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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참치왕이 볼록렌즈를 챙기는 이유

# 주말이면 TV앞에서 사극을 기다리게 만든 것은 ‘전옥서’와 ‘체탐인’이란 낯선 용어 때문이었다.지난 봄이었던가. 모 방송사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옥중화’는 감옥에서 태어난 천재 소녀 옥녀와 조선 상단의 미스터리한 남자인 윤태원의 어드벤처 사극을 표방한다. 전옥서에서 자란 옥녀가 출생의 한계를 극복하고 조선을 대표하는 여자 영웅으로 성장한다는 스토리다.‘사극의 대가’ 이병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감옥이라는 환경에서 자란 옥녀는 경국대전을 달달 외는 풍부한 지식과 화려한 무술 실력까지 갖춘 만능의 재주꾼이다. 특별한 인연을 맺은 윤태원과의 로맨스도 옥녀의 성장과 함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결국 옥녀가 살인 누명부터 온갖 역경을 극복해 나가면서 무공을 익히고, 나중엔 결국 고수가 된다. 이후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람들에게 끝내 복수를 하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한편, 사림파의 거목 조광조의 제자인 박태수가 등장한다.그는 젊은 시절 전설적인 체탐인(현재의 첩보원)이었다.몸이 살인병기 수준으로 무예 실력이 엄청 뛰어나다. 명나라는 물론 여진과 왜까지 넘나들면서 적진의 동태를 살피고 극비리에 비밀업무를 수행한다.하지만 무려 20년이 넘도록 전옥서 지하 감방에서 갇혀있는 신세다.

하지만 지하 감옥을 나오게 된 박태수는 강선호와 주철기와 함께 명나라 태감 암살 임무에 투입되게 되지만, 이번 작전이 옥녀의 목숨을 담보함을 알게 되면서 옥녀를 만류한다. 하지만 옥녀가 결국 박태수, 강선호, 주철기와 함께 암살 작전을 개시하게 이른다.갈수록 ‘체탐인’이라는 역할에 대해 궁금증이 하나 둘씩 풀려 나간다.

 

# 첩보원이 등장하는 이 사극에는 마포 상단이 등장한다.우리는 흔히 장사하는 사람을 상인이라고 한다.흔히들 장사하는 것을 상업이라고 하는데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 상나라에서 비롯됐다. 주나라가 세워지기 전인 상나라 말기에 주왕이 여인네 치마폭에 빠져 폭정을 일삼자 백성들은 도탄에 빠졌다. 폭군으로 유명했던 주왕은 가차없이 충신을 마구 학살했다.날이 갈수록 백성들의 원망이 커지자 제후국인 주나라 무왕이 강태공의 도움을 받아 다른 제후국들과 연합해 상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세웠다.

당시 무왕은 유명한 ‘탕서’를 지어 ‘빈계지신’(牝鷄之晨)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그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 보면 다음과 같다.‘병사들이여, 창을 세우고 방패를 늘어 세워라.옛 사람이 말하기를 암탉은 새벽에 울지 않는다.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이 대목이 무척 재미있다.

옛날부터 이른 새벽부터 우는 것은 당연히 수탉인데 오히려 암탉이 울면 불길한 징조 때문이란다.이때부터 여자가 나서면 암탉이 울고 나라가 망한다거나 번창했던 집안 가새가 기운다고 지금까지 내려져 오고 있다.

결국 무왕은 군사를 일으켜 도탄에 빠진 상나라를 멸망시키고 중국을 통일하게 이른다.졸지에 나라를 잃어버린 상나라 사람들은 중국 전역으로 흩어져 돌아 다녀야만 했다.특히 주나라의 관리들은 상나라의 관리들의 주택이나 농토를 빼앗고 그들을 도시에서 내몰았다.

그후에도 이들에 대한 탄압이 갈수록 심해져 전국을 떠돌며 생활해야만 했다.이렇게 상나라 사람들이 전국을 떠돌면서 장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이들을 보고 ‘상나라 사람들 같다’하여 ‘상인’이라고 훗날 부르게 됐다.다시 말해서 상인이라는 말은 ‘떠도는 사람’, ‘방랑자’라는 뜻이 된다.

조선시대 부자가 되는 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었다. 첫번째는 과거에 급제해 높은 벼슬에 오르는 길이었고 둘째는 농업을 기반으로 땅을 많이 소유해 대지주가 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장사로 부를 축척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대 엄청난 부자 대부분은 장사로 자수성가를 이뤘다.

