석철 교수의 정년기념 고별강연회는 크게 알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석을 했고, 강연이 끝난후 전원 기립박수로 노교수의 그동안의 노고와 떠남을 아쉬워 했으며, 수줍어하며 앉으라고 권하는 가슴 훈훈한 장면 앞에 우리의 경영구루가 거인처럼 우뚝 서 계셨다.




이 땅의 경영자들에게




윤 교수는 21세기 경영자가 늘 염두해야 할 것은 바로 기본과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지혜이며, 기본에 충실하며 과욕을 부리지 않는 과유불급의 지혜를 가진 기업의 발전은 진리이며, 이는 역사를 통해서 증명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경영자는 한정된 자기분야를 초월해 관련영역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지적 시야의 확장을 필요로 하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말한 지혜, 정의감, 강인성, 절제력을 경영자가 갖춰야 할 4가지 덕목이라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자기를 믿고 따르는 수동적 다수의 수용과 존경을 받아야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에서 형제간의 피튀기는 경영권 다툼과 분식회계, 편법증여의 논란이 되고 있는 지금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모든 CEO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






The Oak




Live thy Life,          젊거나 늙거나

Young and old,         저기 저 참나무같이

Like yon oak,          네 삶을 살아라.

Bright in spring,        봄에는 싱싱한

Living gold;            황금빛으로 빛나며

Summer-rich           여름에는 무성하지만

Then; and then         그리고, 그리고 나서

Autumn-changed        가을이 오면

Soberer-hued           더욱 더 맑은

Gold again.             황금빛이 되고

All his leaves           마침내 나뭇잎

Fall’n at length,         모두 떨어지면

Look, he stands,        보라, 줄기와 가지로

Trunk and bough        나목 되어선

Naked strength.         발가벗은 저 힘을
한국적인 그리고 한국의 CEO 문화와 트렌드를 연구하는 한국CEO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CEO 커뮤니티인 다음카페 IamCEO의 대표시삽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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