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 혹시 K를 아십니까?>

“잘 압니다, 제 중학교 때 고등학교 선배 투수였습니다.”

K는 고1 때 야구에 입문, 짧은 시간에 급속 성장했었다. 시골 중학교에서 공부를 잘해 일반학생과같이 명문고에 시험을 쳐 합격한 후 달리기와 던지기, 등 운동신경이 뛰어남을 발견한 체육선생에 의해 야구 선수가 됐고 은퇴 후 종합상사 영업부장으로 있을 때 나와 조우 했었다.

 

처음엔 내가 도발했다.

<돼지가 술 좀 하겠군>

나는 그의 덩치를 보고, 또 영업부에 근무하는 것과 얼굴이 검은 것을 보고 거의 무심결에 내 뱉었다.

그는 화를 내지 않았고 “똥 돼지가 누구보고 돼지래” 하며 받아쳤다.

우리는 서로 『요크샤』, 『바크샤』 라며 돼지론으로 기 싸움을 했다.

결국, 그날 지는 쪽이 술값을 내기로 하는 술 마시기를 했는데 처음엔 양주로 했다가 맥주로 바뀌었다.

덩치는 내 두 배는 됐지만 양주 마시기는 질 것 같지 않았다. 『병째로 마시자』고 대들어 처음부터 기를 죽여 놓으리라 작정했었던 전략은 그의 계략(?)에 말려 수포로 돌아갔다.

양주대신 맥주로 바뀌고 용량이 내 두배는 됨직한 그와의 술 마시기 내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맥주 107병을 똑같이 나눠 마셨고 맥주가 떨어져 그 날의 술 전쟁(?)은 휴전됐었다.

나는 게시판에 그의 명을 적어 놓으며 『무용담(?)』을 털어놨다.

K의 명은 을유(乙酉)년, 경진(庚辰)월, 을해(乙亥)일, 병자(丙子)시, 대운 10 이었다.

<상반기 을해(乙亥)가 금수(金水)기운의 조화가 있는 가운데 시에 무인(戊寅)이나, 병정(丙丁)이 있으면 성공하거나 잘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대운의 흐름이 좋아야 하겠습니다만, 그리고 대체로 덩치가 크고 술이 엄청 셉니다. 사교성이 좋고 부드러우며 머리 회전 속도가 빠른 편이라 어떻게 해서든 잘 먹고 잘사는 편에 속합니다.>

 

토요모임 다음 날 일요일에는 공 총장과 둘이 강화도에 갔다.

밴댕이 회를 먹고 천천히 마니산 꼭대기의 삼성단엘 올라갔다.

삼성 단에서 호흡을 했다.

발바닥으로 지구 가장 깊은 속으로 내 보내는 기분으로 『호』를 했다.

『흡』은 하늘 꼭대기에 맞닿게 하고 가장 맑고 깨끗한 기운을 들여 담았다.

백회가 들썩들썩했다.

순식간에 보라, 초록, 분홍, 노랑, 호박, 흰빛 순으로 소용돌이 치드니 황금빛의 세계가 펼쳐졌다.

 

날아 갈듯이 몸은 가벼워 졌고 머리속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해 졌다.

파라다이스를 맛 본 수련이 끝난 다음 내려오면서 공 총장에게 물었다.

<총장님, 오늘 이곳엘 온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강화도에 힐링센터 1호점을 열었으면 해서 입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있습니다. 기운이 아주 좋습니다. 역사적으로 삼별초군이 몽고에 항전 했던 곳이기도 하고……>

전등사를 거쳐 내려오면서 절에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조금 더 내려오니 단군을 모시고 기도하는 곳이 있었다.

거기서도 물을 마셨다.

물맛이 좋았다.
마니산을 감싸고 피어오르듯 자라는 나무는 신록으로 물들고 있었다.

<총장님, 지금은 이 일대가 초록색으로 보이지만 가을에 오면 어떻겠습니까? 단풍으로 붉게 물들었다가 낙엽으로 변하고, 또 겨울엔 언제 그랬냐는 듯할 것입니다. 우리는 잘 알고 있듯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렇지만 변화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있지요, 태양과 바다와 같은 것은 얼핏 보면 절대 불변인 것처럼 보입니다. 건물을 짓거나 땅의 모양을 보는 것도 절대 변할 것 같지 않은 기운 속에 있어야 발복 한다는 것이지요. 이른바 발복지지인 셈인데, 오래전부터 관찰해 온 바에 따르면 헬스케어나 힐링센터 관련 연구소는 이곳 일대와 영종도와 그 근처의 섬들이 살펴봐야 할 1차 후보지라고 봅니다.>

 

한정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