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떠나면서 한마디 하고 나가는 사람들


  얼마 전 모 대기업의 직원이 퇴직하면서 CEO에게 보낸 메일이 신문에 기사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 메일에서 회사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신랄하게 지적하였다고 합니다. 물론 순전히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이지만 말입니다.


  이처럼 조직을 떠나면서 윗사람, 특히 사장에게 회사 내 문제점을 지적하는 편지를 쓰고 나가는 것은 흔한 스토리이기는 합니다. 그리고 이런 편지를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통적으로 진정으로 회사를 사랑하기 때문에, 회사가 더 잘되라고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그처럼 회사를 위하는 마음이 간절했다면 회사를 떠나지 말고 어떻게든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고 그 회사의 모든 상황들이 자신과 맞지 않는 것 같아서라면 그냥 조용히 떠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퇴직하는 시점이 되면 컨설턴트 입장이 되어 사장에게 한마디 하고 싶어하는지.. 주변에서 그런 분들을 가끔 보다 보니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첫 번째, 사장은 평소에 자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아니고, 자신이 얘기하는 것이 윗 상사에 의해 스크린 되어 사장에게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전달하고 싶어서일 수 있습니다.


  두번째 경우는 자신에 대한 자존감의 회복을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심리에는 ‘나 같은 뛰어난 인재가 있다는 것을 도대체 사장은 알고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많아 나를 잘 모르고 있었을 수 있으니 실제로 내가 이런 훌륭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한번 알려주고 나가자’ 하는 심리가 그 사람이 얘기한 표면적 이유와 함께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이메일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서 평소에 쌍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진도(?)가 나가지 못해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한번 다 쏟아 내보는 것..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쌓여왔던 것에 대한 스트레스 해소용이 될 수도 있지요. 이것은 개인에게는 실제로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마음에 담아두는 것보다는 한번 질러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으니까요.


  그러나 어떤 이유이든지 간에 그냥 ‘떠날 때는 말없이’가 깨끗하고 멋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에 대한 충고 메일을 쓰면서 자신은 그 회사가 계속 성장해나가기를 바란다고 쓰지만 그것은 본심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정말 회사가 더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을 간절히 바란다면 오히려 성의를 다해서 꼼꼼하게 인계서류들을 만들고 후임자를 위해 모아놓은 자료들을 정리하고, 자신의 경험들을 매뉴얼 형태로 기술하여, 후임자가 일하는데 불편함이 없고,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더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것도 하고 메일도 쓰고 한다면 별개의 문제이지만, 제가 주위에서 본 사람들은 메일 쓰기에만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본인이 일부러 의도하지는 않겠지만, 만약 이런 내용이 언론매체에까지 나가게 된다면 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내 집에 문제가 있더라도 밖에 나가서 ‘우리 집은 너무 비민주적이예요!!’ 라든가 ‘우리 집안은 콩가루 집안이예요~~..’ 라고 떠벌이고 다닌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과연 그 사람이 진정으로 그 조직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진 사람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되는거죠.. 


  여기서 HRD담당자의 입장이라면 이런 문제를 한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것보다는 이런 얘기들을 할 수 밖에 없도록 한 조직 문화에서도 찾아볼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만약 사내에 이렇게 한마디씩 하고 나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평소에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그리 원만하지 않았다는 반증일 수도 있고, 그만큼 조직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조직 차원에서는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면 조직 내에 다른 문제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를 유기체로 비유한다면, 회사 조직에는 두 가지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그 첫 번째는 자금의 흐름이고, 두 번째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사람의 혈관이 막히면 생명에 위협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회사도 자금이 막히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자금 못지않게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조직에서 커뮤니케이션의 파이프가 막혀버리면 자금의 막힘과 마찬가지로 파멸로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차이점은 자금의 막힘은 즉각적으로 표시가 나게 되나나,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서서히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떠날 때 이런 식으로 한마디 하고 나가는 사람이 많을수록 조직 내에는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동기부여를 해주지 못하는 조직문화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 맞지만 떠나는 중마다 절 개선방안을 언급하며 떠나는 절이라면 한번쯤 조직 내부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봐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HRD담당자라면 조직개발의 차원에서 이런 부분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어쨌든 분명한 것은 나가면서 한마디 하고 나가는 사람은 자기 합리화나 만족 차원이지 결코 애사심의 발현은 아닐 것으로 봅니다.

현재 HRD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며, 대학에서 심리학, 대학원에서 HRD를 전공하였으며, 쌍용그룹 중앙연수원, 쌍용정보통신㈜잠실교육센터장, 삼성SNS㈜ 인력개발파트장 등을 거쳐 현재는 HRD 전문컨설팅기관인 ㈜하나기업컨설팅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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