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숙과 헤어져 기강원으로 돌아 오는 길에 핸드폰을 새로 뽑았다.

옛날 인연과의 정리와 새 질서 속에 탄생할 거대한 꿈을 위해서는 시간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미소의 실력이 많이 늘었으므로 기본만 일러두면 양매도 쯤은 가볍게 해낼 수 있음은 크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8월 중순 휴가를 끝내고 토요모임을 가졌을 때 경숙 가족의 명을 풀이하면서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불행해질 결혼은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결혼했으면 이유없이 잘 살아야 하는데 그럴려면 사람다운 사람끼리 결혼해서 자녀를 잘 낳고 살아야 할 것 입니다. 결혼했으니 애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으나 애를 잘못 낳으면 그것은 재앙이 되고 불행의 늪을 향해 돌진하는 특급열차를 탄 것과 같다고 할 것입니다.>

저녁은 박소선여사가 아주 근사하게 준비했다.

공총장은 신이나 있엇고 그의 입꼬리는 귀에 걸린듯 했다.

공총장의 아들이 드디어 펀드매니저 시험에 합격했고 금융투자회사 설립을 구체화 했기 때문이었다.

공총장이 자본참여를 할 것인지 물었다. 방여사와 기강원의 자본참여를 뜻했다.

방여사는 따로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방여사의 계좌는 자고 일어나면 돈이 불어 났으므로 굳이 참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방여사는 아들이 미국의 골드만 삭스 같은 곳에서 경험을 쌓으면 따로할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토요모임을 끝내고 샤워를 했다.

깊은 잠을 자고 싶었다.

곧 골아떨어질 것 같았는데 새벽에 우물에 빠져 허우적 대는 꿈을 꾸다 깨어났다.

우물에 빠진 두레박을 건져 내려다가 그만 거꾸로 곤두박질 친 것이다.

꿈을 잘 꾸지 않는데 묘한 일이었다. 곰곰히 생각했다.

핸드폰을 새로 뽑은 것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게 됐다.

쓸데없이 불행 속으로 빠져드는 사람같지 않은 사람들을 건져주려 애쓰지 말라는 뜻이라고 여겼다.

 

그동안 쓸데없는 것을 엄청 많이 하고 살아 왔음에 대한 마지막 경고 같은 것일지도 몰랐다.

호 이름을 지어주고 심지어 사주를 바꿔주는 등의 천기누설을 함부로 해온 것에 대한 하늘의 노여움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아침 먹고 커피 한 잔 내려 마시는데 오사장의 전화가 왔다.

"괜찮으시면 점심을 같이 했으면 합니다."
 

방여사와 오사장을 일식집에서 만났다.

오사장은 회사를 팔려고 노력중이라는 것과 방여사를 앞으로 금융투자회사를 만들어서 아들과 딸, 자신은 물론 친인척 들의 노후를 위하고 돈 잘버는 대학생들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생각 잘 하셨습니다. 돈은 재고가 없으니 따로 물류 창고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야근할 필요가 없고 구청, 세무서, 경찰서, 소방서, 보건소 등등으로부터 시달릴 일도 없습니다. 수위도 필요없고 재무재표, 경리, 장부도 필요없습니다. 인원도 그렇고 편한점이 너무 많습니다.>

 

한정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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