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기업에서 인력개발파트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한번은 브리핑 자리에서 당시 사장님이 저한테 의견을 물은 적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교육을 시키는데 회사와 종업원이 반반씩 교육비를 부담하는 시스템으로 가면 어떻겠냐고...  미국에서 20년 정도를 계셨던 분이셔서 상당히 미국적 생각을 가지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사실 맞는 얘기일 수도 있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죠.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측면에서입니다.

  첫번째는 계속 지금까지의 컬럼에서 했던 얘기이지만 교육과 성과의 연계성입니다. 즉, 이 교육을 받으면 나의 역량이 확실하게 향상되어 성과가 두배로 뛸 것이고 그만큼 회사에서 나의 존재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믿음이죠. 이것이 확실하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교육에 들어오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자기 돈도 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요.
두번째는 문화적인 거부감입니다. 왜 회사에서 교육을 시키는데 직원이 돈을 내야하느냐 하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기업체 직원들이 교육을 받으면 정부에서까지 나서서 돈을 지원해주는 나라인데 말입니다.

  그래도 한번 고민은 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그 교육이 firm-specific한 것이냐 firm-general한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firm-specific한 교육이라 함은 그 교육을 통해 향상된 지식이나 스킬이 그 회사에서만 쓰이는 것을 말합니다. 다른 직업이나 다른 회사로 가게 되면 필요없는 교육이죠. 예를 들어 특정한 설비나 시스템에 대한 교육 또는 그 기업만의 핵심가치교육 등이 그것입니다. 이런 교육은 당연히 회사가 돈을 내야 합니다.
반면에 firm-general한 교육이라 함은 어떤 회사를 가더라도 범용적으로 쓰이는 지식이나 스킬입니다. 이런 교육은 개인과 회사가 어느 정도 함께 부담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외국어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영어권이 아닌 특수지역 파견을 위한 언어교육은 예외일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일반적인 직무향상교육(프리젠테이션, 기획력 등)도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요즘에도 대기업에서는 핵심인재들을 선발하여 Global MBA와 같은 과정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사실은 어떻게 보면 이 프로그램이 개인의 범용적인 역량을 키워주는 측면이 큽니다. 이렇게 키워진 역량은 당연히 그 직원이 회사에 계속 있는 동안은 조직의 성과향상에 기여를 할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 직원의 역량이 향상되어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거의 경우 해외유학 프로그램 등에 갔던 사람들이  학위취득 후, 유학연수 전 작성한 서약서에 따른 패널티를 물고라도 소속사로 다시 복귀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자, 그럼 컬럼 제목으로 돌아가볼까요? 영어실력 향상은 당연히 firm-general한 부분입니다.  특히 지금 업무에서 외국어 능력이 꼭 필요하지 않은 직원에게는 전적으로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사가 돈을 내서 직원에게 영어교육을 시켜줄 필요는 없을지 모릅니다. 아무리 영어등급이 승격에 필수항목이거나, 향후에 주재원으로 나갈 상황이 되더라도 말입니다. 만약 영어교육을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돈을 들여 집합교육이든 온라인교육이든 시킨다면 그것은 아마도 복지차원의 교육이 될 것입니다. 처음 컬럼에서도 얘기드렸지만 기업교육이 복지차원으로만 흐르면 HRD담당자는 그 역할이나 위치가 상당히 모호해질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일반적인 영어교육을 연수체계에 포함시켜 돈을 투자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졌지만, 만약 그런 기업이 있다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영어공부는 회사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자기 돈을 내서 그것도 근무시간 외에 하는 것이 맞다고요.
현재 HRD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며, 대학에서 심리학, 대학원에서 HRD를 전공하였으며, 쌍용그룹 중앙연수원, 쌍용정보통신㈜잠실교육센터장, 삼성SNS㈜ 인력개발파트장 등을 거쳐 현재는 HRD 전문컨설팅기관인 ㈜하나기업컨설팅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