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헌시(獻詩)

신이시여! 태극빛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러 저러한 꽃들이 지고 태극빛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몹시 더운 날에 줄기마저 흐느적거릴 때 무궁화 꽃은 꼿꼿하게 하늘을 우러러보며 피고 있습니다. 무궁화동산 위로 솟아오르는 태양과 정지된 능선을 대비시켜 보여주는 것은 산 것은 움직여야 한다는 당신의 메시지입니까? 끈질기게 피고 지는 무궁화 꽃은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무언극인가요? 무궁화여! 새벽이면 꽃을 활짝 피워 지상을 밝게 하고, 낮이면 길 잃은 빛들을 거두어주며, 저녁이면 꽃잎을 기도하는 손처럼 모아 밤의 안녕을 빌어주라. 신이시여! 나라의 꽃 무궁화가 피는 8월에는 자기 마음속의 거룩한 임을 사모하게 하시고, 순백의 무궁화처럼 계산 없이 나라를 생각하며, 붉은 빛 무궁화처럼 나라를 뜨겁게 사랑하게 하소서!
신이시여! 폭풍우 칠 때 무궁화는 온몸으로 피었고, 폭풍우 물러가자 무궁화 꽃은 허리 줄기를 펴면서 웃었습니다. 구름 속을 탈출한 햇살이 무궁화 밭을 환하게 밝히는 것은 기다리는 자에게 영광을 주는 당신의 섭리입니까? 하얀 꽃잎 속에 붉은 꽃대가 숨어 있는 것은 광복을 위해 피 흘리며 싸운 열사들의 희생을 기억하라는 당신의 설계인가요? 한줄기 소낙비 지나가고 하늘을 배경으로 무궁화 색깔 무지개가 피는 것은 소중한 것은 마음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려는 당신의 그림인가요? 신이시여! 귀로는 위대한 생명의 노래를 듣게 하시고, 가슴으로는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충혼들의 진심의 소리를 듣게 하소서! 뿌리로 뻗어나간 야생의 무궁화처럼 몸담은 조직을 조건 없이 사랑하고, 억센 기운으로 나라 사랑을 실천하게 하소서!

신이시여! 야산의 무궁화 꽃은 햇빛을 찾아 허리를 접고 펴면서 음지를 뚫고 나오고, 우리들 마음속의 무궁화는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보기 위해 억세게 자라고 있습니다. 땅에는 하얀 꽃잎과 푸른 잎과 붉은 꽃대가 하나로 어울린 무궁화가 피고, 하늘에는 흰 구름과 푸른 하늘과 붉은 태양이 하나로 어울린 하늘 무궁화가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에서 태극기 형상이 보이고, 무궁화 꽃에서 하나로 통일된 기상을 미리 느끼는 것은 누구의 예언입니까? 뜨거운 태양 아래 무궁화 꽃이 피고지고 또 피는 끈질긴 기운은 한류를 시작으로 세계를 주도하라는 당신의 주문인가요? 신이시여! 8월에는 곡식들이 생존 전투에서 살아남아 결실을 준비하게 하시고, 우주의 기운으로 피는 무궁화처럼 저마다 최고의 기운으로 자기소명을 다하게 하시며, 날카로운 갈등의 창검이 서로를 찌르기 전에 자유통일의 서광을 허락하소서!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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