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역 아침식사 시장

아침 8~9시경 출근 시간이 되면 모든 지하철역은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이중 상당수의 직장인들은 아침식사를 거르고 바쁘게 출근을 합니다. 이런 직장인들을 공략 하고자 삼삼오오 모여 김밥, 샌드위치, 우유, 떡 등을 파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은 이제 대다수의 지하철역에서 볼 수 있는 아주 익숙한 풍경입니다.




LG전자 근무시절 약 2년간 서울 강남구 역삼역을 통해 출퇴근하면서 저는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의 탄생, 진화, 안정의 단계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제가 여기서 부르는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이란 아침을 거르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공략하기 위해 김밥, 떡, 샌드위치 등을 팔기 위해 모인 아주머니들이 만들어 놓은 장터입니다.

비록 4~5명의 아주머니들과 추측 하건데 월 1,000만원 정도의 아주 작은 시장이지만 마케팅의 관점에서 볼 때 이동통신시장, 자동차시장, 휴대폰시장, 화장품시장 등과 다를 바가 없고, 이런 큰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아래의 내용을 읽어 보시시오.

“어느 날, 역삼역 지하철 입구에 김밥을 팔고자 한 아주머니가 나타났습니다. 김밥이 담긴 박스에는 빨간 글씨로 ‘오늘 아침에 싼 김밥, 1000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다른 경쟁자가 없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그 아주머니에게만 김밥을 샀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샌드위치도 소량이지만 옆에 놓고 팔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제 2의 아주머니가 등장하였는데 이 분도 김밥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이 두 번째 아주머니의 김밥 박스에는 파란 글씨로 ‘집에서 싼 김밥, 1000원’이라고 쓰여 있었고, “김밥 사세요” 라고 외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습니다.

시장에 먼저 진입한 두 아주머니가 경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제 3의 아주머니가 등장을 했습니다. 당시 개인적으로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그 분도 김밥을 파셨습니다. 그 분의 김밥 박스에는 ‘맛있는 김밥, 1000원’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분께서는 치열한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얼마 안되어 철수를 하셨습니다.


이 세 번째 김밥 아주머니께서 철수할 무렵 약 60세정도 된 나이 드신 아주머니께서 나타나 여러 종류의 떡을 팔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마지막으로 샌드위치와 우유를 파는 아주머니도 나타났습니다. 이때,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의 리더인 첫 번째 김밥 아주머니께서는 소량으로 팔고 계시던 샌드위치를 포기하고 김밥에 집중을 했습니다.




현재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은 김밥 파는 아주머니 2명, 떡 파는 아주머니 1명, 샌드위치 파는 아주머니 1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큰 돈은 아니지만 모두 수익을 내면서 안정적으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세 가지의 마케팅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 째, 세 번째로 등장한 김밥 아주머니는 왜 실패했을까요?

상상컨대, 이 세 번째 김밥 아주머니는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경쟁을 하게 될 첫 번째, 두 번째 아주머니들의 김밥을 사서 맛도 보고 재료 분석도 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김밥을 사는지 판매 분석도 해보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첫 번째, 두 번째 아주머니들의 김밥보다 더 맛있는 김밥을 만들어 팔면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란 강한 믿음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래서 장사를 시작하는 첫 날 새벽에 좋은 재료를 준비하여 정성스럽게 김밥을 준비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 번째 김밥 아주머니는 첫 번째, 두 번째 아주머니들이 파는 김밥과 비슷하게 자신의 김밥을 은박지로 포장하여 똑 같은 가격인 1,000원에 팔았습니다. 분명히 맛은 더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첫 번째, 두 번째 아주머니들이 팔고 있던 김밥이란 동일 제품, 유사한 포장, 그리고 1,000원이란 같은 가격으로 인해 이 세 번째 아주머니는 자신의 김밥을 차별화하는데 실패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미 첫 번째, 두 번째 아주머니들의 김밥 맛에 익숙한 직장인들은 낯 설은 이 세 번째 아주머니의 김밥을 사야 하는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 세 번째 아주머니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가정해보지요. 여러분의 김밥을 어떻게 차별화하여 시장을 선점한 첫 번째, 두 번째 아주머니와 경쟁을 하겠습니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가 있는데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만약 후발주자인 이 세 번째 김밥 아주머니가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보다 나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김밥을 만들고 판매 가격을 2,000원으로 책정했다면 성공했을 확률이 큽니다. 소비자들은 가격으로 품질을 평가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즉 소비자들이 2,000원짜리 김밥을 보면 1,000원짜리 김밥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 맛이 그만큼 더 좋을 것이라고 판단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격뿐만 아니라 패키지도 김밥을 눈으로 볼 수 있는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로 차별화 했다면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강화할 수 있었겠지요.

