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선택하는 인연도 숙명이다

입력 2017-01-12 16:50 수정 2017-06-12 09:42
<지난 2년 간 합격할 것 같았는데 왜 안됐을까?>

이말에 아들은 놀라워했다.

<1년만 더하면 내년에는 꼭 될 것 같은 형태는 무술(戊戌)년 (2018)까지 지속될 것일세>

"결국 안되겠습니까?"

<프로 골퍼 보다는 탤런트나 가수가 됐으면 좋았을 것을...>

내 말에 경숙의 얼굴이 붉어졌고 아들은 엄마를 째려본 듯 했다. 아마도 춤추고 노는 아들을 못마땅하게 여겨

그런 쪽을 경숙이 차단했지 싶었다.

<지난 것은 소용없는 일이고, 그래 프로 골퍼가 안되면 무엇을 할텐가?>

학력은 소용없는 명이었으므로 무얼하며 먹고 살 것인지 궁금했다.

 

골프에 대한 미련은 버리는게 옳은 판단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화물트럭 운전으로 돈을 벌면서 골프를 배워오고 있습니다."

경숙은 아들의 뒷바라지에 돈이 많이 들어갔고 그 바람에 빚도 꽤 졌다고 털어놨다.

<먹고 살 것에 대한 선택이 중요한데 골퍼가 안되면 뭘 할 것인가?>

"운전을 계속해야 될 것 같습니다."

<운전으로 돈을 좀 벌면 약종상이나, 화공약품 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면 좋겠네>

아들의 시가 정축이므로 사고가 날 가능성이 많고 그래서 다리를 절거나 심장병이 생길 수도 있었다.

"약이나 화공약품 쪽은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돈을 좀 모으게 되면 방법이 생길걸세>

공총장의 사업채를 떠올리면서 아들의 진로를 바꿔주려고 애를 썼다.

 

아들의 명은 화물차의 바퀴에 항상 얼음이 깔려있는 것과 같아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얼짱에 몸짱임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학력과 반듯한 직업 때문에 화려한 인생과는 거리가 있었고 그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이런 아들의 운명은 만나지 않았어야 할 부모 때문에 빚어진 숙명이었다.

경숙과 남편은 년과 시가 각각 을미(乙未)와 기축(己丑)으로 천극지충이었다.

비극적 운명으로 만나게 만든 하늘의 심술은 조상지업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남편은 공무원하다가 잘못돼 일찍 물러 난 뒤로 운전을 배워 아들과 마찬가지로 화물차 기사로 일해오고 있었다.

모든 수입에다 빚까지 얻어 아들 뒷바라지를 해오다 지칠대로 지친 상태가 돼 버린 가정.

말년으로 갈 수록 을미시와 기축시의 갈등은 심화될 것이고 결국에는 이산가족으로 헤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모르는 가족.

남편은 올해 중으로 생불여사(死)의 기로에 내몰릴 것이고 가장역할은 경숙이 맡아야 할 듯 했다.

 

<뭘하고 지내시나?>

경숙에게 물었다.

"전업주붑니다."

<좋은 팔자군>

비아냥이 튀어나왔다.

"환자신세입니다"

얼마전 심장수술후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명으로만 보면 경숙이 잘 살 수 있는 시간대로 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한 몸조차 추스리기도 힘든 나락의 상태에서 경숙은 허우적대고 있었다.

불행이라는 그물이 덪인양 가족을 감싸고 있는 답답한 느낌이 들어 그들로 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경숙에게 봉투하나를 쥐어주곤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한정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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