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사탕을 줄 것인가? 회초리를 들 것인가?


  몇 년 전 기업에서 인력개발부문을 담당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한번은 인사교육을 총괄하는 그룹장과 논쟁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직원들의 학습(집체교육을 포함한 모든 학습행위)실적을 포인트화하여 마일리지로 적립하는 ‘학습포인트마일리지 제도’라는 것을 기획하면서, 축적된 마일리지로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이 제 생각이었고, 반면에 직급체류기간의 의무포인트를 정하고 이것에 도달하지 못한 직원들한테 승격 불이익 등의 패널티를 주자는 것이 그룹장의 생각이었습니다. 결국은 그룹장의 생각 80%, 저의 생각 20%정도로 절충되어 제도가 시행되었으나, 원래 의도했던 사내에 자발적인 학습분위기가 조성되기 보다는, 직원들에게 학습포인트를 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심어준 것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많은 기업에서 교육이수점수제, 또는 명칭은 다르더라도 교육이수실적을 점수화하여 필수교육을 이수하게 하는 제도를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목적은 필요한 교육을 업무나 다른 이유로 인하여 이수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원래의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는 것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단순히 점수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교육생 명단에 이름을 넣거나, 교육장에 와서도 자신이 받고 있는 교육의 의미를 점수채우기 정도로 평가절하시키는 것 등이 그것이죠. 실제로 이 제도가 말(馬)을 물가에 끌어오는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히 맞으나, 굳이 물가로 오지 않아도 되는 말까지 물가로 데려오는 愚를 범하게 되었던 것이고, 아니면 억지로 끌려온 말이 물을 맛있게 먹었을리도 없습니다.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어진 것이죠.

  특히 직급별(계층별) 교육에서 그런 일이 많이 발생하는데, 근무 연차가 되었으니 끌려오는 사람들처럼 입과해서, 교육생 스스로 이런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은 동기간의 유대관계 강화라고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2일이나 3일간의 합숙교육을 마치면서는 필수점수를 이수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오랫만에 동기들을 만났다는 뿌듯함만으로 연수원을 나서게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은 기업이 돈을 투자해서 교육을 하는 목적과는 따로 운영되는 것이죠. 기업교육의 중요한 목적은 당연히 직원들의 역량향상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교육에 들어오기 싫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다면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패널티를 줄 것인가? 아니면 교육 이수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 것인가? 하는 문제죠.  몸에 쓴 약을 먹기 위해 사탕을 먹었던 과거 어린시절의 경우를 떠올리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어린 아이에게 쓴 약이 몸에 좋다는 것을 말로 설득하여, 자발적으로 약을 먹이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사탕이라는 달콤함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던 것이죠.  또는 약을 먹지 않으면 회초리를 들기도 했습니다. 이러면 어쨌든 아이는 약을 먹게되죠. 하지만  억지로 먹는 약은 효과도 반감될 것입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는 자신이 건강해지기 위해 약을 알아서 찾아 먹습니다. 굳이 사탕은 필요없는 것이고, 누군가가 약 먹으라고 회초리를 들 필요도 없는 것이죠.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교육도 마찬가지죠.  교육이수를 하게끔 하는 전략은 인센티브도 아니고 패널티는 더더욱 아닙니다. 스스로 이 교육을 받아야 업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업에서 필요한 교육을 좀 더 분명히 규명하고, 거기에 맞춰 교육체계를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막연한 당위성으로 교육을 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직급별 교육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가 참 어렵긴 합니다. 저도 그랬었고 많은 HRD담당자들이 갖는 딜레마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무리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더라도 시간을 내어 교육을 받기가 어렵다고 현업에서는 호소하기 때문이죠.

  시간관리 전문가들은 중요성과 긴급성에 따라 시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라고 그들은 이야기합니다.  교육은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에 오도록 하는 것은 그 기업이 얼마나 직원들의 학습에 오픈된 문화를 가지고 있느냐와 연결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교육이수점수제와 같은 강압적인 제도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학습문화를 조성하는 초창기 단계에는 인센티브 제도가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사실 그렇게 접근하고 있는 회사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교육에 맛을 들이고, 교육이 자신의 업무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직원들 스스로 갖게 된다면 이제는 달콤한 사탕은 더 이상 필요없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승격에 대한 불리함과 같은 회초리(벌)은 다릅니다. 심리학 이론에서도 벌은 강화전략과는 다른 것으로 다룹니다. 즉, 벌을 주어서 바람직한 행동이 강화되도록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X이론이 적용되어야 하는 직원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인들은 Y이론에 입각하여 대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 많이 입증되어 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물가에 와서 물을 먹게끔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패널티 제도는 교육장에 오게끔까지 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진정으로 교육이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게 할려면 교육생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게끔 해야 합니다.

  답은 역시 현장입니다. 현장(현업)의 성과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현장에서 지금 필요한 교육이 어떠한 내용인지를 정확히 규명하여 교육기획을 하는 것이 사탕이나 회초리가 필요없는 교육을 만들 수 있는 왕도일 것입니다.

현재 HRD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며, 대학에서 심리학, 대학원에서 HRD를 전공하였으며, 쌍용그룹 중앙연수원, 쌍용정보통신㈜잠실교육센터장, 삼성SNS㈜ 인력개발파트장 등을 거쳐 현재는 HRD 전문컨설팅기관인 ㈜하나기업컨설팅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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