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시장이 성장을 멈추면 죽는건가?

입력 2013-06-03 11:47 수정 2013-06-18 06:10
새로운 제품으로 나만의 시장을 만들어 성장 시키고, 장악하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하면 성장이 멈추기 마련입니다. 시장이 성장하지 않으면 죽는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미 개척한 기존 시장을 유지하되, 동일한 제품을 가지고 또 다른 시장을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시장이 성숙한 소비재인 경우, 이 접근 방법은 엄청난 부가 매출과 이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제품 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 비용, 유통개발 비용, 설비 감가상각비 등이 어느 정도 회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브랜드 사례를 들어 설명 드려 보겠습니다. ‘켈로그’라는 브랜드를 아시죠? ‘켈로그’하면 어떤 제품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많은  분들은 아침 식사 대용으로 우유에 타 먹는 시리얼 (cereal)을 연상할 것입니다. 켈로그는 100년의 역사를 지닌 글로벌 브랜드 (Global Brand)입니다. 국내에서는 ㈜농심이 1980년 켈로그 제품을 들여와 처음으로 시리얼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시리얼 제품이 한국인의 아침 식탁에 자연스럽게 올라오지만, 사실 처음에는 “밥과 국을 먹어야 하는 아침 식사” 을 고집하는 한국 식사 문화를 파고들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켈로그의 시리얼이 아침 식사 대용으로 자리 잡는데 멕시코는 20년, 인도는 10년이상 걸렸다고 하니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당시 켈로그가 당면하고 있던 이슈가 어느 정도였는지 아래 기사 을(한국경제, 2001년 6월 7일) 읽어보시면 가늠하실 수 있습니다.

“…(중략) 켈로그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지난 81년 3월.농심과 50대50 비율로 농심 켈로그란 합작회사를 설립하며 출범했다. 그해 8월 안성공장을 완성해 성대한 기념식을 갖고 콘프레이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공장을 돌릴 수없는 형편이 됐다. 82년 한달 평균 가동일 수는 고작 2~3일. 근로자들은 장갑을 벗어던지고 시리얼을 팔러 밖으로 나가야 했다. 하지만 반겨주는 이가 없었다. "켈로그에서 나왔다"고 하면 "아 겔러그 게임기 만드는 회사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켈로그가 한국에서 살아 남을 것 같지 않았다. 켈로그가 한국을 떠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중략)”

한마디로 망하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켈로그의 시리얼 제품은 예나 지금이나 아주 훌륭한 제품입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소비자의 인식을 장악하지 못하면 그 브랜드의 미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여러분이 당시 켈로그의 CEO 혹은 마케팅 임원이었다면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시리얼 제품이 소비자에게 주는 편익 (benefit)은 ‘편의성’과 ‘영양’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국내 소비자들은 이 두 가지 편익에 대해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리얼을 아침식사 대용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간식용 과자 정도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상당히 있었습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매출이 늘기 시작했지만 한국진출 14년째인 1994년에 겨우 연 매출 100억정도를 달성했습니다. 얼마나 답답했을지 상상을 해보세요. 켈로그는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여 지금의 위치까지 올랐을까요?

켈로그는 1996년부터 기업으로서 결정하기 아주 어려운 마케팅을 전개했습니다. 즉, 자사 제품인 시리얼의 편익인 ‘편의성’과 ‘영양’을 광고/홍보하지 않고, 대신 ‘국민 영양 교육’에 대한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전개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국민 건강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해야 할 마케팅을 농심켈로그가 전개한 것입니다. “건강을 위해 아침식사를 거르지 말자!”, “아침 잘 먹은 아이가 학습능력이 뛰어나다!”, “배를 채울 것인가, 영양을 채울 것인가!”, “반찬의 가지 수가 중요한가, 영양의 가지 수가 중요한가!” 등의 메시지를 가지고 ‘국민 영양 교육’ 마케팅을 하면서 시리얼 판매를 위한 주변 여건을 조성한 것입니다. 이는 해외 경험으로 외국 식생활에 낯설지 않은 신세대 주부, 맞벌이 부부 증가, 이른 출근 준비로 인한 짧은 아침식사 시간 등과 맞물려 한국인의 아침식사 문화를 바꾸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 결과, 1996년부터 국내 시리얼 시장은 연평균 20%~30%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2000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1,000억대까지 육박합니다. 그러나 그 이후 시장의 성장세는 둔화를 보이기 시작하여 2008년 시장 규모는 200억정도 더 성장한 1,200억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 상태에 이른 것입니다.

여러분도 다 아시다시피 시장이 성장을 멈추게 되면 경쟁사들끼리 피 비린 내가 나는 싸움이 전개됩니다. 왜냐하면, 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사의 시장점유율을 뺏어 와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해지기 때문입니다 .끼워주기, 묶음판매, 가격할인 등의 영업 정책이 힘을 받게 되어 결과적으로 회사의 이익률은 압박을 받게 됩니다. 이런 피 비린 내 나는 싸움이 싫은 경쟁사들은 서로 담합하여 가격유지, 세일즈 프로모션 자제 등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되어 벌금과 수모를 당합니다. 누구나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피바다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그러나Double A 복사지 사례에서 말씀 드렸듯이,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바꾸어도 이런 피바다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음 칼럼에 이야기를 이어 가겠습니다.)






컨설팅 외에 Brand Management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국 대학이나 기업 등에서 브랜드전략 강의에 열정을 쏟고 있다. 또한 브랜드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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