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에 사는 K선배는 이달에 정년퇴직을 한다. 그는 직장 생활 30년 내내 총 3억원을 모았다.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 3억5000만원을 포함하면 자산은 총 6억5000만원이다.지방 사립대를 졸업하고 현재 직장 생활중인 결혼 적령기인에 접어든 아들과 딸에게 각각 1억원과 5000만원을 전세자금 및 결혼자금으로 보태준뒤 나머지 자산은 노후 생활비로 쓸 예정이다.예전부터 선배는 퇴직후 노후 생활비로 매달 300만원 정도 받았으면 하는 바램을 입에 달고 다닐 정도였다. 그래서 남은 자산을 어떻게 배분하고 어디에 투자해야 매달 300만원을 받을 수 있을지 틈만 나면 각종 투자 세미나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노후 대책이라곤 달랑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이 겨우 전부였다. 그나마 빚은 없는데다 정기예금(1억원), 채권형 펀드와 ELS(3000만원), 적금(5000만원), 연금보험(1억2000만원)을 보유중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왜냐하면 자녀들에게 주택마련 및 결혼자금을 보태주고 나면 남은 돈으로 부부가 100세까지 과연 살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다행히 아파트 한 채와 약간의 현금이 남아 있어 그나마 천만다행이다.그래서 결론을 내린 것이 다가올 자녀들 혼사를 끝낸뒤 고향으로 돌아가 한 푼이라도 생활비를 줄일 생각이다.

 

#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4월부터 9월까지 50세 이상이 가구주인 4816가구를 대상으로 경제상황과 노후 준비상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이 생각하는 월평균 노후 적정 생활비는 부부 기준으로 보면 236만9000원이었고 개인 기준은 145만3000원으로 조사됐다.또한 월평균 최소 생활비는 부부 기준으로 보면 174만1000원으로 개인 기준 104만원 보다 무려 70만원이나 많았다.여기에서 적정 생활비라고 하면 평범한 수준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하다고 기대하는 비용이다.한편, 최소 생활비는 특별한 질병이 없는 건강한 노년을 전제로 한 최소한의 생활유지 비용이다. 연령별 월평균 적정 생활비는 50대가 부부 260만7000원, 개인 158만9000원으로 가장 높았다.또한 노후 대책을 준비해야 할 주체로 남성은 본인(81.3%)을 꼽는 경우가 많았지만 여성은 본인(40%)이나 배우자(39.1%)를 꼽는 경우가 높았다.

 

# 누가 뭐라고 해도 가난한 노후의 가장 큰 이유를 손꼽자면 노후에 고정적인 소득을 보장해주는 ‘평생 월급’의 부재다. 대다수 선진국에선 노후 소득 가운데 매달 지급되는 연금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0%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연금소득 비중은 고작 14%에 그치는 한편 그나마 그 자산마저 유동화하기 어려운 부동산에 쏠려 있다. 따라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은퇴후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노후 난민’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죽을 때까지 매월 300만원을 받고 싶다면 젊은 시절부터 각종 연금을 준비하면 큰 어려움은 없다. 3층 연금세트인 개인연금, 퇴직연금, 국민연금에다 주택연금과 농지연금의 5층탑을 단단하게 세운다면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예를 들어 현재 35세인 직장인이 매달 50만원씩 개인연금에 불입하기 시작한다면, 은퇴 이후에 그동안 적립된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산할 때 매월 300만원씩 받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결국 저금리·저성장·고령화 시대에 따른 조기 은퇴와 생산활동 감소를 비롯해 금융상품의 수익률 하락과 부동산값 폭락 등 대한민국 노후의 불안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하지만 알토란 연금을 착실히 준비한다면 ‘노후 난민’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또한 일선에서 은퇴후 5가지 리스크인 창업, 자녀, 황혼이혼, 사기, 중대한 질병에 대해서도 연금을 기초로 한 안정된 은퇴설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분명한 건 베이비 부머, 공무원, 자영업자, 맞벌이 부부, 여성, 1-2인 가구 등 자신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자산관리를 통한 현실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 지난 199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머튼은 은퇴후 재무설계 목표는 자산이 아닌 소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은퇴 시점에서 3억원을 토대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매월 300만원 받을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산 규모를 목표로 삼으면 금리변동과 이자소득에 따라 위험도가 높아져서 자산을 원하는 시기에 매각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동성 위험에 노출돼 반드시 촘촘한 투자전략을 세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머튼의 설명이다. 그래서 말인데 원하는 현금흐름(cash flow)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체적인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은퇴후 매월 300만원이 필요하다면 부부를 합쳐 국민연금은 150만원, 개인연금 50만원, 임대소득 50만원, 재취업시 급여소득 100만원등 세밀한 계획이 나와야 한다.

 

# 보통 베이비 부머(1955~1963년생)들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특강에서 내가 ‘은퇴준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실로 다양하다.뭐니 뭐니해도 자녀 결혼자금을 비롯해 사업자금 지원이 가장 힘들다는 것이다.은퇴후 적정 생활비인 월 260만원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셈이다.미리 준비한다고 애를 써봤자 생활비에다 교육자금등 각종 명목으로 빠져 나가기 일쑤다.
문제는 자산 대부분이 아파트 같은 부동산으로 쏠려 있다는 것이다.만약에 부동산 버블이 붕괴돼 가격이 폭락한다면 매월 생활비는 고사하고 노후생활이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사정이 이렇다 보니까 노후준비라고 해봤자 국민연금에 의존하는 게 요즘의 실정이다.앞으로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노인에 대한 나이 규정이 만 70세로 상향 조정된다면 연금 지금시기도 그만큼 늦춰질게 뻔하다.개인연금 가입률은 말할 필요도 없다.결국 노후준비가 이렇게 뻔한데 건강에 적신호마저 온다면 참으로 큰 일이 아닐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대부분은 은행 정기 예·적금으로 목돈을 운용하는 탓에 현재의 수익률로는 도저히 해결책이 안 보인다.1%대 저금리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덜컥 알지도 못하는 투자상품에 목돈을 불입도 못하는 그런 실정이다.그렇다고 적극적인 투자와 운용으로 노후준비에 나서라고 외치는 전문가들의 말을 참고해 보지만 그것마저도 역시 쉽지가 않다.게다가 올 가을에 아들이 결혼하다고 밝힌 것도 K선배는 마냥 기뻐할 수 없어 그저 답답할 뿐이다

.결국 가급적 부채를 줄이고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아서 작은 집으로 이사를 서둘러야 한다.그리고 국민•개인•퇴직연금 같은 3층 연금에다 주택연금까지 잘 활용하고 적지만 용돈이라도 벌고 건강하게 구구팔팔하게 살면 그나마 실버 푸어(Silver Poor, 노후자금 없이 사는 노년 빈곤층)로 전락되는 꼴은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윤국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키움에셋플래너 경제교육 본부장
•경실련 상임집행위원 / 대전참여연대 집행위원
•법무보호복지공단 사회성향상 교육위원
•대전시 시민행복위원회 위원
•ING life 부지점장 / Allianz Life 지점장 / TNV advisor 본부장
•대전대학교 경제전문가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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