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한 조간 신문을 펼쳐 보다가 재미난 글을 발견했다.조선시대 양반들도 재테크를 했다는 내용이었다.당시 양반가에는 대(代)가 끊기지 않고 조상에 대한 제사가 이어지는 것이 지상과제였다.그래서 상당한 재산확보는 필수였고 생존의 문제였다.문숙자 연구원이 최근 펴낸 신간 <조선 양반가의 치산과 가계경영>에 따르면 여러 자녀가 재산을 동일하게 상속했기 때문에 후대로 내려 갈수록 재산규모는 줄었다.실제로 조선 후기에는 많은 양반가들이 영세한 소농(小農)으로 전락했다.

 

공격적으로 재산을 불린 가문은 해남 윤씨 집안으로 대표적으로 손꼽힌다.윤호정(1476∼1543)의 후손들로 윤선도와 윤두서 같은 학자를 배출한 명문가(名文家)면서 나라에서 알아주는 부자로 불렸던 집안이었다.이 집안은 대부분 종가가 있는 해남읍 남쪽의 현산면과 화산면 일대의 토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재산을 불렸다.또한 16~18세기에는 갯벌을 대규모로 개간하기도 했고 거주지와 멀어 관리가 힘든 토지는 파는 경우도 많았다.특히 노비의 관리도 꼼꼼해서 제사상에 올릴 제물로 개인별 참깨 다섯 되씩 받았고 늙은 종들에게는 나라에 바치는 공물은 제외됐지만 참깨는 역시 받았다.하지만, 배로 짐을 실어 옮길 때는 노비에게는 적절한 대가를 지불할 줄도 아는 집안이었다.

 

한편, 16세기부터 경상도 영해에서 거주하기 시작한 이애(1480∼1561)의 후손인 재령 이씨 집안은 노비를 무려 750명 거느린 대부호였다.특히 임진왜란때는 노비를 반값에 사들여 줄어든 재산을 다시 늘리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이씨 집안은 노비를 가족이 공동관리하는 안정적인 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도망간 노비를 찾아낸 상속인에게 그 노비를 사용할 권리를 주는 등 철저히 관리했다.결국, 해남 윤씨 집안은 집중적인 토지매매로 공격적인 경영을 했다고 본다면 재령 이씨 집안은 상속인들의 공동 재산관리로 안정적인 경영을 했다고 볼 수 있다.

 

▷ 춘추 전국시대 제나라때 관중이 죽자 국가는 소금 전매하는 일을 철폐했다.결국 소금은 다시 상인들이 팔게 되었다.당시 소금을 팔면서 이재(理財)에 밝았던 상인 조간은 아무리 많은 소금을 생산해도 사람이 운반해 팔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러자 조간은 노예들을 동원해 소금을 팔기 시작했다.이 대목에서 기가 막힌 화술로 소통을 시도한다.“나의 소금을 팔러 나가는 너희들은 나의 형제들이다.나는 너희들을 결코 노예로 생각하지 않는다.지금부터 우리는 한가족이다” 라면서.한마디로 그의 대화법은 적중했다.

 

“정말로 저희들을 형제처럼 대우해 주실 겁니까”라고 한 노예가 묻자 조간은 “그렇다, 나는 너희들을 노예로 생각하지 않고 이익이 남으면 반드시 배분해 주겠다”라며 오히려 귀하게 대접했다.조간이 노예를 천대하지 않고 이익을 나눠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노예들이 찾아왔다.노예들은 조간의 말에 감동해 목숨을 바쳐 장사를 한 나머지 자신의 일처럼 열심히 소금을 판매했다.마침내 조간은 막대한 돈를 모아 제나라 제일의 부자가 되었고 노예들도 가정을 꾸리며 나쁜 짓을 하지 않고 풍족하게 살았다.

 

▷ 돈을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결론부터 말하면 돈은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터득한 사람일 것이다.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자다.지금도 정기적으로 많은 돈을 기부하고 있는 H사장을 관찰해 보면 더욱 그렇다.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대학에다 일찍부터 기부를 실천해 오고 있다.매년 연말 쯤이면 판매 수익금의 10%를 장학금으로 대학에다 내놓는다.제법 식당 규모가 커지자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해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나눠주기도 하고 매년 성과급도 주는 착한 CEO다.어쩌다 식당을 찾을 때마다 기부동기를 물어보면 단지 감사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장사가 잘돼서 장학금을 척척 기부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손에 쥔 것도 없이 시작한 개업 초기시절부터 이미 감사의 마음을 갖기로 작정했다.다행히 신(神)이 도왔는지 직원 인건비를 단 한번도 밀린 적이 없었다.직원들 대부분 수 년째 근무중이고 ‘김영란 법’이 시행된 지금처럼 어려운 시절에도 별 타격이 없단다.오히려 직원들 가족과 지인들이 줄어든 매출을 채워준 덕분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란다.결국 기부행위는 돈을 심는 것이다.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게 해줌으로써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 내곤 한다.그러니까 H사장은 매년 그런 체험을 통해 기적과 만나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아무튼 내가 볼땐 매년 배당금과 성과급을 가져가는 식당 직원들이 부러울 지경이다.
 

▷ 대한민국이 위기다.아니,자영업의 큰 위기일 수도 있다.어딜가나 장사가 안된다는 아우성들뿐이다.‘김영란 법’을 필두로 사드배치,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북핵, 경주 지진과 태풍까지 대형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다.본래 위기(危機)는 위험과 기회의 두 단어의 합성어다.다소 해석의 차이가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본다면 기회인 셈이다.그렇다면 지금처럼 대형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한단 말인가.결국 장사하는 사람에겐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다.위기일수록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끌어내는 능력이야말로 CEO들에게 가장 필요하다.

 

좀전에 소개한 착한 H사장처럼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또한 적절한 보상까지 실천한다면 그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대한민국에서 자영업 사장으로 산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하지만 고객과 직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복잡한 일들이 술술 풀릴 것이다.그것이야말로 적신호가 켜진 지금의 경제위기를 돌파하고 저성장 시대에 종업원과 사장이 함께 돈 버는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윤국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키움에셋플래너 경제교육 본부장
•경실련 상임집행위원 / 대전참여연대 집행위원
•법무보호복지공단 사회성향상 교육위원
•대전시 시민행복위원회 위원
•ING life 부지점장 / Allianz Life 지점장 / TNV advisor 본부장
•대전대학교 경제전문가과정 교수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