1,000원 짜리 김밥을 드셔 봤다면, 그 김밥의 원료, 맛 등이 어떤지 아시죠? 늘 무언인가 허전합니다. 분명, 1,000원 짜리 김밥의 맛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은 당연히 존재했을 것이고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직장인들은 2,000원짜리 김밥을 사는데 주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약 이 세 번째 아주머니가2,000원짜리 유기농 프리미엄 김밥을 팔았다면 아마도 첫 번째, 두 번째 아주머니들보다 많이 팔지는 못하겠지만 짭짭한 수익을 내면서 장사를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위의 사례가 보여 주듯이 1등, 2등이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 후발주자가 뛰어 들 때 차별화가 없으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이 점을 뼈저리게 느낀 기업들 중에 하나는 KT(한국통신)입니다. 한미르(Hanmir)라는 브랜드를 들어보셨습니까? 한미르는 KT가 네이버, 다음, 야후 등의 선두 주자들이 있는 인터넷 포탈 산업에서 돈을 벌려고 운영했던 브랜드입니다. 한미르는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에서 1등, 2등과 같이 김밥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해 뛰어 들은 세 번째 아주머니처럼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KT는 한미르(Hanmir)라는 브랜드를 포기하고 파란(Paran)이라는 신규 브랜드로 2004년 7월에 인터넷 포탈 시장에 다시 뛰어 들었습니다. 새롭게 런칭을 하면서 파란(Paran)은 경쟁사인 네이버, 다음, 야후 등의 고객을 뺏어 오기 위해 두 가지 마케팅 활동에 집중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스포츠 뉴스의 독점 계약입니다. 당시 네티즌들의 대부분이 뉴스 서비스 중에서 스포츠 신문의 자극적인 기사를 선호한다는 것을 포착하여 Paran은 월 1억이라는 금액을 주면서 5대 스포츠 신문지와의 독점 계약을 맺었습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열리면서 스포츠신문 독점은 일시적으로 Paran의 네티즌 방문을 증가시키는데 기여했고, Paran이 성공하는 것처럼 비춰졌습니다. 또 다른 마케팅 활동은  고객들에게 이메일 용량을 경쟁사보다 많이 주면서 네티즌 방문유도에 공을 들였습니다.
6년이 지난 후 시점에 Paran의 성적표가 어떠했는지 볼까요? 인터넷 사이트들의 트래픽 순위 정보를 제공하는 랭키닷컴에 의하면 2010년10월 현재 Paran은 네이버, 다음, 야후 등에 이어 6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네이버를 소유하고 있는 NHN과 Paran의 주인인 KTH의 주가를 비교해볼까요? NHN의 주가는 200,000원인데 비해 KTH의 주가는 9,000원이었습니다. 엄청난 차이입니다.

스포츠뉴스 독점, 이메일 용량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네이버, 다음, 야후 등에서 얻을 수 없는 차별적 혜택을 주려고 시도하였지만 이러한 마케팅 활동들은 다소 전술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고객은 철새입니다. 다른 곳에서 이메일 용량을 Paran보다 더 많이 주면 그쪽으로 이동합니다. 이러한 전술적인 마케팅 활동 가지고는 네이버의 지식검색을 절대 이길 수가 없습니다. Paran은 결국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인터넷 포탈 산업에서 한미르 (Hanmir)와 비슷한 처지가 된 또 다른 브랜드는 마이엠(mym.net) 입니다. 2004년 2월,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 플레너스는 네이버, 엠파스, 야후 등이 존재하는 검색포털 시장에 마이엠이란 브랜드로 뛰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넷마블과 연계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2004년 내 포털 순위 6위안에 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1년 6개월간의 사전 준비를 거쳐 무료 100MB (메가바이트) e메일 등 파격적인 서비스와 대대적인 광고공세를 통해 초기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마이엠은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6개월 만에 간판을 내리고 주저 앉았습니다. Paran과 마찬가지로 마이엠이 시장에서 사라진 이유는 간단합니다. 후발주자인 마이엠은 선두 브랜드인 네이버, 엠파스, 다음, 야후 등이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과 차별화된 혜택을 소비자에게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종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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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외에 Brand Management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국 대학이나 기업 등에서 브랜드전략 강의에 열정을 쏟고 있다. 또한 브랜드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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