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돈벌기 힘들어도 틈새는 꼭 있다

▷ 커피와 함께 하는 순간 새해가 더 따뜻해진다.이번에 소개할 커피 전문점은 지난 연말에 작은 평수로 문을 연 우산봉 자락에 위치한 소박한 가게다.원탁 테이블이라고 기껏 해봤자 겨우 서너 개 정도다.10평도 채 안되지만 크기가 작다고 우습게 봐서는 큰 코 다친다.같은 건물에 입주한 브랜드 커피숍을 들렀다가 자리가 없는 탓에 어쩔 수 없이 들린 곳이었다.긴 복도를 걷다보면 화장실 옆 모퉁이 위치한 탓에 전혀 눈치를 못 챘다.평소에 외부에서 사람들을 워낙 많이 접촉하다 보니 왠만한 카페 이름쯤은 술술 외우고 있을 정도였다.방송에서 바리스타 이야기는 간간히 들어는 봤어도 유독 커피 맛을 골라서 즐기는 매니아는 더더욱 아니었다.우연히 들린 이 커피 집은 아주 특별했다.결코 쓴 맛도 아니면서 뭐라고 할까 커피 본연의 향과 독특한 맛으로 내 혀끝을 감미롭게 휘감았다.나중에 독특한 맛의 비결을 들어 보니 원산지 원두를 수입해 직접 로스팅 하는데 있었다.

 

케냐,이디오피아,가나를 비롯해 남미 여러 국가에서 원두를 직접 공수 해온뒤 온도를 조절하며 커피 원두를 직접 굽는 식이었다.체리과에 속하는 딱딱하고 두꺼운 커피 열매 가운데 겉 테두리가 검게 타거나 금이 갈라진 것을 골라내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도 끝내야 한다.독실한 교회 집사님인 여사장에게 왜 그렇게 하냐고 물어보니까 이런 불순물이 들어가면 맛이 쓰다는 거였다.평소에 가졌던 의문이 뒤늦게 풀렸다.커피 전문점에서 평상시 주문을 받을 때 알바 직원이 구수한 맛 아니면 신맛을 물어본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결국 로스팅하는 과정에서 온도차에 따라 맛이 틀려진다는 기가 막힌 사실을 이 작은 가게에서나마 직접 목격하게 된 것은 참으로 우연이었다.직장 생활하면서 수없이 커피를 마셨지만 맛은 커녕 온도와 분쇄 차이도 제대로 모른 채 홀짝홀짝 마셨다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한마디로 나에겐 커피의 재발견이었다.

 

▷ 작고 아담한 커피숍에서 직접 로스팅을 선보이는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사내는 남모를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났던 지난 2008년 주방 설비 회사를 제법 크게 경영할 만큼 동종업계에서 잘 나갔다.하지만 20억이라는 거액의 부도를 낸뒤 수 년동안 가족과 헤어져 지방에서 외롭게 살아야 했던 뼈아픈 시절이 있었다.어쩌다가 술이라도 한잔 걸치면 그때 시절이 생각나곤 하지만 꿈에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아예 손사래를 친다.다행히도 지금은 먹고 살 정도가 됐지만 그 당시엔 앞날이 막막했고 절망의 연속이었단다.수 년동안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소줏병을 입에 달고 살았음은 물론이고 대인 기피증과 우울증 때문에 약물 신세를 져야만 했다.결코 승복할 수 없는 패배감과 배신감에 젖어 노숙자 상태로 잠을 자고 있는데 누군가 툭툭 치는 사람이 있길래 일어났단다.이 숙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낯설은 배우자와 평소에 잘 아는 목사님이 자신을 깨우더란다.그 곳에서 발견된 날로부터 교회를 남보다 열심히 다녔고 술과 담배를 일절 입에 갖다 대질 않았다.틈틈히 교회 목사님이 소개해준 작은 설비 공사를 도맡아 성실히 일하는 바람에 간신히 홀로 설 수 있었다.쓸데없는 욕심을 비우고 난뒤 예전 사업장 규모보단 어림도 없지만 어느 정도 입에 풀칠하고 살 정도는 됐다.

 

확률은 적지만 공공 입찰 수주에서 낙찰되는 날엔 참으로 난감하단다.왜냐하면 회식자리에서 그동안 고생한 직원들과 술 한잔을 거역하기 힘들기 때문이다.“이젠 제법 술자리 요령도 생긴데다 이해를 해주는 직원들 때문에 감사하다”는 그는 느닷없이 30대 중반인 딸을 소개한다.대학에서 산업 디자인을 어렵게 전공했지만 가정 형편상 혼기를 놓쳐 아직 미혼이란다.사실 이 커피 전문점은 딸과 함께 운영하는 생계형 가족 창업이었다.갈수록 주방 설비공사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생활비라도 보탤 생각으로 얼마 안되는 종자돈으로 작게 시작한 터였다.그래서 별별 궁리를 한 끝에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오직 차별화 밖에 없었다.그래서 선택한 것이 획일화된 맛이 아니라 특별한 커피 맛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살아 남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카페 정문 옆에 나 있는 쪽문을 열고 나가면 버려진 공간이 있는데 그 곳을 활용하기로 맘을 먹었다.흰 몽골 천막을 쳐놓고 그 곳에 들어온 단체손님들이 종이박스에 가득한 고구마를 직접 구워먹는 분위기를 연출토록 했다.그렇게 시작한 이 작은 카페의 스토리는 매일 매일 알차게 쌓여가고 있었다.

