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돈 안들이고 가치있게 살려면

▷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해봤다.가치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과연 내가 동의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솔직히 말해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평소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성장이라며 떠들곤 했다.그러나 어리석게도 나의 머릿속엔 온통 달성하고 싶은 목표나 실적으로 가득찼다.그렇다고 무조건 성공만을 외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한편으론 가치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는 차원에서 새끼 손가락을 걸기도 했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논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2008년 파킨스병 진단이 내려졌을 때 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향후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죽음은 장모님에게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고통속에 누워있던 그의 머릿속을 온통 채우는 생각들이 있었다.그것은 남은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래서 그 부족함을 해결하기 위해서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생각과는 달리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여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생길 때마다 자식들을 손수 도울려고 애쓰던 모습이 역력했다.어쩌면 불완전한 것처럼 보이는 다 큰 자식들에 대한 사랑을 억지로라도 보여주고 싶다는 그런 거였다.

몇 년 전부터 그는 요양원 생활을 하면서 의도적인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수시로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귀찮은 생활이었건만 사위의 손목을 꼭 잡으며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 하곤 했다.시간이 지날수록 어눌한 말투를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봐야만 했다.지난 주말이후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말을 이젠 더 이상 듣지 못하게 됐다.덩그러니 남게 된 자식들을 두고 홀로 가는 당신의 처지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결국 그의 희생 때문에 뒤에 따라오는 자식들이 고생을 그나마 덜게 됐다.그가 대신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이다.흔들리는 손을 어쩔 수 없이 놓을 때까지는 고맙다는 감사의 표현을 잊지 않았다.

 

▷ 특히 리더는 사람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수 없이 들었다.왜냐하면 리더의 행동이 많은 사람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코 질질 흘리던 초등학교 1학년 시절 반장 완장을 차면서부터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실제로는 그렇게 외치는 것만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적이었다.솔직히 그때는 나를 믿고 따르도록 하는 것이 반장의 역할로 생각했다.그래서 학급 친구들이 나를 무조건 섬겨야 하는 줄로 여겼다.당장 나의 비전이 우선이었고 이를 어길 시에는 친구들을 따뜻하게 수용하는 것을 거부한 걸로 기억된다.결국 올바른 동기보단 나의 이익이 우선이었다.

고교시절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이맘 때쯤으로 기억된다.자정을 넘긴 시각에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건너방에서 한참 잠을 자고 있던 여동생이 거실로 뛰어오면서 넘어지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잠이 깼다.당시 거실에서 자고 있던 나는 순간적으로 도둑이 들어왔음을 감지했다.무척 당황스러웠다.겁에 질린 여동생은 아무 말도 못한채 벌벌 떨면서 손가락만 가르켰다.반쯤 열린 거실문을 나와 다른 방문을 열어보니 순간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이미 벽에 걸린 커텐엔 불이 붙었고 얼마 안되서 거실을 완전히 뒤덮었다.완전 전소된 아파트 잔해가 그렇게 참혹할지는 전혀 몰랐다.

불길이 한참 진행되는 그 순간에도 나는 실내를 미친 듯이 드나들며 가방만은 절대로 놓칠 수 없었다.그 안에는 며칠 뒤에 창립 예정인 기수 동문회 주소록이 담겨져 있었다.당시 그 명단은 회장인 내가 간직한 유일한 원본이어서 소멸되면 모든 게 끝장이었다.결국 화상 3도를 입은 것도 모른 채 불타는 현장을 오고 간 끝에 겨우 건져낼 수 있었다.그렇게 나는 사람을 우선 챙겼다.시간이 제법 흘러 리더는 자신을 섬기는 사람의 수가 아니라 자신이 섬기는 사람의 수임을 깨달았다.초등학교 시절과는 완전 딴판이었다.어쩌면 나도 사람에게 베푸는 흉내를 내가며 성장했을 지도 모른다.온전히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치있는 존재이며 성공의 척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중요한 것은 사람을 인생에서 1순위로 삼으면 된다는 단순한 사실이었다.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가치는 높아진다는 것을 두근거리는 인생 길에서 배웠다.

 

▷ 벤저민 프랭클린은 10대 시절에 이런 글을 남겼다.“나는 부자로 죽었다는 말보다 쓸모있게 살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날이 갈수록 소득의 양극화 현상 때문에 가진 자와 못 가진자 두 부류로 나눠지는 씁쓸한 세상이다.어쩔 수 없이 작금의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사실 돈 된다는 물건을 제아무리 소유해봤자 절대 만족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설사 더 많은 재물을 확보한뒤 정신적인 욕구를 채운다고 치자 그렇게 호락호락 채워지지도 않는다.내가 알고 지내는 이기심 많은 슈퍼마켓 사장은 젊은 시절부터 오로지 재산 모으기에 급급했다.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배달도중 심근경색으로 죽는 바람에 그가 애지중지 모은 돈을 단 한 푼도 쓰질 못했다.운이 좋아서 엄청나게 수확하고 비좁은 곳간을 채워 놓은들 먹고 마시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무조건 입이 크다고 해서 다 먹을 수는 없는 법이다.게다가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하면 몰라도 어차피 사람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결국 다른 사람의 인생에 아무 것도 베풀 수 없었던 슈퍼마켓 사장은 그릇된 것에 일생을 바쳤다.평소에 베푸는 마음을 가지려면 시간을 비롯해 노력과 돈, 자원 등을 나눠주는 작은 연습을 해야 한다.그러면 소유욕에 지배 당하지 않고 바른 생각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물질이 나를 소유하는 노예가 되면 절대로 안된다.제아무리 이것저것 끌어 모아 용을 써봤자 한줌의 흙으로 끝나고 만다.이 대목에서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작고 사소한 것에 고마워 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한층 더 많이 베풀 수 있다는 사실이다.결국 평소에 감사할 줄 알면서 남에게 나눠주고 타인을 섬기는 것이야말로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 멋지게 사는 것임을 최근 한 고인(故人)을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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