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시여!

지나간 여름은 참으로 덥고 길었습니다. 산들은 홀로 우뚝 서서 빈 하늘 공간을 우러러보고, 강물은 들녘의 노래를 들으면서 바다로 흐릅니다. 농부의 땀과 발걸음을 먹고 자란 곡식은 뜨거운 햇살로 익어가고, 자연 숨결을 주관했던 하늘 손은 알곡이 여물도록 결실의 기운을 내려주며, 땅은 하늘의 위로에 땀을 식히며 순탄한 땅의 생산을 기원합니다. 호수는 어제 밤에 잠겼던 보름달의 흔적을 기억하고 가을바람은 지난여름의 풀 향기를 추억하며 더위에 지친 땅을 위로합니다. 신이시여! 아름다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밝은 눈을 뜨게 해주시고, 기존의 아름다움을 아끼고 정성을 보태어야 더 새로워지는 생산원리를 깨닫게 하소서! 우리들의 마음도 가을 하늘처럼 높고 맑게 해주시고, 살아 있는 것은 자기 본성과 자유 리듬을 찾게 하소서! 우리들의 심장은 큰 사랑으로 뛰게 하시고, 답답한 싸움을 멈추고 자기자리로 돌아가 본래의 평온을 찾게 해주소서!

 

신이시여!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9월은 아름답습니다. 하늘 붓은 청명한 가을 하늘을 그리고 마음의 붓은 하늘을 향해 소원을 그리는 9월입니다. 귀뚜라미 우는 적막한 밤에 온 몸이 붉은 맨드라미는 우국열사의 용맹을 추모하고,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는 바람과 맞서지 말고 기다려서 승리하라고 몸짓으로 노래를 합니다. 까칠했던 풋밤은 밤송이를 터뜨리면서 참았던 힘을 보여주고, 큰 바람 지나간 바다는 잔물결로 수면을 평정합니다. 앞산의 바람 소리에 뒷산은 메아리로 화답합니다. 신이시여! 저마다 온전하고 온순했던 자기를 다시 찾게 해주시고, 살아 자유롭게 활동함이 최고의 영광임을 깨닫게 하시며,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를 사랑함이 그 어떤 부귀공명보다도 위대함을 느끼게 해주소서! 역사는 돌고 도는 순환과정임을 깨달아 힘이 좋을 때 좋은 일을 하고 떠남을 준비하게 하시고, 새로운 꿈과 도전 용기로 멈춤 없이 용진(勇進)하게 하소서!

 
신이시여!

열매를 준비하는 9월은 위대합니다. 시원하고 상큼한 바람은 덥고 습기 찬 공간을 뽀송하게 만들고, 청명한 가을 하늘은 헝클어진 먹구름을 밀치고 큰 공간을 열었습니다. 가을 분수는 높이 올랐다 떨어지더라도 땀을 흘리지 않고, 가을 대추는 여름날에 품은 땡볕과 우뢰와 열기로 고운 빛을 빚어냅니다. 흐린 별빛들은 손에 손을 잡고 승리의 벨트를 형성하고, 피고 진 꽃들은 열매를 맺기 위해 마지막 아픔을 참고 기다리며, 8월의 태풍에 쓰러진 풀과 나무들도 다시 일어나 생명의 가을 축제에 동참합니다. 신이시여! 순서와 예의와 진리를 잊은 성급하고 인위적 손들에게 따끔한 충격을 주시고, 아픔에서 결실로 가는 과도기의 고통을 이기도록 보살펴 주시며, 여름날의 격한 대립과 갈등을 시원한 용서의 바람으로 식혀주소서! 승자는 집착과 에고를 놓아버려 큰 세상을 보게 하시고, 승리를 준비하는 이들은 나라사랑으로 단결하고, 아량과 희생으로 평온한 세상을 지키게 하소서!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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