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복잡계에서의 경력컨설팅의 함정


  얼마 전 라디오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초청 릴레이 특강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직업적, 경력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초청되어 자신의 성공 경험을 이야기하며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해주는 목적이었다. 실제로 강연을 듣고 질문을 던지는 고등학생들의 얘기들에서 학생들은 어느 정도 동기부여가 된 것도 같았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과연 이런 개인의 경험과 강연자들이 제시하는 성공방정식이 진정으로 학생들의 향후 경력추구 노력에 도움이 되었을까?  주위에 보면 많은 직장인이나 전문인들의 성공 사례가 있고, 이것들을 테마로 한 강연, 도서 등도 매우 많이 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의 방식으로만 노력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성공한 사람들의 강연을 들어보면 비교적 공통된 것이 있다. 그것은 자신이 초기에 원했던 목표대로 지금 현재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력하다 보니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되었고, 그 자리는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자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초기에 노력한 원인 행동들이 처음 예측했던 결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를 잘 곱씹어보면 결과가 발생하고 나서 그것에 따라 인과관계를 다시 추정해놓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퍼즐 맞추기처럼 결과를 중심으로 과거 원인행동들을 짜맞춰 나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퍼즐들은 10인10색, 100인100색이다. 그래서 이들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비슷한 예가 있다. 많은 로또 당첨자들은 당첨이 된 후 자신이 경험했던 꿈 얘기를 한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대박 꿈을 꾼 후 로또를 구매한 경우에, 당첨이 된 사람들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첨되지 않은 사람들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박 꿈이 로또 당첨과 연결되어 있다고 쉽게 믿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는 대박 꿈과 로또 당첨은 인과관계를 갖는 것이 아닐 수 있는데 말이다. 다시 경력으로 돌아와보면, 지금 사회에서 과연 사람들은 노력하면 자신이 노력하는 것을 과연 얻을 수 있을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말처럼 세상은 의도한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세상이 ‘복잡계(complex system)’이기 때문이다. 과거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되는 합리적 이성을 중시하는 근대주의 시대에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은 선형적이었다. 즉, 선형적인 인과관계를 전제로 하여 결과를 통해 원인을 추정하고, 원인을 통해 결과를 예측해왔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을 이런 방식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이면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분명하게 확인될 수 있는 외재적 질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데카르트가 말하고 있는 수단과 목적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간의 주체적 이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세계관에서는 경력개발에 있어서도 인간이 스스로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다는 개인의 주체성이 강조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현실(복잡계)에 있어서는 개인이 자신의 미래 경력을 스스로 예측하기는 하나, 희망하는 경력을 얻기 위한 행동들과 자신이 초기에 원했던 경력 결과와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더 긍정적인 결과든, 부정적인 결과든). 이것은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 근대주의적 세계관을 전제로 하여 경력모델을 수립하는 것은 그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많은 경력모델들은 선형적인 모형을 따르고 있고, 이후 이 모델의 현실과의 괴리를 발견한 많은 경력개발 학자들이 일부분 순환개념을 적용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선형적 경력모델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는 않다.

  복잡계 관점에서 보는 세상은 반드시 선형적인 질서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복잡계란 각각의 구성요소 시스템에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시스템들의 다수준적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단순 시스템들이 조합되거나 통합될 때, 그 결과는 전형적으로 크고 복잡한 시스템이 된다.  복잡계의 행동은 언뜻 보아서는 무질서해 보이나, 혼돈과 질서의 균형을 잡는 능력인 자기조직화의 특성으로 인하여 혼돈 대신에 질서를 형성해낸다. 다시 말해 복잡계는 단순한 구성요소가 상호간에 끊임없는 적응과 경쟁을 통해 질서와 혼돈이 균형을 이루는 경계면에서, 완전히 고정된 상태나 완전히 무질서한 상태에 빠지지 않고 항상 보다 높은 수준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해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복잡계의 특징은 요소간의 비선형 상호작용을 포함하기 때문에 시스템의 거시적인 행동을 요소의 성질에서 직접 예상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러한 특징은 사회적 시스템이나 인간적 시스템에 원래부터 내재된 특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생물학에서 시작된 복잡계의 이론의 관점은 사회적, 인간적 시스템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복잡계가 되기 위해서는 (1)서로 간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창발적 결과와 (2) 다른 수준에서의 결과와는 다른 결과의 창출이 일어나야 한다. 또한 그러한 창발적 결과들은 지속적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조직화 되는 프렉탈적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 된다.

  복잡계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 개인의 경력에 대한 관점에 있어서도 또 다른 방향과 해석을 유발시킨다. 특히 이러한 관점은 개인의 경력과 경력지향적 행동들이 경력 주체자가 원하는 방향이나 결과로 반드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줄 수 있는 이론적 틀이 된다. 즉, 복잡계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인 미세한 자극만으로 이 세상은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바뀌어나갈 수 있다는 ‘초기 미세자극에 대한 민감성’의 성질이 경력추구 노력들과 결과의 불일치를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복잡계에서 인간의 주체성은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판단해낼 수 있는 이성적 판단에서가 아니라, 변화의 패턴을 이해하려는 개인의 지속적인 학습과 의식적 노력에서 찾아볼 수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경력성공을 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점을 찾는다는 행위 자체도 무의미한 것일 수 있다. 그것은 그 사람들을 둘러싼 맥락과의 관계 속에서 기인한 것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맥락이라는 것 때문에 사람들이 똑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서로 같은 결과가 결코 도출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복잡계가 얘기하는 하부 시스템 간의 지속적인 상호작용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진정한 꿈을 발견하고 그것에 따라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면 성공한다고 얘기한다. 물론 이런 노력을 통해 근접해 있는 결과는 예측대로 흘러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학원에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면 토익성적이 오른다는 것은 예측가능 하나, 그 학원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유력인사를 만나서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얘기하는 공통 요소들(열정, 성실함 등)은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당연히 필요한 덕목일 것이기 때문에 의도적인 노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무리 예측하기 어려운 복잡계라고 하더라도 확률적으로도 의도적이고 자기주도적인 노력이 성공(예측한 성공이든, 그렇지 않은 성공이든)에 가장 영향력이 큰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초기에 설정한 목표를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력컨설팅에서 중요한 것은 성공한 사람들의 모델을 따라해보라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많은 경험들을 하면서 그 자체를 통한 상호작용을 더 깊게 하라고 가이드하는 것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현재 HRD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며, 대학에서 심리학, 대학원에서 HRD를 전공하였으며, 쌍용그룹 중앙연수원, 쌍용정보통신㈜잠실교육센터장, 삼성SNS㈜ 인력개발파트장 등을 거쳐 현재는 HRD 전문컨설팅기관인 ㈜하나기업컨설팅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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