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餘裕).

일을 시작할 때 고려할 덕목은 여유와 여백과 기초다. 여유는 차분하게 정확한 방향 판단을 하게 하고, 여백은 수용 공간을 확보하여 평화롭게 하며, 기초는 힘의 원점을 파악하고 다지게 한다. 현재의 한국 사회는 물질을 쫓고 저마다의 탐욕에 빠져 기초가치를 해체하고 광장에서 방황하고 있다. 방향을 잃은 산란한 빛처럼 마음의 집에서 너무도 멀리 나가버린 것이다. 뱁새 둥지를 차지한 뻐꾸기 알처럼 물질 욕심이 착한 본성을 밀어내 버렸다. 여유(餘裕)는 서두르지 않는 느긋한 태도다. 마음에 여유를 모시려면, 방향을 판단할 때는 전투에 임하듯 긴장을 하고, 생각이 복잡하면 현재 생각이 자기 마음인가를 되묻고, 일을 선택할 때는 꼭 필요한 일인지를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항상 여유를 품어 책상에서는 계획에 몰입하고, 현장에서는 사람에게 몰입하자. 바쁠수록 여유를 챙겨서 몸을 대접하고, 욕심이 발동할수록 순수 원점으로 돌아가 마음을 예우하자.

 

여백(餘白).

여유는 시간적 느긋함이고 여백은 공간적 넉넉함이다. 여유가 마음의 자유라면 여백은 행동의 자유다. 여유는 매사에 넉넉하게 처신하여 마음의 품위를 유지하고, 여백은 내면의 자유와 행동의 품위를 유지한다. 3초의 마음 여유가 실수와 충돌을 줄이고, 양보하는 행동 여백이 큰 자기를 만든다. 여유는 자기중심의 오류인 오해와 서운함을 줄이고, 여백은 현재 자기 위치와 현재 상태를 알아차리게 한다. 새들은 차렷 구령에 긴장하지 않는다. 정해진 가치에 묶이지 않고 자신의 자연리듬을 따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가 남이 아니라 한 뿌리 형제임을 알면 마음 여백이 커져서 상대를 존중하게 된다. 마음의 눈으로 보고 자기 욕심에 갇히지 않으면 천지가 자기 운동장이고, 마음 자세를 웅크리지 말고 똑 바로 펴서 여유와 여백을 회복하면 근심할 일이 없다. 자기대화로 고독을 견디면서 내면의 여백을 찾고, 기도의 여백 속으로 들어가 하늘 소리를 듣자.

 
기초.

일을 시작하려면 일의 기초철학부터 확인해야 한다. 우리는 유교사회에서 민주사회로 빠르게 진보하면서 자유민주 체제를 뒷받침 했던 자유와 의무헌장과 기존 기초가치를 해체해버렸다. 자유통일과 북한 인권회복의 기초는 반공인데 적을 수용하려는 세력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인 생존의 기초는 정직과 역량 함양과 기초질서 준수인데 사회와 국가 탓만 하고 있다. 기업의 기초는 복리후생이고 조직의 기초는 구성원의 행복을 통한 생산인데 단기 이익만 내려고 한다. 사회의 기초는 정직과 도덕과 법치(협치)인데 거짓과 함성으로 경쟁 상대를 공격한다. 개인사업의 기초는 진심과 정성이며, 군사전략의 기초는 동맹에 기초를 둔 외연 확장이며, 국가의 기초는 자주독립과 부국강병이다. 새해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그 일의 기초부터 갖추어야 한다. 여유로 마음자리를 살피고, 기다리는 여백으로 서로를 자유롭게 하며, 리더는 조직의 기초가치와 기초질서부터 확립하소서!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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