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항공기내의 포스코상무 폭행사건, 남양유업의 대리점주와의 갈등 등으로 인해 갑을(甲乙)관계에 대해서 말이 많습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수면 아래에 가려져있던 각종 갑을관계가 뉴스거리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이런 갑을 문제가 새삼스럽게 이슈가 되었을까요? 그동안 없었던 문제들이 최근에 터진 걸까요? 이런 문제가 최근에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닙니다.

  이런 현상은 그동안 갑에게 눌려 지내왔던 을이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고 반발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동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참고 지냈던 인내심이 한계를 느끼고 일어난 일입니다. 마치 막다른 골목의 쥐가 고양이에게 대항하듯 말입니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인내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참고 참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정면으로 대들기도 합니다.

  여기에 나오는 갑을관계에서 갑을은 하늘의 움직임을 상징하는 10가지 기호인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 즉 천간(天干)에서 나온 것입니다. 여기에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 땅의 변화를 상징하는 12지지(地支)와 짝을 이뤄서 갑자년에서 계해년까지 육십갑자, 즉 줄여서 육갑, 한바퀴 도는 것을 환갑(還甲)이라고 합니다. 옛날 선조들은 복잡한 세상이치를 육십갑자로 상징화 했습니다. 이것의 핵심은 세상은 돌고 도는 순환과 변화의 연속이라는 것입니다.


  호가호위(狐假虎威)란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威勢)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으로, 남의 세력(勢力)을 빌어 위세(威勢)를 부린다는 말입니다. 전국책 초책<楚策>에는 기원전 4세기 초, 중국의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선왕이 위(魏)나라 출신의 신하인 강을(江乙)에게 북방 강대국들이 초나라 재상 소해휼(昭奚恤)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묻는 대목에 실려 있습니다. 강을은 여우와 호랑이의 고사를 인용하여 그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 즉, 짐승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여우가 아니라 그의 뒤에 있던 호랑이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북방의 여러 나라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재상 소해휼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선왕의 군사들을 비유한 것입니다.

  실제 우리사회에서도 이런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실력도 없으면서 자기가 다니는 회사를 등에 업고 하청업체에 큰소리치는 사람, 자신의 배경만을 믿고 거만하고 무례하게 행동하면서 주위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번 갑을관계문제는 본인을 다시 뒤돌아보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겸손하게 대해야 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돌고 돕니다. 결혼 후 집안의 재정을 책임지면서 갑이 되어서 서슬이 퍼렇게 큰소리치던 남편도 직장 퇴직하면 집에서 아내 눈치 보는 을이 되고, 사업이 잘되어서 여러 하청업체를 호령하던 기업체도 경기가 침체되면서 을이 되기도 합니다. 모두들 갑이 되려고 을의 자리에서 서러움을 참고 견뎌 어렵게 갑의 자리에 오르기도 하지만 어느새 을이 되고 맙니다.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습니다. 모두가 자기위치에서 분수에 맞게 행동한다면 갑과 을의 구분이 따로 없이 서로가 상생(相生, Win-Win)하는 그런 멋진 세상이 될 것입니다.
ⓒ최기웅130624(kiung58@empal.com)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 HRD를 공부했으며, 쌍용자동차 총무팀장, 인재개발팀장을 거쳐 현재 영업서비스 교육팀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감성 칼럼니스트'로 사내외에서 리더십, 변화관리, 고객만족 등의 다양한 강의활동해오고 있다.
지은책: 내 마음의 한그루 感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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