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갑신(甲申)일, 정묘(丁卯)시, 아픔많은 인생

<온양에 투자 좀 하십시다>
돈이 어딨노?
<집을 팔아서라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아들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겨놓은 집을 팔아서 자신의 몫으로 해두고 싶었다. 모(母)는 이를 눈치채고 <안된다>로 일관했다. 모(母)는 아들의 (온양은 서울과 가깝고 서해안 개발과 천안의 발전을 잇는 요충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주장이 일리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두 딸이 아직 어렸다. 자라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으므로 두 딸이 시집 갈 때까지는 집을 지니고 있어야만 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모·자(母·子)간의 실랑이는 계속 됐다. 아들은 속이 상했다.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갔고 모(母)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아들은 직장 생활에 권태를 느껴 그만두고 싶어졌다. 그런 흐름속에 부(父)의 기일(忌日)을 맞게 됐다. 아들은 부(父)의 산소를 찾았다. 산소에서 마시기 시작한 술은 동네 어귀로 까지 이어졌다. 차에 올랐을 때는 정신이 오락가락 했다. 대취한 것이었다. 토할 것 같아 중간에서 내렸다. 비틀거리며 한참을 걸었다. 주위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정지! 암호!>
어라? 뭐야, 이 새끼들.
아들은 심사가 뒤틀렸다.
<암호!>
웃긴다. 야, 임마. 암호는 무슨 암호냐?
나 북(北)에서 왔다. 어쩔건데?
시비조로 바뀌었고 허리띠를 잡혀 초소로 끌려간 아들. 초소의 병사들은 허리띠를 풀어 아들의 손목을 뒤로 잡아 채 묶었다.

<북에서 뭘 하러 왔어!?> 심심하던 차에 잘 걸렸다고 생각하는 듯 병사들은 놀리면서 구둣발로 정강이를 걷어찼고 방망이로 툭툭 치기도 했다.
<야, 이것봐라. 진짜 이상한 놈이네>
소지품을 검사하던 병사가 말했다. (특별수사관)이라는 증(證)이 나온 것이었다. 조회에 들어갔고 관계기관에서는 (그런 사람 없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아들이 정신을 차린 곳은 수도육군병원. 어디를 얼마만큼 얻어맞았는지 온 몸이 쑤셨다. 몇 개월이 지나고서야 퇴원을 했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이상한 사람이 돼 버렸다.

<길에 나뭇가지가 늘어져서 갈수가 없다>며 문밖을 나서면 손을 휘이휘이 저으며 가지 치우는 시늉을 했다. 한 번은 밥상을 받더니 <냄새나는 마귀할멈이 숟가락 들고 덤빈다>며 상을 엎어버리고 방문 밖을 나서다가 기절해 버렸다. 동네사람들은 <미쳤다>며 수근댔다.

그 아들의 생일은 갑신(甲申), 생시는 정묘(丁卯)였다. 갑신일주에 정묘시는 자신 또는 후손의 불구가 많고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쓸데없는 욕심으로 성공하는 듯 하다가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다치는 것은 자신의 무지때문이며 큰 실패는 지나친 욕심의 결과인 것을 잊고서 남 탓하는 것을 많이 본다. 배려, 특히 가족에 대한 배려는 사람으로서의 본질적인 바탕이 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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