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학 영문과에 합격한 K양. 오리엔테이션에 이어 첫 미팅을 다녀왔다. 신나는 세월을 실감하면서 시험때문에 짓눌렸던 고교시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임에 얼마나 안도하고 있는지…. 매일 매일은 더 이상 좋을 수 없었다.

이제는 마음에 드는 남자친구, 미래의 남편감만 구하면 될 일이었다. 만사형통의 인생 앞에는 한가지 숙제만 남은 셈. 그렇다. 좋은 신랑감만 구하면, 그래서 좋은 가정꾸리고 좋은 애들 낳고, 그렇게 되면 행복한 가정이 되지 않겠는가.

키 크고, 늘씬하고, 잘 생긴, 돈 많고, 자신에게 잘 해줄 신랑감 어디 없을까?

꽃 피는 봄이 지나고, 신록이 무르익을 때에도, 정열의 계절, 여름이 지날 때에도 자신의 조건에 맞는 남자는 생기지 않았다.

2학기가 시작됐다. 현실에 차츰 눈을 뜨면서 자신이 그렸던 신랑감에 대한 생각도 약간씩 벽이 허물어져 갔다. 그럴즈음, 늙은 동급생이 하나, 둘 늘어났다. 군대를 마치고 복학한 선배들이 동급생이 된 것이었다. 물론 그들 중에는 당연히 신랑감은 없었다. 처음에는 그랬었다.

그런데 어느 날 화장실 입구에서 만난 동급생 선배에게 "어? 형. 남대문 열렸어."
귀 밑이 빨개지며 허둥지둥 사라지는 그 선배를 보며 "원, 칠칠맞기는…." 했던 그 선배와 2학년 2학기 때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애인으로 발전했다. 그 선배는 성실하고 공부를 잘했다. 따뜻하고 자상함은 감히 따를 자가 없을만 했다. 많은 조건은 인간적인 면 한가지에로만 귀일한 것이었다.

3학년 2학기가 되고 가을의 문턱을 넘어섰을 때 결혼을 했다. 4학년 겨울의 입구에서 첫 아이가 생겼고 남편은 씨티은행에 취직이 됐다. 그들 동급생들 사이에 너무나 유명했던 러브스토리는 세월이 흐르면서 삶 속에 묻혀졌고 점점 잊혀져 갔다. 그랬던 것이 이혼얘기가 나오고 파경에 이르면서 "그럴 수 있을까?"라며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다.

K양의 명은 을사(乙巳)년, 기묘(己卯)월, 갑자(甲子)일, 무진(戊辰)시.
남편은 기축(己丑)일, 갑술(甲戌)시.

두 사람의 일주(日主)는 갑기(甲己), 자축(子丑) 모두 합(合)이 되어 천합지합(天合地合)이다. 생일은 갑무(甲戊), 진술(辰戌)로 충(沖)이 된다. 천극지충인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가정은 깨어지고 이혼은 필수라고 할 만하다. 여자는 관성(官星, 남편별), 남자는 재성(財星, 처의 기운)이 희박하다. 기축은 이른바 썩은 기운에 해당한다. 특히 좌하(坐下)축은 배우자 기운의 이지러짐을 나타내고 있다.

어지간한 마음 공부없이는 배우자의 흠을 눈감기 어려운 법이다. 생일이 K양은 남자의 기운이고, 남편은 여자의 기운이다. 이럴경우 남자가 여자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참고 살아야 살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K양은 시상편재(時上偏財)요, 남편은 시가 스님의 기운에 해당하는 점이다. 추구하는 바가 천양지차로 벌어지니 같이 살기는 불가능하다.

K양이 영어강사로 학원에서 명성을 얻고 과외로 돈을 잘 벌자 키 크고 늘씬한 총각들이 줄(?)을 섰다. 돈 벌고 쓰는 재미에 남편은 쫌팽이(?)로 보였으며 가정은 차츰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잔소리 많은 꼴보기 싫은 시어머니를 보지 않는 후련함은 이혼의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