 

▷ 누구나 아는 카페베네의 성공 신화는 커피를 즐기는 사람에겐 그야말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처음부터 커피 맛보다는 매장의 편익을 중시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특히 연예인 스타 마케팅을 통한 브랜드와 이미지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치열한 커피 전문점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짧은 기간동안 가장 많은 매장을 오픈했고 사업을 시작한지 5년만에 국내를 포함해 해외까지 무려 1000개 점포를 내면서 급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하지만 잘나가던 카페베네는 신화를 계속 이어가질 못했다.갈수록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하락세에 진입했다.전략 전문가인 이재형씨가 지난해 12월 DBR지에 발표한 리포트에서 날카롭게 지적한다.

 

카페베네의 실패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찾을 수 있는데 첫째, 명확한 포지셔닝(Positioning)을 구축하지 못했다.간단히 말해서 커피 맛을 비롯해 서비스와 품질 면에서 차별화하는데 실패했다.가장 본질적인 경쟁요소인 맛과 가격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심지어 소비자들은 질 낮은 저가 원두를 사용한다면서 맛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오히려 비싼 가격에 반해 맛은 현저히 떨어졌다는 평가였다.둘째, 본업외에 무리한 사업확장에 욕심을 부렸다.페밀리 레스토랑을 비롯해 드럭 스토어와 제과점 사업에 진출했다가 결국 실패로 끝났다.신사업 진출에 성공하지 못하자 지속되는 수익성 악화와 높은 부채 비율 때문에 카페베네는 사모펀드에게 경영권을 매각하는 상황까지 몰렸다.한때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 1위를 유지했던 카페베네의 성공신화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셋째,신메뉴 선정시 선택과 집중 전략에서 우월하지 못했다는 평가다.동시에 여러 개의 메뉴를 한꺼번에 내놓은 탓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어렵게 만들었다.결국 수많은 메뉴가 분산되는 바람에 커피 전문점인지 패스트 푸드 전문점인지 소비자들에게 각인 시키는데 실패하고 말았다.신메뉴를 하나씩만 출시했어야 하는 기존 상식을 무시했다.물론, 연령과 성별을 감안해 다양한 입맛을 맞추려는 시도는 이해되지만 런칭한 메뉴에서는 절대 어필하지 못했다.

 

넷째, 브랜드와 가맹점 관리에서 소홀했다.성급하게 외형 확장에 치중한 결과 폐점율이 업계에서 가장 높았다.게다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브랜드 관리에 실패했다.중국와 미국을 비롯해 해외 12개국에 진출해 500개 이상의 매장을 개설했지만 양적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매장관리를 비롯해 상표가치 유지관리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했다.끝으로, 명분과 실리 추구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했다.카페베네는 커피 맛에 기초한 커피 판매보다는 인테리어 중심의 매출에만 집중했다.그 결과 가맹점주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졌다.유럽형 모던 빈티지로 차별화된 인테리어를 강점으로 삼았지만 신규 출점시 인테리어 비용이 매출의 50%을 초과했다.결국 인테리어가 회사측의 주요 수익원이 되자 가맹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내실보다는 외형 확장에 치중한 나머지 명분마저 잃는 절대 위기에 놓인 셈이었다.결국 급성장했던 카페베네는 이렇게 암초를 만나 아쉽게도 무너지고 말았다.

 

▷ 내가 살고 있는 우산봉 자락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수 년째 운영중인 S사장은 요즘 풀이 죽어 있다.“자고 나면 우후죽순 생기는 커피숍 때문에 매년 통장잔고가 줄어 애가 탄다”는 그는 다짜고짜 나만 보면 깊은 한숨만 내쉰다.수시로 그만두는 알바 때문에 월급 직원을 고용했지만 인건비와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나면 그나마 부부 인건비라도 벌면 다행이란다.결국 생활비 벌려고 우아한(?) 고생을 하곤 있지만 나중에 권리금이라도 받으면 원없이 좋으련만 이미 마음을 비웠단다.직원들 퇴직금은 물론 4대 보험료와 날로 치솟는 임대료 및 본사에 주는 로열티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적은 탓에 마음이 착잡할 뿐이다.그렇다고 정해진 시간에 문 열고 닫는 것을 어겼다가는 당장 보이지 않는 손해 역시 막심하다.집안 가장으로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달래고자 모처럼 여행계획을 세워도 봤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어쩌다 동네 초입에 있는 뼈다귀 해장국집에서 나랑 술 한잔이라도 하는 날이면 진작부터 때려치고 싶었다는 그는 그동안 쌓인 불만을 쏟아낸다.부동산에 내놓은 지가 한참인데 가게가 매각되는 대로 재취업하고 싶다면서 낼모레 자격증 시험에 한창이다.“한 가지 기술이라도 있었다면 창업따윈 관심조차 없었다”면서 “누군가 주변에서 장사를 할 계획이라면 무조건 뜯어 말리고 싶다”고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대한민국에서 자영업 사장으로 산다는 것이 과연 잘못된 선택인지 무척 고민스런 정유년 새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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