중국의 부자들 역시도 대부분 상인 출신들이었다.특히 조선 부자들 가운데 역관이 많았다.이들은 역관의 지위를 이용해 중국을 비롯해 일본과 잦은 무역을 감행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당시 조선은 외국과의 무역을 엄격하게 금지했기 때문에 사신과 역관만이 외국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었다.

얼마나 경쟁이 치열했냐 하면 사신단 일행에는 하인으로 위장한 상인들이 엄청난 뇌물을 주고 따라갔는데 이마저도 여간 쉽지가 않았다.역관들은 상인들의 통역을 해주는 명목으로 돈을 받았으며 또한 비싼 가격으로 조선인삼을 팔고 대신에 중국 비단을 들여와 엄청난 폭리를 챙겼다.당시 조선의 상인들은 대부분 보부상들이었는데 이런 장사로 부자가 되었다.한강 일대의 경상을 비롯해 예성강 일대 개성에서 장사하는 송상, 압록강 일대 만상, 동래 일대 왜상등 다양했고 각종 이권을 둘러싼 경쟁 또한 엄청나게 치열했다.

 

# 얼마 전 일간지 인터뷰에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이런 말을 했다. “참치를 잡을 때 집중적으로 연구했어요. 고기가 올라오면 배를 갈라 뭘 먹었는지, 어디서 어떤 크기의 참치가 잡히는지 연구했습니다. 결국 집중한 거지요. 요즘 강의하러 갈 때 볼록렌즈를 가지고 갑니다. 초점을 맞추면 불이 붙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거지요. 집중하고 초점을 맞추면 불을 붙일 수 있습니다.”

“매사에 늘 어려운 길만 선택한 것이 아니냐”라는 기자의 당돌한 질문에 “어려운 길만 선택한 것이 아니라 편한 길로 갈 ‘힘’이 없었습니다. 편한 길에는 이미 머리 좋고, 집안 좋은 사람이 많습니다. 거기는 들어가기도 어렵고, 들어가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어려워요. 남들이 안 가는 곳에 가면 새로운 것을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삽니다.” 라며 단호히 말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새로운 기회가 적다는 불평과 관련해 그는 “경제 상황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기대치가 높은 것이 더 문제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어떻게 즐기며 살 것인가가 중심이기 때문이죠. 과거에 취업한 사람들의 고용 조건보다 지금의 중소기업 조건이 훨씬 낫습니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따끔하게 충고한다.

 

# 한여름 더위를 피할 겸 저녁 늦게 청년 상인들이 창업했다는 태평시장 골목을 찾았다.휴가 시즌인데도 불구하고 고작 해봐야 서너 개밖에 안되는 테이블이지만 제법 손님들로 붐볐다.수 개월째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후배를 불러 고깃집 매출도 올릴 겸 장사가 잘되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30대 초반의 씩씩한 사장의 말대로라면 당초 생각보다는 매출이 높게 나와서 다행이란다.

주말에는 평일보다 매출이 거의 두 배이상 오른 탓에 오히려 주말장사가 짭짤하단다.“최종 꿈이 뭐냐”고 뜬금없이 물어보니까 “매월 1천만원을 팔 경우 인근에 2호점을 내고 싶다”고 한다.“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홍보가 부족해 동네 장사로 그칠까 고민스럽다”며 머리를 긁적인다.

“전주시만 하더라도 전통시장과 야(夜)시장에는 점포 수도 훨씬 많은데다가 한옥마을을 보려고 전국에서 모여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불야성을 이룬다”며 부러워했다.어떻게 보면, 지역 전통시장에서 놀고 있는 공간을 빌려서 영화 세트장처럼 만들어 놓고 청년들에게 장사를 해서 먹고 살라고 억지로 떠민 형국일 수도 있다.지방 자치단체가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아래 전시행정 여부를 놓고 시시비비 따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지금 낙망하고 있는 청년 상인들에게 건강한 대화를 나누며 관심을 갖는 일만 남았다.그래서 말인데 청년상인들 가게를 자주 방문해서 그들의 건강한 생각을 북돋아 주는 것이 절대 중요하다. ‘흔들리니까 청춘’이라고 주장하는 모 교수의 말처럼 비록 흔들리더라도 절대로 꺽이지 않고 단단하게 성장해 나가길 뜨겁게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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