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권운동가의 죽음 - 국가폭력과 개인의 인권

입력 2009-08-06 12:11 수정 2009-08-06 12:11





지난 7월 15일 러시아의 인권운동가인 나탈리아 에스테미로바가 일단의 괴한들에 의해 살해되었다. 그녀가 살해되어 발견된 지역은 러시아연방 체첸 공화국에 인접해 있는 잉구세티아 공화국 국경 내에서였다. 보도에 의하면, 그녀는 체첸공화국의 수도인 그로즈니에서 납치되어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 에스테미로바는 러시아와 전쟁을 벌인 체첸 공화국에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였으며, 전쟁 중에 실종된 체첸인들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을 줄기차게 추진한 것으로 보아, 친러시아 체첸 정부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러시아내에서 자행되는 이러한 폭력은 국가가 용인하는 폭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러시아정부는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체첸의 람잔 카디로프 대통령 체제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람잔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은 2004년에 암살당한 전임 체첸 대통령의 아들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경호실장 역할을 하면서부터 체첸의 반정부 인사들을 고문, 투옥, 살해하는 잔혹함을 보여주었으며, 아버지의 암살 이후 대통령이 되어서는 노골적인 친러시아 행보를 걷고 있다. 2회 칼럼에서 밝혔듯이, 그는 300명의 살생부 명단을 가지고서 이들을 테러하고 있다는 주장이 인권운동가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현재 소위 이러한 국가폭력의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정부가 자치공화국에서 일어나는 폭력 행위를 눈감아주고 있다는 현실이다. 이 사건 이후에 유럽연합은 러시아 당국이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하여, 범인을 사법처리해야한다고 성명을 발표했지만, 러시아가 이를 수용할 것 같지는 않다. 러시아정부가 이번 살해에 혐의성이 매우 짙은 람잔 카디로프를 법정에 세운다면, 새로운 체첸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카디로프 체제를 보호해주는 경호대가 수만 명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는 매우 견고한 군사력이다.

 현재 러시아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번 사건을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카디로프 대통령은 그 자신이 이번 사건을 직접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천명하고 있다. 카디로프 대통령은 또 이번 사건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는 러시아의 인권단체 ‘메모리알’의 책임자인 올레그 오를로프를 제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오를로프는 이번 사건이 터지자, 람잔 카디로프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에스테미로바를 죽이겠다고 협박해왔으며, 이번 살해에 관여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러시아 인권운동가들은 이번 사건에 있어서 오를로프와 메모리얼 단체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의 의장인 루드밀라 알렉세예바가 밝히듯이, 이번 사건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진실을 발견하는 일이다. 그는 푸틴 총리가 람잔 카디로프 대통령을 보호해주는 행위를 그만두어야 하며, 카디로프에 대한 심문에 착수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러시아형사법에 의거하여 심리하겠다고 의지를 천명하였지만, 카디로프 대통령을 기소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해 보인다. 카디로프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다시 말하면, 카디로프 대통령의 체첸 내에서의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해주었던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을 기소하는 것이나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정부는 이러한 상황 전개를 전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1994년 옐친 대통령이 체첸공화국의 수도인 그로즈니에 대한 전격적인 군사 작전을 펼칠 때에 체첸 공화국에서 그러한 저항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을 하지 못했다. 체첸인 에게 체첸 독립은 자신들의 민족적 꿈이었다. 2000년에 푸틴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1999년 2차 체첸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기 때문이다.

 1-2차 체첸 전쟁은 러시아 연방 내에서 이루어진 전쟁이었다. 그래서 혹자는 이것은 전쟁이 아니고 분쟁이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적어도 4만 명의 시민이 죽었으며, 러시아군도 1만 명이나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체첸 시민들에 대한 무수한 고문과 살해가 전쟁터에서 행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잔혹한 고문행위나 시민 학살에 대해서 러시아내에서 진상규명이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이 전쟁터의 풍경이 보여주었던 것은 일반 시민들이 손과 발이 강제로 묶여져서 살해된 참혹한 사진으로 설명될 수 있다.

북카프카즈에서 아직도 되풀이되고 있는 인권에 대한 침해는 전쟁의 확장된 형태로 받아들여진다. 최근의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일어났던 위구르 인들의 독립 요구 시위로 살해된 사람들이 정확히 어느 정도가 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살해된 수만큼의 국가 폭력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행해왔던 국가 정책을 본다면, 현재 언론이 통제되어서 알 수 없지만, 체포되고 있는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의 위구르 인들의 운명도 대부분 처형으로 결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측이 쉽게 드는 것도, 이러한 국가 폭력이 강대국에 의해 너무나 간단히 행해지고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HK 교수로 복직중.
현재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유라시아 관련 연구에 전념하고 20편의 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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