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도서관에서 안도현 시인을 만난 것은 아주 뜻밖이었다.퇴근 길에 문학 초청강의 안내문구가 붙은 현수막을 보고 나서 당장 수첩에 적어놨다.무려 40도를 육박하는 폭염이 지루하게 계속됐던 어느 주말에 생수 한 병들고 찾아 나섰다.베스트 셀러인 <연어>를 비롯해 <연탄재>, <간장게장> 시(詩)로 유명한 안 시인이 검정색 옷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북카페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에는 토크 형태를 빌어 자신의 문학세계를 펼쳐 나갔다.평소에 워낙 말이 없고 조용한 탓인지는 몰라도 영락없는 시인임에 틀림없었다.비록 시로 유명해졌지만 지금도 소설과 평론도 함께 저술한다고 했다.사실,그는 과거에 습작한 소설을 가지고 지인들에게 보여주면 결과는 별로 신통치가 않았단다.그래서 잘하는 시 장르부터 집중했단다.지금은 모든 장르를 즐기면서 문학을 하고 있어 매우 행복하다고 전한다.

“사실, 수입적인 측면에서 볼 때 대한민국에서 문인(文人)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그래도 이왕 문학을 한다고 덤비는 후배들이 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해서 파고 들어야 한다”며 목청을 높인다.“본인에게 글쓰기는 무슨 엄청난 운명과는 거리가 멀다”고 아예 선을 긋는다.“다만 재미있는 놀이로 생각하고 하찮은 소재라도 골라내서 의미를 부여하는데 보람을 느끼고 창작한다”며 빙그레 웃는다.20대에 등단한 뒤로 여태껏 무려 1000여편의 시를 써오는 동안 많는 책임감을 느꼈지만 지금도 힘들게 글을 쓰고 있단다.결국 그는 이렇게 말한다.“나에게서 문학은 ‘전전긍긍’이었고 ‘산고(産苦)’ 였으며 ‘쉼표 하나’에 쩔쩔매는 그런 행위의 연속이었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최영미 시인은 저소득층을 위한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이 된 사실을 최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최시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글을 올렸다.“마포 세무서로부터 근로 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내가 연간 소득이 1300만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이며 재산이 적어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이란다”라고. 이어 “약간의 충격. 공돈이 생긴다니 반갑고 나를 차별하지 않는 세무서의 컴퓨터가 기특하다. 그런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하고 탄식하는 글 역시 게재했다.그는 또 “아는 교수들에게 전화를 걸어 대학강의를 달라고 애원했다. 생활이 어려우니 도와 달라 말하니 학위를 묻는다. 국문과 석사학위도 없으면서 시 강의를 달라고 떼쓰는 내가 한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출판사에 전화해 ‘근로장려금 대상자’임을 내세워 수 년째 넘게 밀린 시집 인세를 달라고 협박해 3년전 발행한 책의 인세 89만원을 받았다”고 알렸다.이 대목에서 ‘서른, 잔치는 끝났다’이라는 제목의 시집이 당시 꽤 잘 팔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몇 쇄까지 인쇄가 됐는지 무척 궁금했다.“저는 정확히 모르고요. 한 52쇄? 그런데 이게 벌써 20년 전 이야기예요. 직접 구매해서 읽은 독자만 해도 50만명이 넘을 거에요”.그런 베스트 셀러 시인이 어떻게 생활보호 대상자란 말이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저는 별로 놀랍지 않거든요. 문단의 작가들은 대충 다 비슷한 현실이니까. 말하자면 한국에서 작가로 살려면 두 가지 길이 있어요.1년 또는 2년에 한번 책을 내고 그 책이 2만부는 팔려야 겨우 생활이 됩니다. 2만부 책이 팔리면 작가한테 돌아오는 몫이 한 2000만원 정도 됩니다."

