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운명을 바꾼 이 한마디~

입력 2012-12-16 09:20 수정 2012-12-19 13:20
잘 한다는 것은 다르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우리는 남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합니다. 학생이면 동료 학생보다 공부를 더 잘해서 A를 받고 싶어 합니다. 회사원이면 동료 직장인보다 기획서를 더 잘 쓰고 싶어 열심히 일을 합니다. 남들에게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인생을 사는데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평상시에 이야기하는 “더 잘한다”의 개념은 마케팅에서 좀 다릅니다. 마케팅에서 “더 잘한다”라는 개념이 어떤 것인지 지금부터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예시적으로 들은 몇 개의 브랜드들은 각 제품 군에서 Leadership을 확보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브랜드를 보면 “마케팅을 참 잘한다.” 라고 생각합니다.

- 인터넷 포탈: 네이버
- 스마트폰: 아이폰 (iPhone)
- 신용카드: 현대카드



“마케팅을 참 잘한다.” 는 이야기를 듣는 위의 세 개 브랜드는 한 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산업에서 초기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거나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 산업의 1등 혹은 높은 고객 충성도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라는 점입니다. 먼저 네이버를 보겠습니다. 국내 인터넷 포털 서비스는 1990년대 말기에 시작이 되었고 산업의 태생기로서 경쟁사들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업체인 야후 코리아가 1997년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장이 열렸고, 비슷한 시기에 한메일로 시작한 다음 (Daum), 그리고 네이버 등이 인터넷 포털 시장에 뛰어 들었습니다. 그 외 엠파스, 라이코스, 심마니, 알타비스타, 프리챌, 한미르 등 다수의 업체가 등장하면서 춘추전국 시대의 상황이 연출 되었고 충성 고객 확보를 위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이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당시 인터넷 포털 시장의 1등 브랜드는 어디였나요? 현재 1등을 하고 있는 네이버였나요? 아닙니다. 일 방문자수 기준으로 볼 때, 당시 인터넷 포털 시장의 1등 브랜드는 약 14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한 미국계 업체인 야후 코리아였습니다. 그리고 ‘한메일넷’에서 이름을 변경하여 서비스를 시작한 토종업체인 다음 (Daum)이 약 1100만 페이지뷰로 야후 코리아를 바짝 추격하였습니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약 5년동안 ‘3초의 승부’라는 빠른 정보 검색 속도와 글로벌 인터넷 업체라는 점을 내세운 야후 코리아와 무료 이메일 서비스와 인터넷 동호회 (다음카페)로 유명했던 다음이 1등을 놓고 각축전을 벌였습니다. ‘항해사’라는 뜻의 영어 ’Navigator’ 에서 따온 네이버 (Naver)는 1996년 6월에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사진/음악 등 멀티미디어 검색 서비스의 차별점을 내세웠지만 야후코리아와 다음이 1등을 놓고 각축적을 벌이는 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여러 측면으로 평가를 할 때 현재 인터넷 포털 시장의 1등은 단연코 네이버 입니다. 인터넷 사이트의 순위를 측정하는 랭키닷컴 기준 (2012년 12월 기준)으로 종합포털 분야에서 네이버는 1등, 다음은 2등, 그리고 야후는 6등입니다. 2012년 12월 현재 시가총액으로 보더라도 NHN (네이버가 속한 법인명)은 11조 5천억원이고 다음은 1조 2천억원으로 그 차이가 10배정도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요? 혹시 ‘지식검색’이란 말을 들어 보셨나요? ‘지식검색’은 네이버가 2002년 9월 ‘지식인’이란 지식 검색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내세운 브랜드 슬로건이고 이 한마디가 네이버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는 “네티즌들이 자신의 지식을 쏟아내고, 이를 서로 검색에서 찾을 수 있다면?”이란 생각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당시 야후와 다음이 선점한 전통적인 ‘검색’과 완전히 차별화된 ‘지식까지 찾아주는 검색’이라는 마케팅 컨셉으로 무장을 하고 이러한 소비자 혜택을 아주 쉽고 간결한 ‘지식검색’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 드리고 싶은 것은 힘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으시면 “더 잘한다.”가 아니고 “다르게 한다.”라는 생각을 늘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점”, 즉 경쟁사와 차별화된 소비자 혜택을 네이버의 ‘지식검색’처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 두 마디로 간결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지식까지 찾아주는 검색’이란 마케팅 컨셉을 찾은 것 그리고 그러한 소비자 혜택을 ‘지식검색’이라고 간결하게 정리한 것 외에 네이버가 잘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그 것은 ‘지식검색’이란 소비자 혜택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네이버라는 점을 소비자 인식에 가장 먼저 각인시켰다는 점입니다. 이 마케팅 원칙은 손으로 만져 볼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에게는 더욱 더 중요합니다. 혹시 ‘지식 iN’ 서비스 관련 네이버의 광고를 기억하시나요? 아주 재미있는 광고 카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오리털 파카는 있는데 닭털 파카는 왜 없지?”, “왜 약속할 때 새끼 손가락을 걸고 하지?”, “야한 생각을 하면 머리가 빨리 자랄까?” 등의 광고가 나올 때 마다 네이버의 ‘지식 iN’ 검색창에 ‘닭털’, ‘새끼 손가락’, ‘야한 생각’ 등 입력하는 네티즌들이 폭주했습니다. 친구나 동료들 사이에 누가 뭘 물어보면 “네이버에게 물어봐!”라고 할 정도로 ‘지식검색’ 서비스는 빠른 시간 내에 대중화가 되었습니다. 참 잘한 마케팅 활동입니다. ‘지식 iN’ 서비스를 시작 한 후 네이버는 페이지뷰 (접속수) 측면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인터넷 분석 업체인 메트릭스가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지식검색 사용자 수를 분석한 결과 (2003년 12월 30일 뉴스), 네이버의 지식 iN 사용자가 2002년 11월 254만명 이었던 것이 2003년 11월 1천 390만명으로 1천만명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경이적인 결과는 시가 총액으로 바로 나타났습니다. 2002년 10월에 코스닥에 등록한 NHN (네이버의 법인명)은 2004년 4월에 코스닥에 등록된 전체 기업 중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등극하였습니다. 2002년 9월에 지식인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불과 1년 7개월밖에 안 되는 기간입니다. 단기간에 정말 대단한 성과입니다.

