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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Appreciative Inquiry)는 과연 만병통치약인가?

  요즘 HRD 현장에서 AI의 철학과 관점 또는 기법이 많이 유행하고 있는 듯하다. AI는 ‘Appreciative Inquiry’로 우리 말로는 ‘긍정탐구’로 주로 번역된다. 이것은 1987년 David Cooperrider가 그의 논문에서 주창한 것으로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시키는 핵심적 긍정요소(core positive)를 바탕으로 조직성과를 개선하는 변화관리법’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개발의 관점에서 보자면 AI는 조직이 가장 효과적으로 역량을 발휘했던 시기에, 그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었던 강점이나 긍정적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탐색하고 발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AI의 실행은 흔히 4D Cycle로 이루어진다. 즉, 부정적 견해/비판, 반복되는 진단 대신에, 발견하고(Discover), 꿈꾸고(Dream), 설계하고(Design) 그것을 실현해가는(Destiny)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5단계로 언급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초기에 긍정주제를 선정하는 단계를 프로세스 내에 포함하여 제시하는 경우에 그러하다. 이와 같은 AI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문제해결적 접근이 전제 및 가치를 바꾸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라 미봉책 차원의 해결 방법이므로, 좀 더 근원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AI가 필요하다고 얘기하곤 한다.

  여기서 우리는 AI가 Seligman의 긍정심리와 맞물리면서 만병통치약처럼 조직의 성과를 높이거나,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설파되는 것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조직의 ‘문제’라고 하는 것에 대해 공유된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문제’라고 하면 당연히 기준보다 낮은 상태 또는 차이를 말하는 것이지만, 현재의 수준보다 높은 수준을 지향하면서 생기는 차이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를 발생형 문제라고 하고, 후자의 문제는 탐색형 또는 설정형 문제라고 칭하기도 한다.  필자의 견해로는 문제의 형태가 전자인 경우에는 기존의 문제해결적인 조직개발 방법들을 적용하여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고, 후자라면 AI가 또 하나의 대안으로서 작동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즉, AI를 기존의 조직개발의 주된 개입방법(문제해결적 조직개발)의 대체재로서 보기보다는 보완재적인 역할로 보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관점이나 믿음들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한 일반적인 작은 문제해결책들로는 조직의 성과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것은 조직학습과 행동과학의 대가인 Argyris의 이중고리학습(double loop learning)이나 아인슈타인이 얘기한 ‘어떠한 문제도 그 문제를 만들어낸 것과 같은 수준의 생각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말처럼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경우에는 어쩌면 일반적인 문제해결 워크숍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AI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일정 수준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영업성과개선을 위한 워크숍을 하는데 구성원들이 영업성과가 안 나오는 것은 우리 지점의 지역적 특성의 한계라고 느끼면서 체념적 모습을 가지고 있고, 왜 본사에서 이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인 목표설정을 하느냐에 불평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의식 하에서는 단순히 지점 내에서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의 아이디어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긍정적 신념 등이 먼저 직원들의 마음 속에 자리매김하게끔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AI가 갖고 있는 철학과 부합될 것이다.  즉, AI의 접근은 구성원들에게 도전적인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자신감(자기효능감)을 부여하며, 현재와 미래의 성공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낙관주의)을 전파하고, 목표를 향해 인내하고 필요한 순간에는 성공하기 위해 목표(희망)에 대한 경로를 재설정하도록 하며, 문제나 역경에 직면하였을 때는 성공을 성취하기 위해 난관이나 좌절로부터 원래의 상태로 다시 회복하는(복원력) 등의 개인의 복합적인 긍정적 심리상태를 목표로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러한 철학을 가진 AI기법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과거 성공경험을 통한 영감을 떠오르게 하고, 이를 통해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에너지를 창출해낼 수 있는 것을 표현하게 함으로써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측면에서도 생각해보게도 된다. AI라는 기법이 어찌 보면 조직의 성과에 대해 개인의 무한 책임을 강조하는듯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어떤 문제는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아니라 시스템적으로나 환경적 요소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인데도 개인, 또는 개인들의 총합적인 수준에서의 긍정적인 영감을 통한 잠재력만 높이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AI의 어두운 그늘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즉, 긍정의 탐구, 강점의 재발견 등의 용어들을 통해 밝고 낙관주의적이고 어쩌면 인본주의적 철학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개천에서 용날 수 있다는 식으로 개인 노력은 무한대로 이루어져야하고 이를 통해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잘못된 환상을 주는 것이 아닌가도 한다. 이것은 과거 베스트셀러였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서 처럼 사회구조적인 문제조차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것과 같은 양상일 수 있고, 또는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그녀의 저서인 “긍정의 배신”에서 비판했던 것처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더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긍정주의 심리는 신자유주의의 체제에서 소외된 개인들을 달래기 위한 주술적인 측면이 있기도 하다(론다 번의 ’시크릿‘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그러므로 기존에 AI가 비판받는 부분, 긍정 요소만을 강조하다면 실제 조직의 문제나 약점은 해결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AI가 기존의 문제해결적 조직개발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적 프로그램으로서 작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AI 프로그램 판매자 입장에서는 AI가 기존의 문제해결의 관점이나 프로그램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홍보하며, 기존의 기법들을 평가절하 시켜야 하겠지만, HRD담당자들은 이것들을 자신의 조직 맥락에 맞게끔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강점을 잘 활용하고 발굴해내는 작업은 기업의 성과를 위해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인 것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존에 뻔히 보이는 약점이나 단점을 무시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HRD담당자는 이론과 기법의 채택에 있어서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좀 더 HRD에 대한 일관된 철학적 관점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현재 HRD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며, 대학에서 심리학, 대학원에서 HRD를 전공하였으며, 쌍용그룹 중앙연수원, 쌍용정보통신㈜잠실교육센터장, 삼성SNS㈜ 인력개발파트장 등을 거쳐 현재는 HRD 전문컨설팅기관인 ㈜하나기업컨설팅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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