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하 호 호 예술단

입력 2016-05-03 09:39 수정 2016-05-09 09:13
50대 초반쯤 되는 끼가 넘치는 여성 한 분이 단상에 올랐다. 그녀는 분위기를 확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대단했지만 나근나근한 분위기로 이끌어 가는 솜씨 또한 일품 이였다. 지난 3월 초 보슬비가 내리는 주말 저녁 남산유스호스텔에서 있었던 얼굴경영학과 신입생 환영회 정경(情景)이였다. 하 하 호 호 따라하라 한다. 우리 모두 그렇게 따라했다. 기(氣)가 약하다고 더 목청을 높이란다. 하! 하! 호! 호!

연지곤지 예쁘게 찍고 화사함을 뽐내던 철쭉이 어느새 하나 둘 꽃들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한 달, 여의도에 있는 회사 앞마당 공원은 그야말로 예쁜이들의 향연 이였다. 누가 말 했던가 ‘꽃은 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라고’ 요즘 조선. 해운업의 구조조정으로 수 만 명의 근로자가 황량한 거리로 내 몰릴 거라는 우울한 보도가 연일 나온다. 지난 주초에 참 사람 좋다는 소리 듣던 사촌 매형이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져 문병을 다녀왔는데 오는 내내 마음이 찹찹하고 무거웠다.

두 달 전에 들었던 그녀의 외침소리가 다시 들리는 것 같다. 하 하 호 호를 빡세게 외치라는. 거기서 그녀가 내 놓은 명함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웃음치료사, 사회복지사, 스포츠스태킹코치 그리고 〈하 하 호 호 예술단장〉 참 멋지게 지은 이름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게다가 ‘하 하’는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호 호’는 위장을 단련시키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부연설명까지 해준다.

웃음과 이웃사촌격인 유머는 무한히 좋은 기분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고 헤겔은 말했다. 인간이 유머정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두려워도 삶의 무의미를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삶도 내가 원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없으면 절대 행복해 질 수 없을 것 이다. 노을이 지는 것처럼 사라지고 말 것들에 대한 미련을 두지 말자. 우리도 썰렁 유머인들 어떠랴!

누구든 은퇴하면 또 다른 삶의 지평, 가치를 만나게 된다. 인생 3막은 기회의 시기이며 내적. 외적 삶을 탐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천천히 가고, 작게 가지고, 심플하게 ‘각도’ 조정을 하자. 각도 조정에 필요한 감초가 웃음과 유머가 아닐까. 그렇지 않은 인생은 지난 총선에서처럼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음을 명심하자. 멋진 은퇴시공을 위해서 다시 한 번 외쳐보자. 하! 하! 호! 호! ⓒ강충구 20160503
국내 1호 은퇴시공 전문가로 30년간 대형 건설회사 토목부분에서 잔뼈가 자란 이 분야 베테랑 건설인이다.
그동안 VE(Value Engneering)상, 건설기술인상, 대통령표창, 건설교통부 장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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