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섹스, 그리고 죽음

입력 2015-12-07 14:41 수정 2017-06-12 09:48
 

영남은 고민을 털어놓기 전에 한숨부터 크게 내쉬었다.
"돈만 벌면 되는 줄 알았는데 사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습니다."
<음식을 많이 먹고 변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병이 되듯이 돈도 마찬가지지. 제대로 쓰지 않으면 병으로 작용한다네, 그래서 얻어맞고 빼앗기게 되는 법일세.>

 

"사부님, 처음 뵙고 들은 말씀이 지금 오히려 칼날이 되어 제 살 속을 파고듭니다."
<기억하시는가?>
"이혼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이혼할 거면 하라고 하셨고 이혼하게 되면 아들은 데리고 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제사 그 말씀의 참의미를 되새기고 있습니다."
<운명은 전생에서 맺은 인연의 필연적 결과일세. 숙세래(宿世來)라고 하는 뜻이 그런 것이라네>
영남과 처는 년과 일시가 똑같고 월은 경오(庚午)와 병자(丙子)로 천극지충이니 전생에선 형제였어도 원수처럼 지냈다고 할 수 있음이니 마치 태종 이방원이 이복형제들을 다 죽인 인연과 닮았다고 볼 수 있었다.

 

창밖이 어두워진다 싶었는데 시커먼 먹구름이 소나기를 몰고 오는 듯 보였다.
영남이 가져온 복숭아를 씻어낸 다음 블루마운틴을 1분 30초 정도에 핸드드립 해서 같이 내왔다.
영남을 진정시키기 위함이었고 어려운 사정을 쉽게 풀어 설명하라는 뜻도 담겨있었다.
"엉망 입니다."
<차근차근 말씀하시게>
영남은 또 한차례 한숨을 토해냈다.
"아들이 차라리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

 

아들 만나러 상해에 도착한 영남을 맞이한 것은 여행사 직원이었다.
아들 찾느라고 두리번두리번 하는데 얼핏 서영남 회장이라는 피켓이 눈에 들어왔다.
여행사 직원은 「아드님 사정이 좀 생겼습니다.」 하며 아들의 아파트로 안내했다.
아파트 입구에는 처음 보는 여자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학생 같았는데 처음 보는 영남이에게 "어서 오십시오, 아버님"이라고 했다.
영남은 「이게 무슨 소린가?」하고 뒤에 누가 있나 하고 뒤를 한 번 돌아보기까지 했다.
아무도 없었다.
 

아들이 같은 반의 조선족 여학생과 동거한지도 1년이 넘었으며 그사이에 아들을 낳아 영남은 졸지에 할아버지가 돼 있었다.
아들은 나쁜 친구들을 사귀어 도박과 마약에 빠져 있었고 지금은 공안에 체포돼 조사받는 중이라고 했다.
아들이 잘못된 것은 영남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돈을 너무 많이 준 게 탈이었다.
아들은 명품을 칭칭 감고 다녔으며 여학생들에게 돈을 잘 써 「재벌 총각」으로 떠받들려 생활했다.
아들의 일상은 오전 수업 시간에는 졸다가 오후만 되면 「여기 모여라」를 외쳤다.

 

당구장, 볼링장, 노래방, 술집에서 모여 놀다가 섹스로 이어지는 것이 일상이었다.
헬스를 열심히 한다 싶었는데 그것은 놀기 위한 것이었고 아버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던 것이었다.
영남은 자초지종을 알게 되자 기가 막혔다.
그러나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한국이라면 어찌해 보겠는데....... 묘책이 생각나지 않았다.
상해 영사관을 찾았다.
영사관에서는 아들의 행적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사형을 당할지도 모를 만큼의 중대사안이었기 때문이었다.

 

한정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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