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동지(冬至)와 겨울 야생초

버팀.

동지는 태양의 새해 첫날입니다. 동짓날 새벽하늘은 새로운 태양을 맞이하기 위해 설렜고, 동짓날 정오의 들판은 소리 없는 바람과 차가운 햇살을 초대하여 춤을 추었고, 우리들은 동짓날 저녁에 팥죽을 먹습니다. 동지가 1년의 시작이듯 야생초는 생명의 시작입니다. 바싹 마른 야생초는 풀포기 자리라도 지키려고 겨울비를 초대하고, 봄의 생명을 향해 초침을 움직입니다. 겨울 야생초여! 잘 듣고 전해주어라. 찬바람에 자세를 낮춘 봄동에게는 완연한 봄이 올 때까지는 머리를 들지 말 것을, 짓물러진 냉이에게는 버거운 한 줄의 시간과 한 칸의 공간을 놓아버릴 것을 알려주라. 동짓날 야생초여! 빈손의 의미를 알려주고 떠나다오. 벽에 걸린 마른 꽃에는 화려했던 과거를 기억하지 말 것을, 줄기만 남은 돌담의 담쟁이넝쿨에게는 아픔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전해주라. 공(空)을 공(恭)으로 버티고, 미움을 미음(美音)으로 버티소서!

 

도전.

야생초 풀씨 하나가 동짓날 수염 긴 눈을 따라 정처 없이 떠도는 유랑민 신세가 되었습니다. 몸은 시려도 공중에서 기분 좋게 떠다니다가 무서리가 작업한 작은 틈새로 허리 숙여 비집고 들어갔습니다. 아주 작은 공간 속에 집을 만드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바람 불어도 바람을 피할 수 있어 좋았고 어두워도 사색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씨앗은 흙 속으로 파고들어 흙 기운에 취하여 세포 분열을 했고, 어둡고 답답한 날 참으며 부풀어 터진 껍질을 뚫고 여린 뿌리가 먼저 나왔고, 뿌리는 땅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려갔습니다. 겨울 야생초여! 멈추지 말고 도전하여라. 양손 모으고 기도하는 떡잎은 하나, 둘, 셋, 넷, 다섯까지 세면서 무겁게 침묵하라. 해가 바뀌고 따뜻한 봄날이 오면 지상을 열고 여섯으로 일어서라. 봄이 오면 두근두근 거리며 자유통일 세상으로 나가소서!

 

신중.

생명을 잉태하는 동지(冬至)가 지나면 땅도 공기도 부푼 봄이 오겠지요. 하늘은 낮게 내린 은막 휘장을 걷어주고 꽃바람은 찬가를 부르겠지요. 꽃들이 고운 자태와 금빛 빛깔로 흥분할 때 야생초는 있는 듯 없는 듯 세상으로 나오겠지요. 자갈밭에 얼굴 내민 쇠비름과 질경이, 허허 벌판에 토끼풀과 강아지 풀, 타박한 밭고랑 사이사이 쑥과 바랭이는 풀이되고, 습기 찬 논에 피와 방동사니와 개구리밥, 제방 둑에 억새와 돼지감자는 야생초가 되겠지요. 솜털 뿌리는 아장아장 땅 속을 걷고 새싹은 쑥쑥 기지개를 켜면서 땅을 뚫고 나아가 만세를 부르겠지요. 동짓날 마음속의 야생초여! 진짜 봄이 올 때까지 이 겨울을 참고 버티어 다오. 숨죽이며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추운 겨울을 이길 수 있도록 꿈과 희망의 노래를 불러다오. 겨울 야생초의 기운으로 땅 위에 하늘 아래 살아가는 우리들까지 강하게 하소서!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