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시작의 지혜 - 여유, 여백, 중용.

여유.

시작할 때 필요한 덕목은 여유와 여백과 중용이다. 여유는 느긋함 속에 정확한 방향 판단을 하게 하고 일을 야무지게 만들며, 여백은 여유가 놀 공간을 제공하여 결과를 평화롭게 하며, 중용은 선택의 고민을 제거하여 여유 수준을 높인다. 그동안 현생 인류는 몸과 물질을 쫓아 마음의 집에서 너무도 멀리 나가서 방황하고 있다. 사냥 영역이 넓어진 사자처럼 산만하고, 뱁새 둥지를 차지한 뻐꾸기 알처럼 물질 욕심이 착한 본성을 밀어내 버렸다. 여유를 찾으려면 법 없이 살던 순수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고, 새로운 것을 더 만들지 말고 있는 것만이라도 자기 쓰임새를 찾아야 한다. 막자란 머리털을 정리해야 단정해지고, 작고 집요한 아집과 집착을 죽여야 참나가 산다. 정돈으로 흩어진 공간을 정비하고, 참 정치로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 여유가 없으면 자기 자리를 잠시 떠나도 불안하여 몰입 시간을 갖지 못하고 조급하게 돌아와서 후회한다. 바쁠수록 여유를 챙겨서 몸을 대접하고, 욕심이 발동할수록 순수 원점으로 돌아가 마음을 예우하자.

 

여백(餘白).

저성장 시대에 여유가 부족한 것은 믿고 기다리는 마음 여백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 여백이 없으면 부정과 불안감이 생활 쓰레기처럼 생긴다. 여유가 시간확보라면 여백은 마음 공간 확보다. 여유는 매사를 넉넉하게 만들어 마음의 품위를 유지하고, 마음 공간인 여백은 내면의 자유와 자신감을 준다. 3초의 여유가 실수와 충돌을 줄이고, 경계선이 없는 마음 여백이 큰 자기를 만들고 상대를 배려(配慮)하며 현실을 수용하게 한다. 여유는 자기중심 오류인 오해와 서운함을 줄이고, 여백은 현재 자기 위치와 현재 상태를 알아차리게 한다. 새들은 차렷 구령에 긴장하지 않는다. 정해진 가치에 묶이지 않고 자연 공간으로 날아갈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러 생명체와 엇물린 존재임을 알면 마음 여백이 커져서 우주의 일부가 된다. 자기에게 갇히지 않으면 천지가 운동장이고 생명체가 다 친구다. 자세를 웅크리지 말고 똑 바로 펴서 여유와 여백을 회복하자. 술이 아닌 자기대화로 고독을 견디면서 내면의 여백을 찾고, 마음을 비우고 기도의 여백 속으로 들어가 하늘 소리를 듣자.

 

중용(中庸).

여유를 가지려면 불필요한 싸움을 막아야 하고, 에너지 낭비를 막으려면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중용의 자세와 자신감이 필요하다. 대립된 세상에서 여유를 챙기려면 확고하고 자명한 것이 아니라면 쉽게 마음을 보이지 말고 불쾌하다고 경솔한 반응을 보이지 마라. 경솔하면 물리적인 여유를 뺏기고 생존에 불리하다. 중용을 취하려면 힘과 일가견(一家見)이 필요하고 자기라는 지독한 아집을 깰 수 있어야 한다. 아집이 살아있으면 중용을 취하기 어렵고, 아집이 강한 상태의 중용은 자기중심으로 그린 추상화에 불과하다. 아닌 것도 좋다는 어중간한 중용과 세력을 의식한 야합적인 중도는 무기력한 범죄다. 일을 하기 전에 마음자리를 살피고, 저마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꼭 필요한 일을 챙기며, 중심 속의 중용을 취하자. 얻고 잃는 합은 같다는 배짱으로 손해에 둔감하고, 체면보다 내실을 찾는 여유로 몸에 휴식을 주고, 마음대로 안 되면 기다리는 여백으로 영혼을 자유롭게 하자. 상대이해와 배려로 인간 향기를 풍기고, 양면을 다 보고 사랑을 선택하는 새로운 중용으로 조직을 화합시키는 영웅이 되소서!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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