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와 명품의 삶

입력 2016-10-18 17:13 수정 2017-06-12 09:44
 

방 여사의 부탁을 해결하고 우 사장과 공 선생이 있는 곳으로 갔다. 내가 없어도 둘은 즐거운 분위기 속에 있었다. 그들 앞의 탁자에는 내가 나타나기를 기다린 듯 다기들이 보이차와 함께 준비돼 있었다. 보이차를 보곤 갑자기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아니, 원장님.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아닙니다, 보이차 때문에 그만...>

"보이차가 왜요?"

<사람도 짐승보다 못한 경우가 있듯 보이차도 독약과 다름없는 것이 있습니다. 원래는 수십 년 잘 발효시켜 보약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있긴 했었습니다. 홍콩과 대만에서 한때 크게 유행했고 한국에서도 잠시 유행했었지요. 그러자 속성으로 만든 가짜 보이차가 각성제나 환각제, 대마초와 섞어 만든 위험한 독약 수준의 것들이 명품이란 이름으로 나돌게 됐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분의 집에서 저도 꽤나 즐겨마셨고 그로 인해 크게 혼난 적이 있었습니다. 가짜 보이차는 간과 대장에 치명적인 해를 끼쳤습니다. 보이차 장사를 하던 사장과 그 집 단골이었던 분이 갑자기 대장이 터져 3일 만에 급사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부턴 보이차 얘기만 나오면 정나미가 뚝 떨어져서......>

 

「보이차 많이 마시면 오래 산다」는 얘기가 함께 불로초쯤으로 인식돼 유행했던 보이차를 오 사장이 얼마나 애용했을까가 궁금했다.

<오 사장님은 오래되셨습니까?>

"아닙니다. 귀한 손님 오시면 내놓곤 했었는데, 당장 치워야겠습니다."

<잠깐만요, 괜찮은 것인지 제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보이차를 오링테스트로 오 사장과 잘 맞는지를 감정했다. 오링 테스트 결과 오 사장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독약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때 방 여사가 들어오면서 보이차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

"우와 보이차다"

방 여사에게도 오링테스트를 했다. 결과는 오 사장과 다를 바 없었다.

"아니, 왜 이렇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방 여사에게 오 사장이 내가 했던 얘기를 대신 해주었다. 원장님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며 급히 보이차를 치우고 원두커피를 준비시킨 오 사장이 잠시 자리 비웠다.

 

막간을 이용해 공 선생과 방 여사에게 명하나를 풀어보라고 내놓았다. 경진(庚辰)년, 경진(庚辰)월, 경진(庚辰)일, 경진(庚辰)시, 대운 10, 대운 1

대운 10은 남자고 대운 1은 여자다.

"4 경진이니 특이한 명이겠군요"하고 공 선생이 말했다.

<특이한 명 맞습니다>

한참을 들여다보던 공 선생은 "전혀 감이 안 잡힙니다"하고 두 손을 들었다.

이때 "도사 아닙니까?"하고 방 여사가 말했다.

<인생은 저마다 길을 간다 할 수 있으니 누구나 도서가 될 수 있지요. 이 명은 보이차 때문에 화를 자초했습니다. 차관을 지낸 다음 대기업에서 회장 노릇도 했지만 갑자기 배 아프다며 입원한 지 3일 만에 저세상으로 갔지요. 4경진이나, 일시가 쌍 경진인 경우는 지혜의 터득이 필수라고 할 수 있는데 지식에 얽매이고 「명품의 삶」에 집착하다 보면 허세 부리는 인생이 되고 맙니다. 여자는 이혼한 뒤 장사꾼이 돼 살고 있습니다. 남자라면 슈바이처 박사나 큰 스님으로, 여자라면 테레사 수녀와 같은 삶이 됐으면 격이 맞는다고 하겠습니다>

 

한정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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