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공모제의 허와 실

역량 있고 도전적인 A대리의 고민

A대리는 지금 자신의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 상사와 선후배는 매우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고 팀 분위기는 타 팀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지만, 단순하고 일반적인 반복 업무이기 때문에 흥미와 자부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좀 더 중요하고 도전적인 업무를 희망하지만, 팀의 R&R과 안정지향적인 구성원의 특성을 볼 때, 현 팀에서의 도전업무를 찾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회사와 조직문화가 마음에 들어 다른 회사로의 이직은 생각하지 않고 있었지만, 계속 이 업무를 한다면 갈수록 정체되어 경쟁력이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생겼다. 팀장에게 다른 도전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였지만, 팀장은 사원 1명, 대리 1명, 그리고 전부 차장 이상인 현 팀원의 구조를 볼 때, B사원이 A대리의 일을 담당할 수준이 되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한다. 현 상황은 이해되지만, 이렇게 재미없이 정체되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회사는 상사 간의 승인 없이는 다른 부서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A대리는 요즘 성장은 고사하고 매우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많은 회사는 구성원에게 창의, 도전, 유연, 합리성, 국제화 역량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들이 인사제도는 물론 기업 활동에 내재화되어 실천되고 있는 회사는 그렇게 많지 않다. "Creative"하며 "Challenge"하는 인재, 자신의 Career는 자신이 개척할 수 있는 조직문화, 이질적인 사람들이 상호 자극을 받는 가운데 창의성을 키워가는 회사는 적다. 많은 기업들이 업무 중에 Challenge할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한 많이 준비하여, 경험을 통하여 성장하라고 한다. 그러나, 개인 혼자 자기계발을 통해 성장해 가는 것은 한계가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업무가 현재 하는 업무와 일치되지 않을 때의 갈등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회사는 구성원의 자발적이고 도전적인 동기를 끌어내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활성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한 제도가 ‘사내공모제’이다.

사내공모제란?

사내공모제의 목적은 ①개인의 의욕 존중, ②조직의 인재요구에의 대응, ③적재적소 배치의 촉진 이다. 사내공모는 1년에 1~2번의 응모 공고를 내어, 이에 응모하는 직원들에 대한 심사와 면접을 통해 직원과 조직이 희망에 부합하는 직원을 옮겨주는 제도이다. 물론 응모한 전원이 새로운 업무로 옮겨가는 것은 아니다. 조건에 부합되는 직원에 한해 이동하는데 통상 이동하는 직원은 지원자의 30~40%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사내공모에 응모할 수 있는 대상자는 통상 다음 요건을 만족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1. 회사의 정규직 직원으로 현 직무경험 또는 근속년수 2년 이상인 사람

  2. 자신의 능력에 맞는 업무를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

  3. 하나의 일을 완수하고 새로운 테마를 생각하는 전향적인 사고의 사람

  4. 자기계발 등으로 쌓은 능력을 새로운 업무에 살려 경험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사람이다.


사내공모제는 회사의 니즈도 있지만, 지원하는 본인의 도전 의욕을 보다 중시하는 제도로서, 현 직무 또는 상사와의 갈등은 가능한 배제하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집중한다.

사내공모제는 사내 게시판에 희망직무와 직급 등에 대한 공지에 따라 개인이 신청하면, 개별 서류 심사와 해당 조직장의 면접이 이루어지고, 합격자에 한하여 현 소속 부서장에게 통보가 된다. 합격된 지원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3개월 이내에 이동하고, 이전 조직의 인원 충원은 그 해에는 없도록 한다.

사내공모는 크게 2가지 형태로 진행할 수 있다. 공석인 상태의 포지션에 대한 사내공모와 직무를 정하지 않고 지원자가 희망하는 직무에 대해 서류 심사와 면접을 통해 확정하는 사내공모제가 있다. 이 제도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비밀유지이다. 소속 상사가 사전에 알고 반대하면 사내공모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직원들의 Challenge의욕을 존중함을 최대의 목적으로, 응모는 직원들의 자유의사에 맡겨야 하므로, 상사는 직원이 응모한 사실을 알 수 없어야 한다. 또한, 사내공모에 의한 이동은 소속 조직장의 양해 없이 결정되어야 한다. 도전 의욕이 강한 직원은 소속 조직장 입장에서는 놓아 주고 싶지 않은 우수한 직원이 대부분이다. 회사가 사내공모를 이용하여 넓은 Career를 쌓아 여러 직무를 경험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3개월 이내에 합격 부서로 이동은 철저한 룰로 가져가야 한다. 이것이 무너지면 사내공모제는 유명무실하게 된다.

사실 사내공모에 응모하는 직원 중에서 가장 많은 층은 입사 5~6년차이다. 이들은 하나의 업무를 하면서 자신의 적성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업무에 의욕적으로 도전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강하다. 그러나, 제도가 지속되다 보면 40대와 50대의 고참 직원이나 관리자급의 응모도 없지 않아 조직문화 변화에 기여하는 바도 있다.

사내공모는 상사 모르게 진행되는 제도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상사는 年 1~2回 평가면담을 통하여 직원의 Career계획이나 도전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그것이 현 부서에서 실현될 수 없다면 직원에게 사내 공모를 권고하는 경우도 있다. 직원의 Career설계를 지원하고자 한다면 스스로 육성한 부하를 놓아주어야 하므로 이런 의미에서는 사내공모제가 조직의 긴장감을 가져다 주는 제도이기도 하다.
사내공모제도에 대한 시사점

A회사는 인력 스카우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사적 차원의 사내공모제가 아닌 조직장과 이동 희망자가 서로 원하면 이동하는 제도이다. 일견 사내공모제와 유사하지만, 공식적인 절차가 없이 개인 차원에서 실시되기 때문에 조직과 개인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데려가는 조직장은 좋겠지만, 보내는 조직장은 빼앗긴다는 개념이 강하다. CEO 지시 하에 3년 간 이 제도를 운영한 A회사는 조직과 개인 이기가 팽배해졌고, 신뢰의 조직문화가 무너지는 최악의 인사제도가 되어 새로운 CEO가 가장 먼저 폐지한 제도가 되었다.

사내공모제도는 입사 5년차 전후의 인재의 이직을 방지하고, 회사 내에서 장기적으로 도전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이는 회사의 경영철학과 핵심가치에 의거, 개인이 불만이나 갈등이 아닌 신기술이나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관심, 직원의 도전의식 고취, 자발적인 자기계발 노력의 활성화 등을 장려하는 제도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또한 우수한 직원에 대한 관심과 육성으로 지속적인 부하육성을 조직장에게 심어주고, 건전한 긴장감을 주는 제도로 이끌어 가야 한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저는 행운아이며, HR전문가입니다. 삼성/LG/ GS/KT&G에서 31년동안 HR부서에서 근무했습니다. HR 담당자는 CEO를 보완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사업과 연계하여 조직, 사람, 제도, 문화의 경쟁력을 높이며 가치를 창출하여 회사가 지속성장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는 인사의 전략적 측면뿐 아니라 여러 상황 속에서 인사담당자뿐 아니라 경영자가 어떠한 판단과 실행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던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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