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

충돌 직전의 대립 세상이다. 다정(多情)도 병이되고 예민함은 화병이 된다. 복잡할수록 무디어야 산다. 유한자인 우리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고, 아는 것도 실제는 피상적이다. 어설프게 아는 것과 답변하기가 애매하면 모른다고 하는 게 좋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양심이고, 알지만 평온을 위해 모른다고 하는 것은 큰 지혜다. 정확히 모르면서 결심하면 다수를 힘들게 하고, 조직 발전에 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귀찮고 손해를 볼까봐 막으면 발전이 없고, 자세도 낮출 줄 모르면서 앞으로 나가면 사냥꾼의 표적이 된다. 최고의 지혜는 소멸의 하찮음을 아는 것이고, 최고의 도(道)는 몰라도 불편함을 안 느끼는 상태이며, 최고의 수련은 억압할 수 없는 욕심의 본질을 이해하고 욕심에 맞추어 주는 경지다. 실체를 모르기에 겸손하고, 5분 뒤를 모르기에 신중하며, 자기 기대대로 안 되기에 스스로 마음 상하지 말자.

 

받아들임.

멈출수록 좋은 것은 미련과 집착이며, 받아들일수록 좋은 것은 운명과 용기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자본이며 현재는 당장 사용가능한 운용자산이다. 현재를 받아들이면 순간순간이 즐겁고, 긍정의 마음으로 길을 틔우면 하는 일이 순조롭다. 욕심과 자기는 버릴 수가 없다. 자기 내면을 이해할 때 자기를 평온하게 달랠 수 있고, 상대를 이해할 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수용할 수 있다. 똥밭을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는 신념으로 벅찬 현실도 받아들이자. 현재를 아프게 하는 악연은 바로 끊고, 안이함은 버리며, 양심과 열정이 요구하는 일은 부모님 말씀처럼 받아들이자. 자기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것은 즐겁게 받아들이고, 실망스러운 자아는 자기 의지로 소멸(해체)을 선포하자. 기대 수준을 최저로 낮추어 산 자체를 즐거워하고, 아쉬움이 클수록 현재를 위로하면서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을 위해 현재의 고난을 받아들이고 극복하자.

 
물러섬.

행복은 수용과 멈춤과 물러섬의 3각 함수다. 수용으로 행복 여건을 만들고 멈춤으로 행복을 지키며 물러섬으로 행복을 키워야 한다. 불확실하면 멈추고 선명하지 않으면 물러서야 몸에 이롭다. 많은 역사적 사건이 리더의 욕심에서 생긴다. 물러서야할 때 물러서는 것은 전략이다. 물러섬은 공간을 내주고 인심을 얻는 행위다. 경치는 멀리서 봐야 제대로 보이고, 현재 상태는 물러서서 보아야 제대로 보이며, 내려놓고 물러서서 보면 자세히 보인다. 화가 치밀면 앞으로 나가서 싸우지 말고 한 발 물러서고, 상대가 서운해 하면 말을 멈추고 상대의 소리를 듣자. 다툼이 생겼다면 물러서서 침묵하자. 다가서면 더 도망가고, 물러서면 다가오며, 침묵하면 소리가 들린다. 알 수 없는 시작과 끝은 확고하게 몰라야 하고, 받아들일 것은 가슴으로 받아들이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대상과는 두 발 물러서자. 물러서서 현재를 살피고 관조(觀照)하소서!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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