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세먼지가 심했던 지난 주말엔 바깥 출입이 꺼려졌다. 마냥 들어누워 낮잠을 청하려고 보니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아 서재에서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한 유태인 일행이 호화로운 배를 타고 여행중이었다.그 배에는 많는 유태인 부자들이 탑승했다.그 가운데 랍비도 있었다.부자들은 여행도중 자신이 가진 재산을 경쟁이라도 하듯 자랑하면서 가난한 랍비를 조롱했다.참다못한 랍비가 결국 한마디를 건넸다.“나는 당신들이 보기엔 가난해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부자라고 할 수 있소” 랍비가 얼굴을 붉히면서 부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니, 당신이 부자라니 믿을 수가 없어요.당신은 적은 양의 금은 보화도 없어 보이는데 거짓말 하지 마시오”라며 부자들이 무시했다.“물론 지금 나에겐 보물이 없지만 언젠가는 당신들이 놀랄만한 재산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요” 자신있게 대답한 랍비는 더 이상 유태인 부자들을 상대하지 않았다.

 

얼마후 부자들이 탄 배는 해적들의 습격을 받았다.결국 그들은 황금 같은 재물을 모조리 바친뒤 겨우 목숨이나마 건질 수 있게 되었다.재물을 잃게 된 부자들은 식량도 없이 바다를 정처없이 떠돌다가 어느 항구에 정박하게 됐다.그뒤로 시장에서 보따리 장사를 하거나 동냥질을 하면서 하루 하루를 연명해야만 했다.한편 학식이 높던 그 랍비는 항구 근처에 학교를 세워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아온 터라 칭송이 자자했다.여러 해가 흘러 랍비가 그 부자들을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 예전 배에서 만났던 부자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내가 당신들보다 부자라는 사실을 이제는 알겠소? 재물은 누군가 빼앗기거나 불에 탈수는 있지만 머릿속의 지식만큼은 결코 훔쳐갈 수가 없지요” 존경받는 교육자가 된 랍비의 말에 부자들은 얼굴을 차마 들지 못했다.

 

# 금년 벽두부터 인공지능(AI)과 로봇에 대한 소식들이 지구촌을 뜨겁게 하고 있다.자동차 스스로 주행이 가능하면서 향후 택시기사 같은 기존 일자리를 로봇에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또한 구글의 인공지능인 알파고가 인터넷 바둑에서 세계 바둑 1인자인 중국의 커제마저 누르면서 인간의 한 수로는 이젠 인공지능을 이기기 어렵다는 씁슬한 현실에 놓여 있다.이렇게 인공지능과 로봇의 범용화는 우리 생활에 편의성과 경제활동의 효율을 높여주고 있다.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가 않다.문제는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현재보다 빠른 속도로 인공지능이 발전하게 되면 10년 뒤에는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게 뻔하다.

 

어쩌면 인기 직종인 의사를 비롯해 변호사,금융인,교사,회계사,건축가,언론인등 전문직이 상당수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오랜 세월동안 전문직은 독자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다.하지만 딥 러닝(Deep Learning)으로 무장한 인공지능과 로봇이 우리 일상생활 속으로 어느 새 성큼 파고 들었다.앞으로 기술의 발달로 전문직의 산업화와 디지털화는 점점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게다가 이들 관련 업무의 상품화는 물론 전문직의 중개자 지위 박탈을 가져올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통신 기술 중심의 직업군이 신설되면서 기존의 수많은 일자리들이 위축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리처드 서스킨드와 대니얼이 공동으로 펴낸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에서 의료,법률,뉴스,경영지원,회계적 통찰,건축 노하우가 대부분 무료 또는 저가로 사용되는 사회는 향후 10~20년내에 다가올 것이라고 주장한다.정작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오는 이야기는 결국 경제문제다.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지금 기대감보다 큰 두려움은 실업이다.그렇다면 미래에 어떤 직업으로 돈을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할지 나부터 걱정이 앞선다

 

지금 이 어려운 문제를 풀려면 당장 창의성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인공지능은 기존의 것을 학습해 이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패턴이라는 점에서 인간에 비해 창의성이 절대로 부족하다.그렇다면 이런 창의성을 활용하는 일자리가 향후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현재로선 인공지능이 가지고 있지 않는 인간만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내야만 한다.스티브 잡스는 창의성과 관련해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을 연결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정의를 내린다.지금 내가 유익하게 사용중인 스마트폰 역시 컴퓨터와 전화기를 연결해서 만든 창의성의 산물이란다.결국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세상의 새로운 물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이런 변화 속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갖기 위해선 현재의 교육방식부터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창의성 교육과 관련해 새 정부는 모든 역량을 초기부터 세워 나가야 지금의 청소년들이 대량 실업을 막을 수 있다.오래 전부터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대규모 실직사태와 업무방식이 크게 바뀐 것처럼 자동화가 점점 가속화된다면 지금의 안정된 일자리마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한마디로 창의 융합교육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산성도 높여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그것만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이 대목에서 분명한 건 상당한 지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여기에서 말하는 통찰력은 학문이나 학식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학식을 자랑하는 사람들로 엄청 북적거린다.그렇다고 그들이 지닌 학문의 양이 많다고 해서 훌륭한 정치가나 참모가 될 수가 없다는 사실은 역사를 통해서 드러났다.공자는 동양에서 성현으로 추앙받고 있지만 관중보단 정치를 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조광조는 개혁을 주장했지만 오히려 본인은 훈구파의 음모로 사약을 받고 비참하게 죽어야만 했다.세계의 최고 경영자들 가운데 정규 대학을 나오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다.어쩌면 상당한 통찰력을 지닌 그들이 세운 회사에서 수 많은 유명 대학 졸업생들이 그 밑에서 일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지혜는 보여주기식의 졸업장이 아니라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이다.특히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만이 창의성이 아니라는 말이다.서두에서 소개했지만 유태인의 상술이 유명한 이유를 알고보면 숫자 개념이 상당히 밝다는 것이다.그것은 철저한 가정 및 학교교육에서 비롯됐다.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지식을 쌓는 일에 가장 적극적인 민족이라고도 볼 수 있다.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무려 2000년 동안 전 세계를 떠돌면서도 유태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 원인이 되었고 전 세계의 경제를 장악하게 된 것이다.결국 창의성 학습만이 암울했던 경제적 난관을 돌파할 수 있었던 지름길이었던 셈이다.얼마 전 새 정부가 들어섰다.나 역시 가장(家長)인지라 벌써부터 자녀교육과 일자리 걱정에 한숨부터 절로 나온다.바라건대 하루빨리 현재의 교육방식이 개선됐으면 좋겠다.현행 입시 중심의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자녀들을 창의적인 주체로 키워나가야 한다.아울러 저성장 시대의 우리 불쌍한 아버지들의 일자리 문제도 속시원하게 해결해 주길 고대해 본다.

 

 
윤국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키움에셋플래너 경제교육 본부장
•경실련 상임집행위원 / 대전참여연대 집행위원
•법무보호복지공단 사회성향상 교육위원
•대전시 시민행복위원회 위원
•ING life 부지점장 / Allianz Life 지점장 / TNV advisor 본부장
•대전대학교 경제전문가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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