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사업초기에 경영자의 개인적인 생각과 의사결정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이 때 경영자의 생각이 고객입장이 아닌 생산자 입장으로 굳어있는 경우에는 기업 전체가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 실제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중소 기업 경영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최고경영자의 독선적 사고’로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이는 체계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경영자의 독단적인 자기 중심 사고가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기업 전체에도 나쁜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사업 초기에 경영자만큼 그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 없고, 경영자의 빠른 판단력과 의사결정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중소기업일수록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경영자 스스로가 고객 관점에서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판단하고, 의사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또 주변에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항상 귀를 기울여 중소기업의 제한된 시야를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가 인천에 소재한 H화장품 회사의 경영자문을 맡기로 하고 처음 출근한 날이었다. 20대 젊은 여성층을 목표타켓으로 출시할 신제품의 상품화를 위해 관련부서 실무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데, 그 회사 경영자 분이 함께 참석해서 의견을 주면 좋겠다고 해서 회의실에 잠깐 들린 적이 있었다. 회의에는 개발담당 실무자들 외에도 사장, 연구소장이 참석하고 있었는데, 회의에서 주도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분은 사장, 연구소장이었다. 네이밍, 디자인 등에 대한 모든 의사결정이 이 분들이 언급하는 의견대로 정해지는 분위기였고, 실무담당자들은 특별히 의견이 없었다. 나이가 많으신 사장은 타켓층이나 컨셉과 상관없이 한문으로 의미를 담고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었고, 디자인도 역시 사장, 연구소장이 선호하는 안으로 결정되고 있었다. 처음에 너무 당황스럽고 걱정이 많이 되었다. 20대 젊은 여성층을 겨냥한 제품을 목표타켓층과는 거리가 먼 분들이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안으로 자기 관점에서 결정을 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고객중심은 기업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지만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철저하게 자기중심, 메이커 중심으로 일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신제품을 개발하면서 그 제품을 실제 사용할 고객에게는 한번 물어보지도 않고 상품화를 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품평회를 하면서 회사 내부에 있는 관련부서 직원들끼리만 모여서 품평회를 하기도 한다. 또한 원가절감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싸구려 부품이나 원재료를 사용한다. 하지만 품질 떨어뜨리는 원가절감은 안하는게 낫다.

모든 회사 업무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이 내부적인 비용이나 이익이 아닌, 외부 고객이 느끼는 편익이나 가치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경영자의 행동 하나하나가 쉽게 전체 조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영자가 솔선해서 업무의 목적이 고객이고, 업무의 우선순위가 고객가치 제고와 고객만족이라는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실제 일상업무에서 그런 기준으로 의사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회사 전체가 고객 중심으로 바뀌어 나가게 된다.

나종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現) 한신대학교 교수(경영학박사)
(주)건농 사장
한국강소기업연구원 원장
(사)한국대강소기업상생협회 상근부회장

前) 아모레, CJ제일제당, 엔프라니 등에서
사원부터 대표이사 사장까지 역임/
중소기업진흥공단 벤쳐창업자문위원,
서울시청년창업센터 심사위원 역임

저서: 중소기업생존전략, 밀리언셀링마인드,
위대한CEO손자처럼,신상품성공전략,빅마케팅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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