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외로우니까 ‘멘토’가 답이다

▷ 언제나 김제동의 말 재간은 재치있고 순발력이 넘친다. 그날 역시 그랬다. 토크 콘서트 강당에는 대학생을 비롯해 취업 준비생들로 붐볐다. 좌석 중간에는 부모들과 함께 온 자녀들과 좀전에 퇴근한 직장인들도 제법 보였다. <사람이 사람답게>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대형 현수막이 시선을 확 끌었다.

사회자의 소개 순서를 깜짝 무시하고 성큼성큼 등장한 그는 아픈 청춘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대화의 시작은 대충 이랬다. 흔들리는 청춘들이 가슴 아픈 사연을 말한뒤 함께 청취하고 이야기를 풀어보는 순서였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외롭고, 소외감을 느끼며, 불안하고, 무섭고, 힘들다는 대충 그런 감정들이었다. 물론 참석한 사람마다 사연은 제각각 달랐다.

 

맨 처음 마이크를 집어든 25세 여대생은 자신을 향한 타인의 오해 때문에 무척 힘들다며 울먹거렸다. 김제동은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인내를 발휘한다. 그리고는 한마디 거들기 시작했다. “제각각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니까 신경쓸 필요가 없어요. 오히려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하고 스스로 믿음을 가진다면 괜찮다. 여유를 갖고 자신의 길만 우직하게 걸어 간다면 오해라는 감정은 자연스럽게 치유된다”며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슬그머니 끄집어 낸다.

경북 영천 시골 출신인 김제동은 대구로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전학을 가야만 했다.부 모에게 이사가기 싫다며 엄청 우겼단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대구에는 눈알 빼먹는 괴물들만 사는 곳이기에 무서움이 앞섰단다. 결국 그는 자신만의 해결책을 찾았다. 기가 죽기 싫은 소년은 입학 첫날부터 쉬는 시간마다 교실 벽에 주먹으로 내려치는 동작을 반복하곤 했다. 물론 왕주먹 그림이 새겨져 있는 ‘무적 태권도’라고 적힌 잠바를 입은 채로 말이다. 그리고는 집에 와서는 엄마 치마폭을 부여잡고 중학교 2학년까지 엉엉 울어댔다.

 

“지금도 내성적인 성격 탓에 낮선 환경에 부딪칠 때마다 늘 외롭고 무서움을 느끼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는다. 김제동은 또 이렇게 답변을 내놓는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습니다.그리고 늘 소외감을 느낍니다. 새로운 환경에선 누구나 인간관계가 힘들고 어떻게 할지 당황스럽죠.

때로는 혼자서, 가끔은 함께 하는 것이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있어요.  결국 나의 주관적인 감정에서 벗어나서 일부러라도 놔주어야 합니다.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탈탈 털고 직진해야 해요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에서 스스로 치유할 줄 알아야 합니다”라고. 목소리가 다소 불안했던 여대생의 질문이 워낙 진지했던 터라 분위기는 상당히 차분해졌다.

 

이어서 취업 준비생이 마이크를 들었다. 연이은 낙방에 자신감도 줄어든 시점에서 남자친구마저 자신을 멀리하는 바람에 괴롭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김제동은 질문자에게 다시 물었다. “성장하면서 집안에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있냐”며 따져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역시 그랬다. “남자 친구에게서 보호를 받고자 하는 심리가 큰 탓에 연애를 여러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요.” 한참동안 머뭇거리다가 그는 “부모에게서 단 한번도 진심으로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다”며 머리를 긁적인다.

김제동은 공감을 다시 시도한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상처가 크기 때문에 실망도 큰 법이죠. 그냥 훌쩍 넘어가세요. 기대를 크게 갖지 말아요. 자신도 같은 처지에 놓인 적이 있어 이런 감정을 충분히 알고 있어요. 그러나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은 충분하지만 강요하면 안됩니다. 집착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매사에 충실하다 보면 자신을 보호해줄 연인이 반드시 생길 거에요”라며 뜨겁게 격려해준다.

 

▷ 가끔식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긴다. 예비 부부들과 더치 커피를 한잔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언제나 즐겁다. 첫 미팅 사연을 비롯해 소설같은 연애 이야기와 한때 헤어져 가슴조린 시절까지 다 듣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상견례를 마친뒤 결혼식이 점점 다가올수록 외롭고 힘들다며 아우성들이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국 돈 문제 때문에 다툼이 발생하기 일쑤다. 그동안 원칙없이 사용해온 통장관리를 비롯해 신용카드 정리와 최근에 구입한 자동차 할부금,학자금 대출금,은행 빚 등등 다양하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그 뿐인가.  신혼집 마련과 예식비용과 관련해 꼼꼼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지만 신통치가 않다.

결혼 전에 벌어논 돈이라고 해봤자 쥐꼬리만하고 당장 쓸 돈은 엄청나니 결혼이 두렵기만 할 뿐이다. 제아무리 사랑한다고 미래를 약속했지만 결국 돈 문제로 충돌하다 보면 상처만 입는 셈이다. 그래서 결혼식 날짜가 임박할수록 초조하고 왠지 모르게 도망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성공적인 결혼이란 적당한 시점에 필요한 돈이 마련돼 있도록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설계도면 없이 집을 지을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엉성하게라도 살 집을 만들고 싶지만 이 역시 재료가 충분치가 않다.

결혼식 겨우 끝냈다고 해서 어디 끝날 문제인가. 앞으로 부모님 용돈을 비롯해 어버이 날, 경조사비, 휴가비, 자동차 할부금과 보험료, 각종 세금을 지출해야 한다. 그때마다 지출과 관련해서 신혼부부는 예산을 미리 세워놓지 않으면 안된다. 그 과정에서 물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지만 결국 잘 풀어내야 한 가정이 홀로서는 법이다.

아무튼,결혼 전이나 신혼기간 동안 돈 문제와 성격차이로 많은 상처를 입게 될 것이 뻔하다.사정이 이렇다보니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어리석음을 선택해서는 더더욱 안된다.사실 그대로를 수용하고 돈보다 사람이 우선임을 절대로 잊지 않으면 될 일이다.현재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알며 천천히 살아내면 족한 법이다.

 

▷ 내가 따르는 사람, 흉내 내려고 하는 모델을 ‘멘토(Mentor)’라고 보통들 말한다. 내가 조언을 구하는 ‘멘토’는 내 자신을 다듬고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곤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나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으려는 사람, 아니면 나를 무시하고 비난하는 사람들과는 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

오히려 내가 가고자 하는 인생여정에서 고통스럽고 힘들기만 하는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감정을 보듬어 주고 깊은 상처를 수용하며 이야기를 밤새 들어줄 수 있는 ‘멘토’를 찾아 나서야 한다. 부모님이 될 수도 있고, 친구와 선후배, 직장상사 그리고 만난 적도 없는 현명한 사람들을 독수리 눈으로 골라내야 한다.

 

그들은 나를 아끼며 내가 갖고 있는 강점을 발휘하도록 격려한다. 그리고 언제든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곤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든 무엇을 이루었던간에, 아니 지금 어떤 지위에 있든지를 막론하고 ‘멘토’가 있다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멘토’가 없는 삶보다는 단 한명이라도 있는 것이 삶의 영향을 크게 미친다.

김제동 ‘멘토’가 이 시대 상처입은 청년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는 물론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전하며 공유한 시간은 의미가 있다. 적어도 자신만을 따르면 발전하기 어렵다고 느꼈던 콘서트장에 모인 그들에게 만큼은 말이다. 아무튼 그날 함께 한 모두가 뜨겁게 성장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한 시간이었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