사실 ‘지식검색’은 네이버가 처음 시작한 개념이 아닙니다. 놀랍죠? 네이버의 ‘지식 iN’ 출시 훨씬 전인 2000년 10월 인터넷 한겨레는 ‘디비딕(dbdict)’ 이란 사이트를 통해 네티즌들이 서로 질문과 답변을 통해 지식을 축적해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90가지의 카테고리별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이 사이트는 회원들이 올린 자료를 토대로 “너, 그거 아니?”, “너, 이거 아니?”라는 책을 출간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2001년 9월 사이트 개편을 하면서 수익모델이 마땅치 않자 기존 지식검색 서비스를 유료화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네티즌들은 디비딕을 떠났고, 결국 2003년 3월 엠파스에 인수되었습니다. 엠파스는 디비딕의 방대한 컨텐츠를 가지고 네이버의 지식 검색에 도전장을 냈지만 네이버의 효과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으로 시장 주도권을 뺏지 못했습니다.

네이버의 사례에서 보듯이 마케팅을 잘한다는 것은 “우리 제품이 다른 브랜드의 제품보다 품질이 더 좋아!” 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케팅을 잘한다는 것은 우리 제품이 무엇이 다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 시키는 것입니다. ‘Better’가 아니고 ‘Different’를 이야기 하는 것이 마케팅입니다.

<이 종진>
컨설팅 외에 Brand Management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국 대학이나 기업 등에서 브랜드전략 강의에 열정을 쏟고 있다. 또한 브랜드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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