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의 정체성

입력 2012-02-05 22:42 수정 2012-02-05 22:53
요즈음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을 만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자연스럽게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신입사원 채용에 대한 얘기들을 나누게 된다. 그런데 어느 정도 얘기를 나누다보면 뭔가 막막한 느낌, 일종의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대략 얘기를 정리해보면 단지 몇 사람을 뽑으려고 해도 수백명이 지원하는데, 정작 뽑을 사람은 없다는 것이 요지이다. 이유도 참 다양하다. 너무 스팩이 좋아서, 너무 스택이 낮아서, 기업이 원하는 역량에 오버해서, 기업이 원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몇몇 대학에서 자문 활동을 하며 취업 준비에 지친 수많은 대학생들을 지켜보면서 때론 취업란을 빌미로 대학에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대학과 기업의 간격이 상당히 벌어져 있고, 일정 부분에서 획기적인 협력과 소통이 필요한 것도 인정하지만. 

지금처럼 학문을 연마하고 기본 소양을 단련하는 대학 본래의 기능을 간과하고, 기업에서 당장 필요로 하는 부분들만 끊임없이 강조한다면 단기 전망을 위해서 장기 성장을 무시하는 과오를 범하는 것은 아닐까? 

기업들은 대학에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대학은 이러한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속절없이 끌려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최근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하나이다.

많은 기업들이 최근에 경력사원 같은 신입사원을 얘기하고,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여러 가지 형태의 인턴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인턴이나 이와 유사한 형태의 현장 실습은 이제 입사를 위한 필수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아무리 아는 것이 많아도 이를 말로 표현하지 못하면 지금의 입사전형을 통과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스피치, 보이스 트레이닝, 프레젠테이션 스킬 등 말하기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대학가에 휘몰아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과 영어성적,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이 주최하는 공모전 수상 등에 대한 관심만 넘쳐날 뿐 학문 자체에 대해 탐구하거나 사회 현상에 대해 깊이 사색하고 고민하는 대학생들을 찾아보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지나치게 사회에 민감한 대학들을 보면서 오히려 과거의 도도한 상아탑이 생각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대학 자체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면서 사회의 다양한 요구들을 충분히 포용하고 융합시키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월드클래스에듀케이션 대표
머서코리아 어드바이저
연세대학교/한양대학교 전문위원
각종 교육기관과 교육 관련 부서를 활성화시키는 데 기여해왔다. 평생교육 분야에서 축적된 다양한 노하우와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경닷컴의 교육사업을 체계화하고 우수 인력을 양성, 공급하기 위한 일련의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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