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오늘은 24절기 중 열다섯 번째 절기인 백로 (白露)다. 백로엔 밤에 기온이 내려가고, 대기 중의 수증기가 엉켜서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로 접어든다고 한다. 백로는 계절의 탈바꿈과 변화를 상징한다. 어떤 일의 정책방향을 바꾸고 기존 시스템을 혁신하려면 적응과 균형감과 몰입이 필요하다. 적응은 모난 네모가 둥근 동그라미의 뜻을 이해하고 따르는 행위이고, 균형은 네모 위에 동그라미를 올리는 일이며, 몰입은 동그라미와 네모의 차이를 잊는 것이다. 거센 물살을 헤치고 올라가려는 말(馬)은 죽고 떠밀려가는 소는 산다고 했다. 다수가 아니라고 하는데 고집을 부리는 것은 순리가 아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야산은 산에 적응하고 산을 이롭게 하는 생명체만 살아남게 하고, 조직은 조직 환경에 적응하고 기여하는 사람만 생존시킨다. 리더는 구성원을 법과 규정으로 보호하고 현실적인 희망으로 이롭게 하자.

 

균형.

환경 적응과 탈바꿈에는 균형감이 필요하다. 균형감은 상대 입장에서 자기를 보는 깨어 있는 겸손이고, 자기를 내려놓고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이며, 상대를 자기의 일부로 사랑하는 경지다. 균형(均衡)은 풀잎 위에서 중심을 잡은 이슬처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상태다. 큰 배도 방향을 급하게 바꾸면 침몰하고, 나무 하나를 옮기는데도 신중하지 못하면 나무를 죽인다. 정책을 바꾸려면 하늘과 민심까지 살펴야 한다. 균형감이 없는 외눈박이 눈은 끼리끼리 편을 가르고, 이기적인 진영 논리에 빠지면 반대편을 다 적(敵)으로 만든다. 균형감 없이 극단적 이념에 빠지면 자기생각이 전부인줄 알고, 참교육을 내세워 경쟁력 없는 바보로 만들며, 대화로 평화를 사려고 한다. 극단적인 처신과 성급한 개선책은 미움과 저항을 받는다. 리더는 부하의 마음으로 지시할 일을 분별하고, 부하는 리더의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일을 하자.

 
몰입.

탈바꿈에는 몰입이 필요하고 일을 완성하는 데는 정성이 필요하다. 몰입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 운전할 때는 운전만하는 순수성, 2시간 동안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는 집중력이다. 한 점 한 점 부서져 증발하는 이슬처럼 현재 이 순간에 몰입하자. 우리 몸은 일에 몰입할 때 행복 호르몬이 분비되어 즐거워진다. 산은 수많은 장애물을 차려놓고 조심성 없는 인간을 시험하고, 산은 몰입해야 안전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지 못하면 온전한 몸으로 하산하지 못하고, 숫자를 세면서 시(詩)를 구상하지 못한다. 직장에서는 직장 일만 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생업부터 몰입하자. 어떤 대상과 현상에 몰입하면 전체가 보이고 형상으로 그려진다. 몰입한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볼 수 있다. 생소한 환경은 살펴서 적응하고, 균형감으로 치우침을 삼가며, 몰입훈련으로 심신의 근육을 키우고 능력을 배가시키소서!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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