돈 개념이 없는 그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걸 모르고 있는데 한 권당 인세로 책값 정가의 10%를 받아요. 보통이죠. 그것도 많은 거예요. 산문집은 7~8% 밖에 못 받아요. 왜냐하면 거기에 이제 그림 도판이 들어갑니다. 하여튼 정가 그대로 작가한테 가는 것이 아니예요” 그러나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아주 인기가 있는 작가는 전체 퍼센트로 따졌을 때는 몇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아마도 20명 될까요? 그런 베스트셀러 작가, 말하자면 책을 팔아서 생활하는 작가는 제 생각에는 그 정도로 알고 있어요. 그 다음 두 번째 생존의 길은 평론가들로부터 문학성을 인정받아서 문학상을 타는 겁니다. 상금이 5000만원이거나 많게는 한국에도 1억원을 주는 상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불행히도 그런 상은 하나도 못 받았어요.한 10년 전에 상을 탔는데 그 상의 상금이 1000만원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굉장히 좋아했죠, 공돈 들어왔다고”

# 갈수록 일자리가 불안하기만 하다.당장 나의 경우도 그렇치만 주변을 둘러봐도 결코 신통치가 않다.문제는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내일이 관건이다.닥쳐올 위기에 곰곰이 생각은 해보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저 난감할 뿐이다.그렇다고 해서 넋 놓고 기다릴 수 만도 없는 노릇이다.어쨋든 최선 아니면 차선의 선택을 하든간에 길을 찾아야 한다.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사람들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기 마련이다.그래서 말인데 지금 잘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예전에는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하면 미래가 보장됐다.두둑한 월급과 성과급은 기본이고 좋은 조건의 배우자 선택과 편안한 노후가 기다리고 있었다.이제는 상황은 너무도 달라졌다.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고 과거타령만 하다가는 굶어죽기 딱 좋은 신세로 전락되고 만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지도 벌써 십 년 앞으로 다가온다.수 많은 베이비 부머들이 40대 중반부터 번듯한 직장에서 밀려 나온 지도 오래전 일이다.당장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골목가게도 어느새 아재들로 차고 넘친다.결국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잘 살리지도 못하는 것이 큰 문제다.무조건 진입장벽이 쉬운 치킨집을 필두로 커피숍과 편의점과 식당부터 차리고 보면 그나마 알토란 같은 퇴직금마저 날리기 일쑤다.그렇다고 해서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 한숨만 쉬고 내일을 걱정만 한다면 문제는 전혀 풀리지 않는다.자신만이 노출할 수 있는 직업을 독수리 눈으로 찾아야 한다.서둘러서 하루라도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그래야 쉽게 욱하고 직장부터 때려 치우고 난뒤 좌판만 깔고 시작하는 어리석음을 피할 수 있다.

무심코 길을 걷다보면 인생 100세가 눈앞에 왔다는 트로트 노랫말이 귀에 속속 들어온다.지금부터는 자신만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골라서 미리 준비해놔야 알토란 같은 노후를 건질 수 있다.개인적으로 바램이 있다면 한국 문단의 작가들도 밥벌이가 가능한 ‘어슬픈 직장’이라도 걸쳐놔야 한다.우선 생존하고 봐야 한다.나랑 전혀 상관없다고 내팽겨치지 말고 우선 숫자 감각부터 키워야 한다.그런다음 예술은 아주 긴 안목으로 바라봐야 한다.당장 먹고 사는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실타래처럼 줄줄이 얽힌 가족부터 당장 걸림돌이다.어김없이 다가오는 매일 아침 밥그릇부터 챙기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누가 뭐라고 해도 문학은 그 다음이 돼야 겨우 밥술이라도 뜰 수 있다.바라건대, 덜 완성된 시와 소설이 탄생하고 덜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될지언정 초라한 노후를 맞지 않으려면 ‘살벌한 밥벌이’에 동참해야 한다.그것이야말로 한국 문단의 작가와 나와 같은 일 개미들이 저성장 시대에 함께 그나마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도대체 그 놈의 밥벌이가 뭐길래.
윤국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키움에셋플래너 경제교육 본부장
•경실련 상임집행위원 / 대전참여연대 집행위원
•법무보호복지공단 사회성향상 교육위원
•대전시 시민행복위원회 위원
•ING life 부지점장 / Allianz Life 지점장 / TNV advisor 본부장
•대전대학교 경제전문가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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